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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사설] 이명박도 결국 구속 … 국민은 참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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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17대 대통령이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속됐다. 그가 불출석 의사를 밝힘에 따라 서류 증거 조사만으로 진행된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판사가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뇌물수수·조세포탈 등의 혐의에 대한 검찰 측 소명이 상당 부분 인정됐음을 의미한다. 이로써 1995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구속에 이어 23년 만에 전직 국가 지도자 두 명이 동시에 수감되는 사태가 재연됐다. 국민에게 참담함과 자괴감을 안겨 주는 일이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검찰에 제시했던 의견처럼 전직 대통령을 헌정 질서 파괴 이외의 일로 구속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더구나 전직 대통령 한 명이 이미 구금된 상황이라 검찰이 더욱 신중을 기할 필요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수사에서 드러난 혐의와 관련 증거들로 인해 구속영장 청구가 불가피했다고 보는 국민도 많은 게 사실이다. 이처럼 이 전 대통령이 국민 마음을 잃은 것에는 사법적 책임을 피하는 데 급급한 것으로 비치는 그의 태도도 한몫했다. 그는 직접 관여한 일이 아니라고 항변했지만 경위는 설명하지 않았다. 설령 그 주장대로 주변인 잘못에서 빚어진 일이고 본인은 잘 몰랐다고 하더라도 그에게는 가족과 측근에게 미룰 수 없는 정치적·도의적 책임이 있다.

검찰은 이른바 ‘적폐 청산 수사’가 검찰 개혁을 막는 방패가 될 것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아울러 과거에 두 차례 진행된 이 전 대통령 관련 수사의 결과는 왜 이번과 180도 달랐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검찰의 잘못이 있었다면 솔직하게 고백해야 한다. 이제 검찰이 제시한 범죄사실의 진위는 법원에서 가려질 것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증거와 법리에 따른 엄정한 재판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법을 수호하겠다고 선서한 대통령들이 퇴임 이후 구치소로 향하는 비극이 되풀이되고 있다. 우리 사회도 언제까지 이런 ‘불행한 대통령’들의 뒷모습을 지켜봐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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