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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단독]명문사학 휘문고 재단 임대료 38억원 횡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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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 2월 감사 착수

휘문중고교가 속한 학교법인 휘문의숙이 학교 강당과 운동장을 교회에 빌려주고 받은 임대료 약 38억 원을 수년간 횡령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강남 명문고의 ‘사학 비리’로 파장이 예상된다.

22일 서울시교육청과 학교 측에 따르면 A교회의 휘문고 강당 및 운동장 사용과 관련해 민원이 제기돼 지난달부터 시교육청은 휘문의숙에 대한 감사를 진행해 왔다. 본당이 경기도에 있는 A교회는 2003년부터 매주 수요일과 일요일 휘문고 강당과 운동장을 빌려 예배 장소로 활용해 왔다. 휘문의숙은 교회로부터 연간 수억 원을 임대료로 받았으나 이 가운데 1억5000만 원만 학교 회계 수입으로 편입했다. 임대료 수입을 축소해 매년 수억 원을 빼돌린 것이다. 법인 계좌와 휘문고 계좌로 임대료가 입금되면 바로 폐쇄하는 수법이 쓰였다.

시교육청은 학교 회계 관리를 주도한 휘문의숙 사무국장(휘문고 행정실장 겸임)인 박모 씨 외에 다수 직원이 개인적 착복 등 횡령에 연루된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현 이사장 민모 씨와 그의 어머니인 전 이사장 김모 씨에게도 돈이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이 있다.

학교 관계자는 “박 씨가 연봉에 비해 평소 씀씀이가 남달랐다”고 전했다. 현 이사장은 연간 1억5000만 원에 달하는 판공비를 사용했다. 인근 다른 학교에 비해 10배가 넘는 금액이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해 11월 휘문중에서 A교회 측에 ‘학교 운동시설 사용에 따른 비용 청구’ 공문을 보내면서 알려졌다. 휘문중고 야구부는 ‘스타 선수’를 길러낸 명문 야구부다. 휘문중 야구부는 A교회가 운동장을 임대한 날에는 운동장을 사용할 수 없어 학생들이 자비로 외부 운동장을 빌려 훈련했다. 이에 휘문중은 야구부 외부 연습비 3년간 9000만 원(버스 임차 및 운동장 대여료 1회 50만 원)과 농구부 외부 연습비 3년간 5400만 원을 A교회 측에 청구했다. 지난달 시교육청 감사가 시작된 이후에야 해당 금액이 입금됐다.

시교육청은 관련자 모두에 대한 징계를 요청하고 임시 이사 선임·파견도 검토하고 있다. 이 밖에 휘문고 교실 한 칸 리모델링비가 2500만 원에 달하는 등 공사비 이중 지출 의혹이 제기됐고 학교법인 수익용 기본재산 등에도 비리 의혹이 포착돼 검찰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여전히 사학들이 ‘감시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이번 비리를 키웠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휘문고 같은 명문 사학조차 아직도 ‘주먹구구’로 운영되고 있는 데다 2011년부터 자율형 사립고로 전환되면서 회계감사 등이 느슨해졌다.

현 이사장 민 씨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노환을 앓고 계신 어머니가 충격을 받으실까 걱정이다”며 “지난해 처음 횡령 사실을 인지했다”고 말했다. 이어 “법인카드도 혼자 사용한 것이 아니다. 돈이 도대체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이사장으로서 책임을 지고 (횡령액을) 변제하겠다”고 밝혔다. 횡령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박 사무국장은 “따로 드릴 말이 없다”고 말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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