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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걸어다니는 시한폭탄 '스몸비'…대책 마련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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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면서 걷는 사람을 지칭하는 이른바 '스몸비(스마트폰+좀비)'가 사회적 문제로 급부상했다. 스몸비는 길에서 전방을 주시하지 않고, 스마트폰을 보면서 걷다가 차량이나 사람과 충돌하는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생긴 신조어다.

IT조선

최근 대구에서는 '바닥 신호등'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바닥 신호등은 보행자가 횡단보도에서 고개를 들지 않고도 신호 변경 상태를 알 수 있도록 바닥에 매립된 발광다이오드(LED) 전구가 반짝이도록 한 시설을 말한다. 경찰청 교통안전시설 심의위원회는 기존 신호등으로는 스마트폰에 빠진 보행자의 주의를 집중시키지 못한다고 판단해 바닥 신호등 시범 운영안을 통과시키면서 바닥 신호등이 대구에서 첫선을 보이게 됐다. 시범사업은 향후 다른 지자체로도 확대될 예정이다.

스몸비에 앞서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기 시작한 2010년 즈음에는 운전 중 스마트폰 사용에 따른 부주의로 인해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사회 문제로 부각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운전 중에도 쉴새 없이 울리는 스마트폰 메신저 알림을 확인하려다 전방 주시를 소홀히 하다가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다.

2017년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가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국민 교통안전 의식조사 결과, 실제 위반 경험이 있는 운전 형태 1순위로 스마트폰 사용(38.9%)가 가장 많았다. 이어 과속(14.2%), 신호위반(10.5%), 교차로 꼬리물기(10.0%), 음주운전(9.5%) 순이었다. 음주운전이 가장 위험한 위반 사례인 것은 분명하지만, 운전 중 스마트폰 사용은 운전자가 가장 일상적으로 많이 저지르는 위반 사례인 셈이다.

스몸비 현상도 마찬가지다. 같은 조사에서 걸으면서 스마트폰을 사용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52.5%로 2013년 조사와 비교해 18.4%포인트(p) 증가했다. 연령별로는 스마트폰에 친숙한 20대의 66.6%가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30대는 52.9%, 40대는 43.2%, 50세 이상은 47.2%의 응답률을 보였다. 연령대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스몸비 현상이 전 세대에 걸친 문제라는 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처럼 운전 중이나 보행 중 사소하게 여기는 스마트폰 사용이 누적되면서 불의의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으면서 이를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기보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제도적 안전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경찰청이 바닥 신호등 시범 사업을 시작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정부가 단순한 캠페인 차원을 넘어 스몸비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나서기 시작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스몸비 현상은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 하와이주 호놀루루는 미국 내 대도시 중 처음으로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 금지법을 발효해 시행 중이다. '산만한 보행 금지법'으로 불리는 이 법에 따라 호놀룰루시 경찰은 응급 서비스를 위해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경우 외에는 횡단보도와 도로에서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거나 메시지 등을 보내는 보행자를 적발해 최저 15달러(1만6000원)부터 최고 99달러(10만7000원)의 벌금을 부과한다.

스몸비 문제를 IT 기술로 해결하기 위한 노력도 있다. 호놀루루 외 미국 일부 도시에서는 입법 대신 사용자가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 시 위험하다는 경고를 보내는 앱을 스마트폰에 의무 장착하도록 하는 기술적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NTT도코모는 '안심 모드'라는 자사 스마트폰 앱에 사용자가 걸으면서 스마트폰을 조작하면 자동으로 경고 메시지를 띄우는 '보행 중 스마트폰 잠금 기능'을 선보였다. 이외에도 국내외 여러 소프트웨어 업체가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을 자제하도록 권장하는 기능의 앱을 앞다퉈 내놓는 추세다.

하지만, 그 어떤 규제나 기술적 조처도 사용자 스스로의 안전의식 개선 의지가 뒤따르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게 관련 업계의 중론이다. 스몸비를 적극적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입장과 개인의 자유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입장이 맞부딪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10년 전과 지금을 비교했을 때 금연구역에 대한 시민의식이 얼마나 바뀌었는지를 생각하면 스몸비 문제도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해결하려는 접근법이 필요하다.

IT조선 노동균 기자 saferoh@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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