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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경제학 박사학위' 없는 파월, 이론·모델 탈피…"경제, 직접 봐야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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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첫 FOMC 회견서 이론·모델 대신 경제지표 근거한 통화정책 시사…'필립스곡선' 집착 않을 듯]

머니투데이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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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변화는 직접 봐야 알겠다."

블룸버그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제롬 파월 의장이 21일(현지시간) 취임 후 처음 주재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뒤에 가진 회견에서 전한 메시지를 이렇게 요약했다. 그가 특정 이론이나 모델보다 실물경제지표를 근거로 통화정책을 운용할 방침임을 시사했다는 것이다.

파월 의장은 이날 회견에서 "우리가 인플레이션이 가속화하는 시점에 있다는 지표는 의미가 없다"며 "우리는 임금과 물가의 적당한 상승을 봐왔는데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정책이 공급 측면에 이익이 되겠느냐는 질문에도 "전체적인 것은 불확실하다"고 답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친성장정책이라고 내세운 감세정책 효과도 두고 봐야 한다는 얘기다.

줄리아 코로나도 마크로폴리시퍼스펙티브 사장은 "파월 의장은 (전임자인) 재닛 옐런보다 사고가 덜 얽매여 있다"며 "그는 모델이나 이론에 묶여 있지 않고 최신 경제지표에서 신호를 받으려는 경향이 더 강하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폴 볼커 전 의장(1979~87년 재임)에 이어 31년 만에 경제학 박사학위 없이 '세계 경제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그가 대다수 전임자들과 달리 경제 이론이나 모델에 얽매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 가운데 하나다.

파이낸셜타임스(FT)를 비롯한 외신들은 파월의 이날 회견이 전임자들에 비해 간단명료했다고 평가했다. 회견 시간은 약 45분으로 보통 1시간이 걸린 옐런에 비해 훨씬 짧았고 질문에 비해 답변도 간단했다. AP통신은 옐런 전 의장의 답변이 매우 신중하고 경제학적으로 복잡한 내용이 많아 때로는 일부러 시간을 끄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서 FRB의 통화정책 향방과 관련해 가장 주목해온 경제학 개념은 '필립스곡선'이다. 실업률과 물가상승률의 반비례 관계를 나타낸다. 실업률이 떨어지면 임금상승률이 높아져 인플레이션 압력도 커진다는 이론이다. 1958년 처음 제기된 뒤 196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의 반론과 불황 속에 물가가 치솟는 스태그플레이션에 유효성을 의심받았지만 필립스곡선은 여전히 중앙은행의 인플레이션 모델로 남아 있다.

문제는 최근 필립스곡선에 대한 신뢰가 다시 땅에 떨어졌다는 점이다. FRB의 고민이 클 수밖에 없었다. FRB는 물가안정을 정책목표로 삼고 있는 대다수 중앙은행과 달리 물가안정과 더불어 완전고용이라는 '이중책무'를 떠안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침체가 한창이던 2009년 10%에 달했던 미국의 실업률은 지난달 4.1%로 완전고용 수준에 도달했지만 물가상승률은 수년째 안정 목표치인 2%를 밑돌고 있다. 필립스곡선을 거스르는 물가상승률 때문에 옐런 전 의장은 금리인상을 머뭇거렸다.

이론과 모델에 집착하지 않는 파월 의장의 향후 행보를 속단하기는 어렵다. 필립스곡선에 얽매이지 않으면 옐런에 비해 금리인상에 더 자유로울 수 있다.

이날 시장은 혼란을 겪는 듯 했지만 FRB의 결정과 파월 의장의 발언에서 일단 비둘기파(온건파) 성향을 포착한 모양새다. FT는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가 2.9% 밑돌고 뉴욕증시가 소폭 내리는 데 그친 데다 결정적으로 달러가 약세를 띤 사실에 주목했다.

김신회 기자 rasko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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