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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와인이야기] 잠깐 멈춰~ 치즈엔 화이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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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과 치즈

아시아경제

김준철 한국와인협회 회장


와인과 치즈는 역사적으로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시작됐고 이집트, 그리스에 전달돼 로마 시대에 유럽 각국으로 퍼졌다. 로마제국이 붕괴한 후에는 수도원에서 와인과 치즈의 명맥을 유지했다. 수도원, 특히 시토수도회는 제조 기술을 잘 전수했을 뿐 아니라 더욱 발전시켜 과학적으로 그 기술을 정립했다. 이를 팔아 수도원의 중요한 수입원으로 삼기도 했다. 현재 와인과 치즈는 프랑스가 가장 발달시켜 1900년대 초부터 원산지명칭통제(AOCㆍ현 원산지명칭보호(AOP))제도를 시행했다. 유럽연합(EU)의 다른 나라들도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와 같이 와인과 치즈는 그 역사나 분류 체계가 거의 유사하다. 와인을 알아야 치즈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와인과 치즈는 한 몸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와인과 치즈는 환상의 조화를 이룬다는 사실도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여기에 빵이 있어야 한다. 빵은 치즈와 와인을 묶어주는 끈으로, 서양에서는 와인과 치즈에 빵을 더해 '식탁의 삼위일체'라고 할 정도다. 이들의 생활에 잘 익은 소박한 치즈와 와인 그리고 갓 구운 빵이 있으면 인생이 행복하다고 한다. 치즈, 와인, 빵 이 세 가지 음식은 요리를 하지 않아도 언제 어디서든지 쉽게 들 수 있는 소박하면서 가장 기본적인 식품이다. 빵, 치즈, 와인은 각각 다른 원료를 사용해 만들지만 모두 발효라는 과정을 거친다는 점이 동일하다. 발효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빵은 밀가루 반죽이 부풀어오르지 않고, 와인은 알코올이 없을 것이며, 치즈는 그 감칠맛을 내지 못할 것이다. 와인의 향미와 보디 그리고 부케가 포도의 종류, 만드는 방법, 숙성 기간에 따라 달라지듯이 치즈도 그 질감과 향미, 아로마 등이 우유의 종류, 만드는 방법 그리고 숙성시키는 요령에 따라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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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과 치즈.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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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와인에 어떤 치즈를 고를 것인가. 우선 빵과 치즈로 예를 든다면 희고 짜지 않은 치즈는 이에 맞는 빵과 어울리고, 양념이 가미된 빵으로 신 우유나 다른 낙농 제품의 향이 들어가 있다면 강한 냄새가 나는 블루치즈와 어울릴 것이다. 와인과 치즈도 이와 마찬가지다. 어떤 와인에 어떤 음식이 잘 어울린다는 말은 많지만 사실 뚜렷한 법칙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선택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개인의 취향이다. 일반적으로 향보다는 질감과 맛의 조화를 더 중요시한다. 특히 와인은 치즈와 서로 비슷한 점이 있는 것을 선택할 수도 있고, 아니면 서로 대비되는 것, 아니면 서로 특성을 보완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할 수도 있다. 부드럽고 기름진 치즈에는 이런 성질과 유사한 부드럽고 미끈한 와인이 어울리며, 시큼한 맛이 강한 치즈에는 반대로 달고 알코올 농도가 높은 와인이 좋다. 소금기가 많은 치즈에는 이를 보완하도록 적절한 신맛의 와인이 어울린다.

어쨌든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법칙으로서 치즈와 와인을 선택할 때 꼭 염두에 둘 것이 있다. 오래 숙성시킨 치즈일수록 와인의 향미를 손상시켜 치즈 맛이 와인의 맛을 지배해버린다는 점이다. 보통 잘못 알고 있는 상식으로 치즈에는 레드와인이 어울린다고 알려져 있는데, 화이트와인이 오히려 더 치즈와 잘 어울린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가장 무난한 선택은 그 치즈가 생산되는 지방의 와인을 고르는 것이다. 그렇다고 꼭 와인만이 치즈와 어울리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노르망디 지역은 유명한 카망베르 치즈를 비롯한 치즈의 명산지이지만 와인은 나오지 않는다. 와인 대신 그 지역의 맥주나 사과주 아니면 독한 증류주나 커피도 치즈와 좋은 조화를 이룰 수 있다. 반대로 와인으로 유명한 보르도 지역에서는 치즈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보르도 와인은 잘 숙성된 네덜란드 치즈와 함께 잘 나온다.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사람이 와인과 치즈의 맛을 봐온 만큼 보편적으로 어떤 치즈에 어떤 와인이 어울린다는 전통적인 법칙이 있다. 하지만 이 조합의 선택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입맛과 취향을 벗어날 수는 없다.

김준철 한국와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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