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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왜]‘앵그리 준표’는 잊어라, ‘스마일 준표’ 나가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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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자유한국당이 당 차원에서 홍준표 대표 이미지 재정립에 나섰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홍 대표 이미지를 ‘앵그리 준표’에서 ‘스마일 준표’로 바꿔 당 지지율을 제고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정제되지 않는 언행과 독선적 당 운영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이미지 변신 시도는 무위에 그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지난 22일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중요한 프로젝트”라며 ‘우리 준표가 달라졌어요’를 소개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서 한국당이 국민들에게 더욱 친숙하고 사랑받는 제1야당 모습이 되도록, 특히 우리 당 이미지 개선을 중시하겠다”며 “우리 홍 대표의 솔직하고 직설적인 모습을 좋아하는 지지자도 있고, 또 정제된 것을 좋아하는 지지자도 있는데, 하여튼 우리 대표에 대해 ‘거칠다’는 그런 인식을 털어내겠다”고 말했다.

프로젝트가 가동되면 한국당 선거전략엔 중대한 변화가 생기는 셈이다. 홍 대표는 지난해 19대 대선 후보 당시 “우파 스트롱맨”을 자처하며 ‘강한 카리스마형 지도자’ 이미지를 구축해 왔다. 당시 이는 유효한 전략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여파 속에 치러진 대선에서는 막말 논란도 관심을 부르면서 강경보수 지지층을 결집하는 효과를 낸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한국당이 이제 ‘부드러운 홍준표’를 강조한다는 건 더 이상 ‘강한 홍준표’ 전략이 통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지방선거가 석달도 채 안 남았지만, 당 지지율이 좀처럼 오르지 않는 이유가 ‘당의 얼굴’인 홍 대표 때문이란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리얼미터·한국갤럽 등 주요 여론조사에서 한국당 지지율은 10%대에 머물고 있다(자세한 사항은 리얼미터·한국갤럽 홈페이지 혹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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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안팎에선 홍 대표 이미지를 구축하는 핵심으로 특유의 거친 입담과 과거 ‘제왕적 총재’를 떠올리게 하는 당 운영 방식을 꼽는다. 현재 둘 다 심각한 반발에 직면했다.

실제로 “홍 대표가 입을 열 때마다 당 지지율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당 관계자)란 불만이 나온다. 한 의원은 “지역구 사람들이 홍 대표의 말에서 구태 정치인 이미지가 너무 강하다고 한다”고 토로했다. 다른 의원은 “국민들이 정치를 싫어하는 이유가 ‘맨날 싸운다’는 것인데, 홍 대표 화법은 ‘맨날 싸우자’는 식”이라고 했다. 이주영, 나경원, 유기준 정우택 등 중진의원들은 22일 지방선거 대책을 요구하면서 ‘진중한 언행’을 홍 대표에 촉구했다.

당 운영 방식을 두고는 과거 정당의 ‘총재’를 떠오르게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만큼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다는 것이다. 반대파엔 “바퀴벌레” “고름” “충치” 등 모멸감을 안기는 별명을 지었다. 중진의원들이 비판 성명을 내자 “원내대표 꼴찌하고도 의원들이 왜 그런 결정했는지 반성하지도 않고 나서는 사람” 등으로 한명씩 지목하며 깎아내렸다.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후보로 측근을 공천해 ‘사천 논란’이 있지만, 이에 항의하는 사람에겐 “험지인 강북으로 차출하겠다”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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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준표가 달라졌어요’는 이같은 이미지를 바꾸겠다는 시도로 보인다. 하지만 과연 그 동안 누적된 이미지가 선거용 프로젝트로 바뀔지를 두고는 의문이 나온다. 홍 대표는 직설적 언사에 대해 나름 ‘소신’이 있다. “가장 가슴을 아프게 하는 건 팩트(사실)다. 철부지들은 그게 막말로 들리는 것”(신년 기자회견).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라는데, 막상 홍 대표의 변화는 눈에 띄지 않는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미 지난 6일 한국당 전국여성대회에서 “우리 당 대표 이미지를 지방선거를 앞두고 ‘스마일 홍’으로 바꿔 보려고 여러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 다음날 홍 대표는 여야 5당 대표 청와대 초청 오찬에서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성폭행 의혹을 두고 “임종석(대통령 비서실장)이 기획했다는 얘기가 있던데”라며 ‘미투(#metoo·나도 고발한다) 운동’을 음모론 차원에서 접근하는 ‘막말’을 했다.

반대파에겐 “연탄가스”란 새로운 별명을 안겼고, 한국당 후보 측을 수사하는 경찰은 “사냥개”로 불렀다. 문재인 대통령 발의 예정인 개헌안을 두고는 “(개헌안 투표를 위해) 본회의장에 들어가는 사람은 제명처리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당장 “홍 대표가 페이스북부터 손에서 놓도록 해야 한다”(당 관계자)는 쓴소리가 나온다.

<허남설 기자 nshe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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