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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법원 "증거인멸 우려" 판단…23년만에 전직대통령 2명 동시 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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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前대통령 구속 ◆

매일경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자정 서울 동부구치소로 떠나기 위해 검찰 관계자들과 서울 논현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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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이명박 전 대통령(77)이 서울동부구치소에 수감되면서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와 구속기소 시점이 관심이다. 검찰은 최장 20일간 이 전 대통령의 신병을 확보해 수사할 수 있지만 구속기한을 연장하지 않고 10일 이내에 수사를 마무리해 이달 안에 기소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재판에서 다스 실소유주 의혹 등 공방이 치열한 쟁점에 대해 얼마나 구체적이고 명확한 증거로 혐의를 입증하느냐가 관건이다.

◆ 박 전 대통령은 서울구치소에 수감

이 전 대통령은 23일 자정께 구속영장을 집행하기 위해 자택으로 온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들과 함께 송파구 문정동에 위치한 동부구치소로 이동했다. 수사를 담당해온 신봉수 첨단범죄수사1부 부장검사(48·29기)와 송경호 특수2부 부장검사(48·29기)가 직접 수사관들과 방문했다. 이 전 대통령은 구치소에 도착해 다른 미결수용자와 같은 수감 절차를 밟았다. 교도관에게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 인적사항을 확인받고 신체검사도 받았다. 구치소에 들어서는 순간 전직 대통령에 대한 청와대 경호와 의전은 끊겼다.

지난해 3월 31일 구속된 박 전 대통령에 이어 이 전 대통령까지 구속됨에 따라 1995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구속 이후 23년 만에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이 동시에 구속됐다.

동부구치소에는 최순실 씨,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이 수감돼 있다. 지난해 9월 옛 성동구치소를 옮겨와 새로 문을 연 곳이라 상대적으로 시설이 최신식이다. 중앙지검의 주요 피의자는 일반적으로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수용되지만 이미 박 전 대통령과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 등 이 전 대통령의 공범 관계인 피의자들이 수용돼 있어 배제했다고 한다.

이 전 대통령에게는 전직 대통령 예우 차원에서 박 전 대통령과 같은 3평가량 크기의 독거실이 제공됐다. 이는 일반 수용자들이 쓰는 독거실 1.9평보다 넓다. 박 전 대통령의 독거실에는 일반 수용자들에겐 없는 간단한 샤워시설도 마련됐다. 다만 법무부는 방 크기를 제외하고 비치되는 침구류 등 집기, 식사 등 다른 조건은 일반 수용자와 동일하게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 "영장 범죄 소명" 판단

서울중앙지법 박범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2일 오후 11시께 "범죄의 많은 부분에 대해 소명이 있고 피의자의 지위, 범죄의 중대성 및 이 사건 수사 과정에 나타난 정황에 비춰볼 때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으므로 피의자에 대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이 인정된다"며 이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에 중앙지검 수사팀은 "앞으로 법과 절차에 따라 수사와 기소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사건 핵심 쟁점인 '이 전 대통령이 뇌물수수 사실을 인식했는지'와 '다스 실소유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 검찰이 측근 등 관련자 진술과 영포빌딩에서 확보한 문서 등을 통해 법원을 설득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대신 이 전 대통령 측의 "진술과 문서가 조작됐고,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없다"는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초 이 전 대통령의 구속 여부를 결정하는 데는 범죄가 얼마만큼 소명됐는지가 관건일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다만 이날 법원 판단은 '이 전 대통령의 혐의를 추가 조사하기 위해 구속이 필요하다'고 인정한 것이지 '혐의가 유죄로 판단된다'는 것은 아니다. 기소 후 법정에서 유죄 판단을 받기 위해선 보다 탄탄한 증거가 필요하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의 다스 실소유주 의혹은 이면계약서 등 직접적인 물증 대신 설립과 운영에 관여하거나 법인카드를 사용한 정황 위주여서 혐의 입증이 까다로울 수 있다는 분석이 많다.

다스 실소유주 의혹은 삼성의 소송비 대납이나 다스 경영비리 등 이 전 대통령의 혐의 사실을 구성하는 전제조건이기 때문에 중요하다.

또 이 전 대통령은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 상납을 비롯해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 민간 부문 뇌물 수수 등 혐의를 받고 있다. 뇌물 혐의액만 110억원에 달한다. 현행법상 뇌물 액수가 1억원을 넘으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을 적용받아 10년 이상의 무거운 형을 받게 된다.

앞서 이날 법원은 "피의자 본인의 심문 포기 의사가 분명한 이상 심문 절차를 거치지 않겠다"며 서류심사만으로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판단했다. 검찰이 제출한 구속영장 청구서 분량은 범죄 사실과 일람표를 포함해 A4용지 207쪽에 달한다. 110억원대 뇌물과 총 350억원대 비자금 등 12개 안팎의 혐의를 적시했다.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를 설명한 검찰의 의견서는 1000쪽이 넘는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서면심사에서도 추가 의견서와 추가 증거자료를 제출하는 방법으로 끝까지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며 "지금까지 법원에 제출한 서류 분량은 총 8만쪽, 157권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심문 절차는 생략됐지만 서류심사에만 오랜 시간이 걸렸다.

1년 전 박 전 대통령은 역대 최장 시간인 8시간40분 동안 영장심사를 받았고, 구속 결정이 나오기까지 약 8시간이 더 걸렸다.

[이현정 기자 / 송광섭 기자 / 성승훈 기자 / 류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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