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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작디작은 먼지가 생태계를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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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조천호의 파란하늘]

먼지 대부분 사막 흙에서 발생해

전지구 대륙과 해양에 영양 공급

황사는 한반도 토양 산성화 중화

북태평양에 철과 미네랄 공급도

기후변화로 바람·강수패턴 바뀌면

흙먼지 이동 달라져 생태계 위험



한겨레

황사 발원지인 몽골 고비사막.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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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먼지 그 자체가 없어지길 바란다. 먼지로 눈이 뻑뻑해지고 재채기가 나오게 되고 주변이 더러워지기 때문이다. 먼지는 그 종류가 다양한데, 사막에서 발생한 흙 입자, 바다에서 생겨난 소금 입자, 꽃가루, 포자와 다양한 물질의 파편 등이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공장이나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미세 오염 먼지 입자가 더해졌다.

한겨레

전 국립기상과학원장


전 세계 먼지 양의 80∼90%는 사막에서 발생한 흙먼지이다. 매년 10억에서 30억 톤에 이르는 흙먼지가 하늘로 날아오른다. 이 가운데 3분의 2가 아프리카 사하라에서, 그 외 나머지는 중국, 몽골, 중동, 미국과 호주의 사막 등에서 발생한다.

먼지의 특징 중 하나는 ‘이동성’이다. 먼지는 ‘작기 때문에’ 갈라진 틈이나 작은 구멍을 통해 아무 데나 이동할 수 있다. 인간의 몸은 흙먼지를 걸러낼 수 있도록 진화해 왔다. 흙먼지의 대부분은 코털이나 기관지 점막에서 걸러져 배출되므로 노약자가 아닌 건강한 사람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오염 먼지는 흙먼지보다 작아 기관지를 통과해 허파꽈리에 이르고 거기에 머물거나 혈관 속으로 파고들어 건강을 해친다.

흙먼지 중에서도 작은 것은 ‘가볍기 때문에’ 발생한 곳에만 머무르지 않고 대기 흐름에 실려 전 지구적으로 퍼져 나간다. 이 이동성이 흙먼지의 좋은 점으로 작용한다. 흙먼지가 발생 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생태계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바다의 대부분 영역이 미량금속인 철분 부족에 시달린다. 철분이 모자라면 바다 먹이 사슬에서 필수적인 식물성 플랑크톤의 번식이 어려워진다. 바다에 공급되는 대부분의 철분은 사막에서 발생한 흙먼지 안에 담겨 있다. 또한 흙먼지는 철분 이외에 미네랄을 포함하고 있어 해양에 영양분을 공급한다.

사하라 사막에서 일어난 모래 폭풍은 흙먼지를 공기 중에 떠오르게 한다. 이 먼지는 바람을 타고 대서양으로 수송된다. 이 과정에서 흙먼지의 절반은 해양에 양분을 공급한다. 아울러 흙먼지는 대서양을 건너 중미와 남미의 열대 우림에까지 도달한다. 인산염을 함유한 사하라 흙먼지는 대서양 건너편 열대우림의 생태계를 더욱 푸르게 한다.

중국과 몽골의 사막과 건조 지대에서 강한 바람에 날리는 황사도 흙먼지이다. 황사는 발원지에서 약 30%가 침적되고, 그 주변 지역에 20%가 가라앉고, 그 나머지가 장거리 수송된다. 중국을 벗어난 황사는 첫 번째로 한반도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의 대부분 토양은 산성화되어 있다. 특히 도시 토양은 산성도가 더 심하다. 산성 토양에서는 각종 유기물을 썩게 하는 미생물 수가 줄어들어 영양분을 제대로 만들지 못한다. 황사는 대부분 알칼리 성분이므로 산성 토양을 중화시킨다.

황사도 휩쓸고 지나가면 우리나라 바다와 북태평양에 철과 미네랄을 뿌려 해양 생태계를 풍요롭게 한다. 이후 황사는 몽골과 중국 사막에서 약 6000㎞ 떨어진 하와이까지 날아간다. 풍화된 화산석 위에 이루어진 하와이 숲에 필요한 인을 공급한다.

토양이 부서져 생겨난 흙먼지에는 질서가 무질서로 전환되는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이 작용한다. 그러나 이 작디작은 먼지가 바다와 토양의 생태계를 풍요롭게 한다. 하찮은 존재로 무질서화된 먼지가 무시하지 못할 생명의 질서로 다시 탄생하는 것이다.

이 흙먼지는 기상상태와 대기 흐름에 따라 먼 곳까지 이동하여 가라앉는다. 기후변화로 인해 바람과 강수가 바뀌면 흙먼지의 발생과 이동이 달라진다. 이렇게 되면 이미 항상 있어 온 흙먼지에 맞추어진 생태계에도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것이 우리가 기후변화에 주의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이다.

대기과학자 cch070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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