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19 (화)

[뉴스분석] 빨라지는 금리시계…빚 많은 가구 이자폭탄 '직격탄'

댓글 5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국내 경제 파장·전망 / 연준, 인상 기조유지로 불확실성 해소 / 금융시장은 우려와 달리 비교적 차분 / 은행 대출금리 상승세… 연말 6% 육박 / 취약차주 가계부채 규모 81조원 달해 / 금리 1%P 오르면 이자 14조원↑ ‘비상’

세계일보

22일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10년7개월 만의 한·미 금리역전 상황이 재연됐지만 국내 금융시장은 비교적 차분했다. 하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미국은 올해에만 최소 3차례 금리를 인상할 것이 확실시되는 만큼 한·미의 금리역전 폭은 점점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럴수록 자금유출 압박은 심해진다. 시장의 금리 상승 흐름이 가속되면 가계부채의 약한 고리인 취약차주가 직격탄을 맞게 된다.

세계일보

韓銀 총재에 질문 쇄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로비에서 미국 기준금리 인상과 한·미 금리역전 상황이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시장 차분했지만 부채 위기감 고조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날보다 11.05포인트(0.44%) 오른 2496.02로 장을 마쳤다. 우려와 달리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약 2123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면서 지수를 끌어올렸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0.4원 오른 달러당 1072.7원으로 마감했다.

공개된 점도표에서 연준이 올해 기준금리를 3차례 인상하겠다는 기조를 유지하면서 불확실성이 사라진 것이 시장 심리를 안정시켰다는 분석이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FOMC는 시장 컨센서스에 부합하는 수준이어서 시장은 안정된 모습”이라고 말했다.

세계일보

당장 발등의 불은 가계부채다. 미국 금리인상은 국내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진다. 미국을 따라 한국은행도 올해 금리를 추가로 올리면 금리 상승폭은 더 커지게 된다. 지난해 한국 가계부채 규모를 1450조원으로 단순 계산할 때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이자부담이 14조5000억원씩 늘어난다.

이미 금리는 지난해 말부터 오르고 있다. 신규취급액 기준으로 은행대출 평균 금리는 지난 1월 3.69%로 집계됐다. 지난해 10월 이후 3개월 연속 상승했다. 잔액기준 금리도 지난해 8월 이후 5개월 연속 상승해 3.53%까지 올랐다. 시중은행의 일부 주택담보대출 상품 금리는 5%를 돌파했다. 금융권에서는 지금 같은 추세라면 연말에는 대출금리가 6%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한다.

세계일보

특히 금리가 상승하면 취약차주는 더 큰 충격을 받는다. 지난 9월 말 현재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하위 30%) 혹은 저신용(7∼10등급)인 취약차주가 보유한 대출규모는 81조원으로, 전체 가계대출의 6%다.

이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은 가계부채 등 위험요인을 점검하고 금융상품 불완전판매 등 시장질서 교란행위에 대해 감시를 강화하기로 했다. 또 은행들에 엄격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하고 비상대응체계를 재점검하기로 했다.

세계일보

◆금리역전 장기화 땐 자금유출 불가피

한·미 금리역전으로 당장 외국인 자금이 유출될 우려는 크지 않다. 과거 사례를 봐도 한·미 금리역전에 따른 자금유출은 제한적이었다. 앞서 1999년 7월∼2001년 2월과 2005년 8월∼2007년 8월 두 차례 한·미 금리가 역전됐는데, 이 기간 각각 181억1000만달러, 233억7000만달러가 유입됐다. 올 1∼2월 동안에도 39억4000만달러 외국인 투자금이 들어왔다.

하지만 미국 금리인상 속도가 빨라져 금리차가 커지면 자금유출은 불가피하다. 올해 미국이 3차례, 내년 3차례 올린다면 내년까지 역전 상황이 이어지게 된다. 더 높은 수익을 좇아 움직이는 자본의 특성상 금리가 낮고 언제까지 불안정한 신흥국인 한국 시장에 머무를지 알 수 없다. 한·미 금리차가 1%포인트까지 확대된 2006년 5∼8월 당시 코스피에서 외국인의 누적 순매도는 9조8000억원으로, 이 기간 코스피는 9.5% 하락한 바 있다.

전상용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역사적으로 한·미 금리차가 0.25∼0.50%포인트일 때는 외국인 투자자 순매도 규모가 증시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지만, 0.75%포인트 이상 벌어질 경우 자본유출은 코스피에 강력한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진경·백소용 기자 ljin@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 Segye.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