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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미국 관세폭탄 부과 대상국에서 한국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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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통신이 22일(현지시간) 미국이 ‘관세 폭탄’ 부과 대상국에서 한국을 제외했다고 보도했다. 이로써 23일 예정됐던 철강에 매겨지는 ‘25% 관세’는 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철강업계는 일단 눈 앞에 급한 불은 껐다는 분위기다. 하지만 미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과 연동해 자동차 등에 ‘통 큰 양보’를 요구하고 있어 다른 불씨가 남았다. 특히 ‘양국간 이익균형을 맞추겠다’며 앞으로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유사한 수입규제 발표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큰 틀에서 대응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AFP통신은 미국이 한국을 비롯해 유럽연합(EU), 아르헨티나, 호주, 브라질, 캐나다, 멕시코 등 7개국을 철강 관세 부과 대상국에서 제외했다고 22일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8일 수입산 철강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으며, 이 명령은 23일부터 시행된다. 그간 정부는 산업통상자원부 소속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유명희 통상교섭실장 등 외교통상라인을 워싱턴에 총출동시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을 상대로 전방위 설득전을 펼쳤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21일 미 의회에 출석해 미측 당국자 중 처음으로 철강 협상과 한·미 FTA가 함께 논의되고 있음을 공식 인정했다. 그는 “미국과 한국은 마지막 ‘몇 가지 문제들’을 어렵게 다루고 있다”면서 “우리가 의회를 기쁘게 할 합의에 이르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한·미 FTA 개정협상의 성공적인 종료’를 전제로 철강 협상을 벌여왔다.

한국은 미국이 무역불균형의 대표 요인으로 지목한 자동차 분야에서 일부 양보를 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한국의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안전·환경 규제 완화와 한국산 픽업트럭에 대한 관세 기간 연장, 한국 브랜드 자동차의 미국 현지 생산 부품 사용 확대 등을 요구해왔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국내 자동차산업은 실뿌리처럼 연결돼 연관산업 측면에서 그 규모가 철강을 훨씬 뛰어넘는다”며 “정부가 자칫 철강과 자동차 맞교환에 매몰돼 손쉽게 주고받기를 했다가는 나중에 큰 손해를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번 협상을 계기로 ‘선(先) 규제 발표, 후(後) 협상 개시’ 전략을 제도화하는 분위기다. 상대국 제품 수출에 타격이 되는 규제 조치를 먼저 발표한 뒤 협상을 통해 무역불균형을 해소할 양보안을 받아내는 식이다. 철강의 경우 그간 사문화됐던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한국산 철강이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근거가 불충분한 논리’를 내놨지만 정작 협상기간 내내 끌려다닌 것은 한국이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국가별 협상 종료 희망시한을 4월 말로 제시하면서도 “정해진 기간은 없다”며 ‘무제한 협상’ 가능성을 열어놨다. 대상 국가별로 일대일 협상을 개시해 미국발 보호무역주의에 대항하는 국가 간 공조 움직임을 차단한 데 이어, 미국에 유리한 결론이 도출될 때까지 시간을 버는 전략을 펴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미국발 수입규제가 이제 겨우 서막이 열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USTR은 이달 말 미국의 상품과 서비스, 투자에 장애가 되는 각국 관행이나 정책이 담긴 ‘나라별 무역장벽보고서(NTE)’를 발표한다. 미국 기업과 이익단체 주장을 토대로 해마다 작성되는 이 보고서에서 대미 무역흑자 폭이 큰 한국은 늘 중점 타깃이 돼왔다. 지난 1월 발표된 세탁기·태양광 제품의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와 철강·알루미늄 ‘추가 관세 폭탄’에 이어 어떤 제품이 도마에 오를지 예측하기 어렵다.

일부에서는 NTE 발표와 맞물려 트럼프 대통령이 ‘슈퍼 301조’를 부활시킬 가능성까지 거론한다. 다른 나라의 불공정한 무역관행을 지정해 제재를 가하는 슈퍼 301조는 1988년 제정돼 2년간 한시적으로 시행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슈퍼 301조가 부활되면 USTR은 특정 국가를 지목해 조사에 나선다. 백악관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해당 국가에 수입규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향후 미국의 무원칙한 수입규제를 제어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근본 해결책 없이 건건이 사안별 협상에 매달리다가는 미국 전략에 말려 끌려갈 위험이 있어서다. 정부 당국자는 “미국의 부당한 수입규제 조치 역시 추가 안건으로 올려놓고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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