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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취재파일] "꼭 재기시켜주겠다는 한마디에 왔어요"…'이적생 MVP'의 뒷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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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농구 챔피언전 MVP 김정은과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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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 드래프트 1순위에 신인상을 거머쥐며 화려하게 데뷔! 통산 4차례 득점왕에 2차례의 올스타전 MVP!

여자 프로 농구 스타 김정은은 누구보다 화려한 이력을 지녔지만, 데뷔 이후 12시즌 동안은 우승과 거리가 멀었습니다. 2005년 KEB하나은행의 전신 신세계에 입단한 뒤 계속 팀의 주축으로 활약했지만 우승 트로피는 고사하고 챔피언 결정전에 오른 공식 기록도 없습니다. (2015-2016시즌 유일하게 챔프전에 올라갔지만, 첼시 리 위조 여권 사건으로 기록 자체가 삭제됐습니다.) 특히 지난 2015년 무릎 부상을 당하면서 2015-2016시즌부터 2시즌 연속 평균 득점이 한 자리 수에 머무르자, 이제 한물간 것 아니냐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들었습니다.

선수 생활 최대 위기에서 김정은은 유니폼을 갈아입는 모험을 강행했습니다. 30대의 나이에, 부상이 완쾌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건 모험은 대성공이었습니다. 김정은은 정규리그 베스트5에 오르며 당당히 부활을 알렸고, 데뷔 13시즌 만에 첫 우승 트로피와 챔피언결정전 MVP를 거머쥐며 자신의 농구 커리어에 화룡점정 했습니다. 제2의 전성기를 연 김정은과 일문일답을 통해 이적 결심부터 생애 최고의 순간을 맞이하기까지의 뒷이야기를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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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 기분은?
솔직히 꿈만 같아요. 동료들이 그 얘기를 하더라고요. 우승을 하면 딱 그 당시만 좋고 다음 날 되면 뭔가 마음이 허하고 또 지옥훈련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조금 힘들 거래요. 솔직히 내일이 안 왔으면 좋겠고, 지금 이 순간은 누구보다도 행복하고 꿈만 같습니다.

Q) 챔피언 결정 3차전 경기가 끝나기도 전부터 눈물을 흘리던데?
마지막에 점수가 벌어지면서 승리가 거의 확실시 됐을 때부터 감정이 막 올라오더라고요. 누구한테는 우승이 밥 먹듯이 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저는 13년 동안 이 우승 때문에 굉장히 힘들기도 했고, 늘 그냥 꼴찌 팀의 에이스라고 불려서 저 스스로 자괴감도 많이 들었어요. 또 지난 2년 동안 부상으로 선수 생활하면서 거의 바닥을 쳤었어요. 그래서 너무나 힘들었었는데 이적을 하고 많은 비난을 받으면서도 그것을 이겨내고 이렇게 정상에 서니까 더 기쁘고 더 행복하고 더 뜻깊은 것 같아요.

Q) 챔피언전 MVP에 뽑힌 뒤 동료들을 향해 큰절을 올린 이유는?
동료들, 감독님, 코치님 우리은행 모든 분께 절을 한 겁니다. 동료들도 그렇고 감독, 코치님도 저의 재기를 위해서 정말 힘쓰셨고 그 진심이 느껴졌거든요. 그래서 MVP 상 받았을 때 이거는 진짜 감독님, 코치님, 동료들이 만들어 준거다 생각을 했고 너무 감사한 마음에 큰절을 올린 것 같아요.

Q) 올 시즌을 앞두고 우리은행으로 팀을 옮긴 이유는 무엇인가요?
예전에는 제가 팀을 옮길 거라고는 정말 상상도 못 했고 하나은행은 워낙 어릴 때부터 있었던 팀이라 되게 애정이 있었는데, 마지막 즈음에는 내가 더 이상 팀에 있으면 계륵이 되겠다는 느낌을 딱 받았어요. 또, 내 선수생활이 이대로 끝날 수도 있겠구나 생각해서 이적을 결심했어요. 친정팀을 버리고 우승하려고 배신을 했네 뭐 이런 얘기도 많이 듣기도 했어요.

근데 정말 팬분들이 안 믿어도 좋지만 제 진심은 우승하려고 온 건 아니었어요. 그냥 진짜 감독님이랑 코치님 보고 왔어요. 감독님은 제가 국가대표 때 같이 해봤는데 뭔가 특별한 힘이 있어요. 불호령도 많이 내리시고 되게 독하신 분인 것 같은데 굉장히 인간적인 부분도 있고 무엇보다 저를 데리고 오면서 우리 우승해보자 뭐 이런 얘기가 전혀 아니라 "너 꼭 재기시켜주겠다. 나만 믿어라" 딱 이렇게 말씀하셔서 정말 그 한마디 믿고 왔어요.

