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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트럼프, 시진핑에게 재선출 축하 대신 관세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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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2일 중국산 물품에 53조원대 관세·과징금 부과 서명

“미국 요새 주변에 장벽을 세우는 보호주의 정책”

중국 대두·전자제품 보복 ‘검토중’…불매운동 가능성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기타 방식으로 시진핑 주석에게 축하를 표시했다.”

중국 외교부가 21일 누리집 공지를 통해 시진핑 국가주석의 재선출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축하 인사가 있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설명은 없었다. 26개 나라 및 국제기구와 정당 등의 지도자가 축전 및 축하 편지를 보내왔다며 그 내용도 소개한 것에 비추면 기이한 발표였다.

시 주석이 지난 17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만장일치로 국가주석에 재선출되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필두로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해 각국 정상의 축전이 연일 쏟아졌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축하 인사는 있었는지조차 의문시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이 국가주석으로 재선출된 다음날 대선에서 승리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는 축하 전화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2기 지도부를 막 출범시킨 시 주석에게 ‘관세 폭탄’으로 인사를 대신하고 있다. 그는 22일 기술 도용 등 지식재산권 침해를 문제 삼아 무역법 제301조를 근거로 연간 최소 500억달러(약 53조원) 규모의 관세 및 과징금을 부과하는 계획을 담은 ‘중국의 경제적 공격을 겨냥한 대통령 메모’에 서명할 예정이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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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조처는 지금까지 미국이 중국에 취한 가장 공격적인 무역 보복으로 평가된다. 신발 및 의류에서부터 전자제품, 미국 내 투자 제한 등 100여개 항목이 들어 있다. 23일 발효되는 철강·알루미늄 관세와 더불어 무역전쟁의 파고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미국 행정부 당국자는 <폴리티코>에 “깡패(bully) 얼굴에 한방 먹이는 게 필요하다는 인식이 있다. 이게 지금 일어나는 일을 가장 잘 설명한다”고 말했다.

리커창 총리가 20일 전인대 폐막 기자회견에서 “중-미 무역전쟁은 양쪽 모두에 좋을 게 없고, 승자도 없다”고 말한 데서 보듯, 중국은 표면적으로 ‘전략적 평정’을 취해왔다. 하지만 실제로는 여러 맞대응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복 전략은 대두나 수수, 돼지고기 등 미국산 농축산품을 겨냥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21일 전했다.

특히 이런 품목들의 주산지인 미국 중부는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표를 몰아준 지역이어서, 중국은 정치적 효과까지도 계산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미국이 생산하는 대두의 3분의 1을 사는 최대 수입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대두 생산량이 많은 10개 주 가운데 8곳에서 승리를 거뒀다. 미국 일각에선 중국이 수입선을 대체할 수 없을 것으로 보지만, 중국에선 브라질·러시아산을 들여오면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국이 자국에 공장이 있는 애플이나 인텔 등 미국 기업에 보복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유럽연합(EU)이 폴 라이언 하원의장의 지역구인 위스콘신주에 본사가 있는 모터사이클 업체 할리데이비드슨 상품의 수입 제한을 검토하는 것과 비슷한 방식이다.

비행기 도입선을 미국 보잉에서 유럽의 에어버스로 대체하는 방안이나, 미국 여행 및 유학 제한도 거론된다. 중국 상품의 가격을 낮추기 위한 위안화 평가절하와 미국 국채 매각도 중국이 쥔 카드라는 관측도 나온다.

‘사드 보복’ 때처럼 미국산 불매운동이 촉발될 가능성도 있다. <환구시보>는 22일 사설에서 “브랜드는 독일차에 못 미치고 연비는 일본차에 못 미치니 중국 소비자에게 가장 먼저 버림받을 차는 미국차” “미국의 자랑 애플은 중국 국산 휴대전화의 엄준한 도전에 직면했다”며 민심을 자극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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