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철강 주요 수출국끼리 경쟁 붙인 미국…관세 유예에도 고민 더 깊어진 정부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미국이 한국산 철강에 25% 관세 부과를 4월말까지 유예하기는 했지만 향후 추가 협상에 대한 정부의 고민은 더 깊어지고 있다. 관세 ‘영구 면제’ 여부를 놓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과 연계해 조건부 협상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관세 유예 발표 직후 기다렸다는듯 발효 7년차인 한·미 FTA를 “일방적 합의”라고 못박은 뒤 “신속한 협상을 희망한다”고 압박했다. 또 캐나다와 멕시코 등 철강 주요 수출국들이 비슷한 상황에서 협상 중인데, 이들 국가와 미국에 줄 ‘선물 보따리’를 놓고 경쟁해야 하는 점도 부담이다.

2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번 관세 유예 대상국에는 미국의 철강 수입 1~4위 국가가 모두 포함됐다. 1위와 4위인 캐나다와 멕시코는 일찌감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의 성공적인 종료’를 전제로 관세를 유예받았다. 2위와 3위인 브라질과 한국도 진통 끝에 관세 시행 하루 전날 추가로 이름을 올렸다.

미국은 이들 나라들이 자국에 양보할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을 저울질해 최종 면제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특히 한·미 FTA 개정협상 중인 한국은 NAFTA 재협상으로 유사한 처지에 놓인 캐나다나 멕시코와 직접적인 비교 대상이 되고 있다.

미국은 벌써 국가간 경쟁에 불을 붙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NAFTA는 미국에 매우 나쁜 합의지만 우리가 더 낫게 만들거나, 그렇게 안 되면 다른 무언가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FTA에 대해서는 “한국과의 합의는 매우 일방적이었다”면서 “바뀌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협상 창구인 미 무역대표부(USTR)는 철강 협상과 연계된 한·미 FTA 개정협상의 신속한 종료를 촉구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는 “협상을 언제 끝낼지 예측하기는 불가능하지만, 내가 분명히 희망하는 것은 우리가 그 협상을 곧 끝낼 것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을 상대로 미국의 요구대로 무역보복에 동참해야 하는지도 근심거리다. 미국은 유럽연합(EU)과 브라질, 아르헨티나을 상대로 철강·알루미늄 수출에 대한 관세를 유예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운전대를 잡은 중국과의 무역전쟁에 동참할 것을 요구했다.

미국은 EU 등에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데 공조할 것을 요구했는데, 당장 한국에도 이 같은 요구를 하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 하지만 철강만해도 지난해 대중 수출이 대미 수출을 1.2배 상회하는 등 경제적 의존성이 더 크다는 점에서 딜레마적 상황에 봉착해 있다.

이미 미국이 한국산 철강 제품에 부과한 관세가 상당하다는 점도 골칫거리다. ‘불리한 가용정보(AFA)’와 ‘특별시장상황(PMS)’ 등을 적용해 품목별로 수십%의 관세를 매긴 탓에 한국산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진 상태다. 미 국제무역위원회(USITC)에 따르면 지난해 대미 철강 수출(37억8800만달러) 가운데 63%에 달하는 제품에 반덤핑·상계관세가 부과돼 있다.

정부 당국자는 “새로운 관세 협상이 시작되면서 정작 과거 미국의 부당한 수입규제에 대해서는 따져묻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면서 “이번 협상 결과만 놓고 보면 미국이 한국을 압도한 것 같다”고 말했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경향비즈 바로가기], 경향비즈 SNS [페이스북]
[인기 무료만화 보기][카카오 친구맺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