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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토할 것 같다” “끔찍하다”…갈 데까지 간 영-러 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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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영 외교 존슨 “푸틴, 히틀러와 비유될 인물” 막말

러 외교 대변인 “존슨은 악의의 독에 중독된 인물”

영, EU 차원 조처 요구…일부 국가들은 미온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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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스 존슨 영국 외교장관.


영국에서 발생한 러시아 이중스파이 부녀 독살 시도 사건을 둘러싼 양국의 갈등이 욕설을 퍼붓는 수준으로까지 치달았다.

<데페아>(DPA) 통신은 보리스 존슨 영국 외교장관이 21일 의회에 나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히틀러에 빗댔다고 보도했다. 존슨 장관은 이언 오스틴 노동당 의원이 “푸틴은 히틀러가 1936년 올림픽을 이용한 방식으로 (6월에 개막하는 러시아 월드컵을) 이용하려 한다”고 하자, “1936년과 비교하는 것은 아주 정확하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월드컵 개최를, 히틀러가 베를린 올림픽을 독일의 국력을 과시하면서 위장된 평화를 선전하는 기회로 활용한 것에 비유한 것이다. 존슨 장관은 “솔직히 푸틴이 이런 스포츠 행사를 즐긴다는 것을 생각하면 구토가 나올 지경”이라고까지 했다. 영-러는 적대적인 관계를 이어왔지만 이 정도로 심한 표현이 나온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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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


러시아는 즉시 발끈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페이스북을 통해 “존슨은 악의와 증오의 독에 중독됐다” “상스럽다”고 비난했다. 이어 “핵무기 보유국의 리더십을 이런 사람이 대표한다니 끔찍하다”고 했다. 또 “나치즘에 맞서 수백만명이 목숨을 잃은 나라”(러시아)에 히틀러를 비유한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양국은 지난 4일 발생한 세르게이 스크리팔(66) 부녀 독살 시도를 둘러싸고 서로 외교관 23명씩에 대해 추방 조처를 했다. 영국 정부는 러시아 월드컵에 왕실과 각료들을 보내지 않겠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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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6년 베를린 올림픽 개막식 때의 히틀러.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22일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러시아에 대한 단호한 입장을 낼 것을 다른 나라 정상들에게 요구할 방침이다. 외신들은 유럽연합 정상들이 독살 시도 자체를 비난하는 입장까지는 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 정부를 공격 주체로 규정하는 것에는 이탈리아나 그리스 등 러시아와 가까운 편인 국가들이 반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1일 통화에서 “러시아에 책임을 묻기 위한 조처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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