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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슈+] "볼 수도 안 볼 수도…" 새학기 '학부모 단톡방' 스트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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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업정보 공유” 너도나도 개설 / 초등생 부모 10명 중 8명 참여 / 툭하면 ‘알람’… 일상생활 불편 /“왕따 우려 나가고 싶어도 못 나가”

세계일보

“볼 수도, 안 볼 수도 없고 너무 스트레스예요. 제가 ‘프로예민러’(특별히 예민한 사람)인 걸까요?”

아들이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백모(34·여)씨는 같은 반 학부모들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대화방(단톡방) 탓에 고민이다. 단톡방에서 새 게시물을 알리는 소리가 하루에 적게는 20∼30번에서 많게는 100번 넘게 울린다. 학교 정보와 관계없는 태권도 수업, 학교에서 자기 아이가 선생님에게 혼난 이야기 등 일상적 내용이 많다. 몇몇 학부모 주도로 다과 모임도 두세 차례 열렸다. 백씨는 “(과잉 친목 도모가) 부담스러워 단톡방을 나가버리고 싶다가도 학교 준비물 얘기가 나오거나 아이들 행사 사진이 올라오면 안 볼 수가 없다”며 “결국 알림을 무음으로 해놨다”고 토로했다.

새학기가 시작되면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모임이 급격히 늘어난다. 학부모 간에 학교 생활, 학습 방법 등 정보를 공유하는 ‘제2의 소통 창구’로 자리매김했다. 23일 세계일보와 초등 가정학습업체 ‘아이스크림 홈런’이 초등학교 학부모 732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2%(454명)가 ‘단톡방에서 불편함을 느끼거나 스트레스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학부모 10명 중 8명이 1개 이상의 단톡방을 이용 중이고 5명 중 1명은 3개 이상 단톡방에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일보

불편을 느낀 이유로 ‘너무 많은 알림으로 일상생활이 불편해서’가 1위(25.5%)를 차지했다. ‘개인적이고 쓸데없는 정보가 많아서’(23.5%)와 ‘다양한 모임 및 행사 참석이 부담스러워서’(21.4%)가 뒤를 이었다. ‘친한 학부모들끼리 대화하느라 소외감을 느낄 때’, ‘편가르기나 지나친 자랑, 비난, 비교로 갈등이 생겨서’ 등 답변도 나왔다.

워킹맘들은 부담감이 더 크다. 초2 딸을 키우는 최희진(42·가명)씨는 “회사에서는 업무 때문에 카톡을 볼 겨를이 없다”며 “같은 반 엄마들이 이해하고 배려하긴 하지만 괜히 우리 애만 소외되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을 떨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남혜정 기자 hjn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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