사람들이 '우리은행 가서 밥숟가락만 얹어서 우승하려고 하네.' 이런 얘기도 많이 하는데 제가 밥숟가락만 얹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어요. (초반) 2연패도 하고 팀이 위기가 많았는데 그래도 팀의 일원으로서 너무 행복했고 감독님 때문에 잘 버텼어요. 지금 이 자리에서 설 수 있게 된 게 다 감독님 덕분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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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우승이 확정된 뒤위성우 감독과 무슨 얘기를 했나요?
그냥 감독님을 안았어요. 그러면서 "감독님 감사합니다." 그 얘기했습니다.

Q) (우리은행 특유의) 감독을 헹가래 친 뒤 발로 밟는 우승 세리머니는 어땠나요?
저도 그냥 한 번 세게 밟았어요. 밟히는데 감독님도 되게 행복해하시는 그런 게 있는 것 같아요.

Q) 이런 세리머니가 전통이 될 만큼 우리은행의 훈련이 힘든가요?
우리은행의 그런 (지옥) 훈련에 대해서 너무나 많은 얘기가 있어서 되게 많이 겁을 먹었어요. 그런데 겁먹은 것 이상으로 진짜 너무 힘들었어요. 와! 이거는 '내가 명예 회복하려고 이 팀에 왔지만 이러다 내가 죽겠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힘들기도 하고 때로는 감독님이 밉기도 하고 그랬어요. 매일 훈련하면서 진짜 우리은행 괜히 왔다 그런 후회도 했었는데 오늘 딱 이렇게 보상받고 나니까 정말 감독님 만난 게 제 농구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인 것 같고 우리은행에 온 일도 가장 잘한 일인 것 같아요.

Q) 그렇게 힘든 훈련을 어떻게 견디나요?
아까 얘기했듯이 감독님한테는 약간 특별한 힘이 있는 것 같아요. 진심으로 대해 주시고 무엇보다 감독님이 "네가 재기하는 게 나의 목표이기도 하다"라는 그 말을 해주셔서 더 잘 버텼던 것 같아요. 또, 우리은행에 와서 진짜 독기가 생긴 것 같아요. 저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한테서 감독님이 그거(독기)를 잘 끄집어내세요. 정말 독하게 하도록 끄집어내시는데, 그거는 타고 나신 것 같아요.

Q) 훈련 이외에 힘든 건 없었나요?
우리은행 이적하고 나서 제가 힘들었던 게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제가 부상에서 자유롭지 못한 선수이다 보니까 '또 다치면 어떻게 하지?' 그런 트라우마 때문에 매일 겁먹으면서 살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제가 우리은행에 이적했을 때 주위에서 감독님을 많이 비난하시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감독님께 좀 누가 되지 않을까, 저 때문에 감독님이 비난받지 않을까'라는 생각, 그 두 가지가 되게 많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어떻게 보면 그런 생각이 동기부여가 돼서 더 독하게 훈련한 것 같습니다.

(올 시즌을 앞두고 FA 김정은을 영입한 우리은행은 이에 대한 보상선수로 KEB하나은행에 26살의 김단비를 보냈습니다. 김정은은 자신을 데려오기 위해 미래가 촉망되는 선수를 보냈다고 위성우 감독이 비난받을까 봐 시즌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Q) 올 시즌 내내 무릎이 좋지 않았다고 하던데…
제가 수술한 부위 앞쪽이 이번 시즌 들어가기 직전에 딱 찢어졌어요. 그래서 그때 수술을 할까 고민을 했었는데, 진짜 거기(새롭게 도전에 들어가는 순간)서 수술을 한다는 걸 저 자신이 허락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꾹 참고 뛰었는데 그래도 생각했던 것보다 잘 버텼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정규리그 막판에는 무릎이 더 안 좋아진 것 같은 느낌도 들고, 챔프전 올라가서 내가 3경기를 연달아서 뛰어야 하는데 과연 뛸 수 있을까 되게 걱정이 많이 됐었는데, 다행히 챔프전 올라와서 크게 아프진 않았던 것 같아요. 부상이 생각보다 큰 건 아니지만 이제 찢어진 부위를 제거하는 그런 수술은 필요할 것 같아요. 또 지금도 어깨가 완전하지는 않은데 시즌 끝나고 그동안 안 좋았던 부위도 치료도 하고 재활도 할 생각입니다.

Q) 선수로서 거의 모든 걸 이뤘는데…앞으로 목표는?
제가 부상에서 자유롭지 못한 선수예요. 워낙 부상을 많이 달고 있고, 진짜 아침에 눈 뜨면 제 몸이 시한폭탄 같아요. 어디가 아프고 이런 게 너무 많았기 때문에 제 목표는 내년에 건강하게 한 게임도 빼놓지 않고 다 뛸 수 있는 거고요. 내년에는 보란 듯이 지금보다 더 좋은 모습 보여 드릴 거는 확실합니다.

[김형열 기자 henry13@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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