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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46세 GK 오영란, 25살 차이 대학생 선수들 슛도 '온몸으로 선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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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직지컵에서 40% 가까운 방어율로 '골문 사수'

초등학교 2학년 둘째는 '엄마, 빨리 지고 집에 와' 격려 아닌 격려

연합뉴스

오영란 골키퍼.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여자 실업핸드볼 인천시청의 골키퍼 오영란(46)은 1972년생이다.

지금은 초등학교 6학년과 2학년 딸 둘을 둔 '엄마 선수'이기도 하다.

2016년에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도 한국 선수단 전체를 통틀어 최고령 선수로 출전했다.

소속팀 조한준(45) 감독보다도 한 살 많은 것은 핸드볼계에서는 이제 신기한 일도 아니게 됐다.

'선수 생활을 언제까지 하느냐'는 질문을 받기 시작한 지도 오래됐지만 오영란은 올해도 골키퍼 유니폼을 입고 코트 위에 섰다.

21일 충북 청주 국민생활관에서 열린 2018 청주 직지컵 핸드볼대회 인천시청과 한국체대의 경기에서도 오영란은 전·후반 60분을 혼자 골문을 지켰다.

특히 올해 청주 직지컵은 2011년 이후 국내에서 실업과 대학이 7년 만에 맞대결하는 대회였다.

이날 오영란이 상대한 한국체대는 1990년대 후반에 태어난 선수들이 대부분이라 오영란과는 많게는 25살 이상 차이가 나는 선수들도 있었다.

하지만 오영란은 이날 상대 슈팅 27개 가운데 11개를 막아내며 방어율 40.7%로 선방했다.

특히 7m 스로에서는 노련미를 앞세워 4개 중 2개를 막아내 인천시청의 19-16 승리에 힘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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슛을 막고 있는 오영란. [대한핸드볼협회 제공=연합뉴스]



경기가 끝난 뒤 만난 오영란은 "올해도 몸 상태는 괜찮다"며 "경기를 매일 하는 것도 아니고 한 시간 뛸 체력은 충분히 된다"고 자신했다.

40대 중반을 넘어 후반으로 향하고 있지만 체중은 한창때와 큰 차이가 없다는 오영란은 "아무래도 나이가 있으니 먹는 것에 조금 더 신경을 쓰게 되더라"고 쑥스러워했다.

대학생 선수들과 경기를 치른 소감을 묻자 그는 "이런 시합을 하면 실업팀에 부담이 더 크기 마련"이라며 "워낙 패기가 좋은 젊은 선수들이라 오늘도 어렵게 이겼다"고 자평했다.

강일구 인천도시공사 감독과 '골키퍼 부부'로도 잘 알려진 오영란은 "둘째(동희)가 아직 2학년인데 '엄마, 빨리 지고 집에 와' 그러면서 상대 팀을 응원하더라"고 웃으며 "한참 엄마 손길이 필요할 때인데 미안한 마음이 크다"고 안쓰러워했다.

인천시청은 2010년대 초·중반만 하더라도 국내 실업 최강으로 군림했으나 최근 서울시청, SK, 삼척시청, 부산시설공단 등의 약진에 밀려 중위권으로 밀려났다.

오영란은 "후배들에게 '이 팀이 어떤 팀이었는지 아느냐'며 자부심을 갖고 뛰어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생각만큼 잘 안 된다"고 아쉬워하며 "저에게는 매 시즌이 새로운 만큼 올해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아시안게임이 있는 올해 태극마크에 대한 각오를 묻자 "리우올림픽도 감사한 마음으로 다녀왔는데 더 바라는 것은 욕심"이라며 "선수 생활을 언제까지 할지는 모르겠지만 올해도 체전이 끝나면 몸 상태를 보고 판단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email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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