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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서울 부자' 다 모인 개포… '투기' 못 잡고 3만명만 자극(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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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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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로또'로 불린 강남 일원동 개포8단지 재건축 '디에이치자이 개포'가 1순위 청약에서 평균 25대 1, 최고 9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당초 '10만 청약설'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정부가 부양가족 실태 전수조사와 당첨자 세무조사 방침을 밝힌데다 중도금 대출까지 무산된 점을 감안하면 흥행에는 성공했다. 하지만 정부 규제에도 서울에서 3만명의 현금 부자들이 모이며 규제를 할 수록 수요가 늘어나는 '규제의 역설'도 증명하게 됐다.

지난 21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디에이치자이 개포'는 특별공급을 제외한 일반분 1246가구 모집에 1순위에서 3만1423건이 몰려 평균 25.22대 1을 나타냈다.

단 16가구를 모집하는 63P(판상형)㎡ 타입에는 1451명이 몰려 90.69대 1의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고 가장 많은 303가구를 모집하는 84P㎡ 타입에도 8116명이 몰려 26.79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전용 84㎡ 이하는 100% 가점제로 선발하는 만큼 50% 추첨제가 적용되는 바로 위 평형인 103P㎡ 타입에 가점이 낮은 청약자들이 몰리면서 47.29대 1로 두 번째로 높은 경쟁률을 나타냈다. 103T(타워형)㎡ 타입도 30.14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이외 30억원이 넘는 173㎡ 타입에도 4가구 모집에 81명이 몰려 20.25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고 단 1가구를 공급하는 176㎡ 타입에도 16명이 청약을 신청해 16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평균 경쟁률은 최근 3년간 개포 일대에 공급된 아파트 중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정부의 연이은 규제에도 서울 현금 부자 3만명을 모으는데는 성공했다. '디에이치자이 개포'의 분양가는 최소 9억8010만원으로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해 적어도 7억원 가량을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시장에서는 '로또 아파트'가 현실이 된 만큼 '디에이치자이 개포'의 청약 탈락자 3만명이 향후 미계약분이나 다른 강남권 재건축 단지로 몰려들며 또다른 광풍을 야기할 것으로 내다봤다. 더욱이 300%가 넘는 높은 용적률과 영구 음영이 생기는 가구가 있는 악재에도 3만명이 청약에 나선 점을 감안하면 투기 세력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금수저 청약'을 양상한 특별공급도 새로운 문제로 떠올랐다. 사회적 취약계층의 내집 마련을 돕기 위한 특별공급 제도가 '금수저'들의 편법 청약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에서다.

실제 이번 특별공급 당첨자 명단을 보면 지난 20일 '디에이치자이 개포' 특별공급 선정 결과 1999년생인 김모(19) 씨가 최연소 당첨됐다. 김 씨는 기관추천 특별공급으로 전용면적 84㎡ 타워형에 당첨됐다. 기관추천 특별공급은 국가유공자, 장애인, 10년 이상 장기복무 군인, 북한이탈주민 등을 대상으로 각 담당 기관의 추천을 받아 당첨자를 선정한다.

총 105명을 선정한 기관추천 당첨자에는 김 씨 외에도 1994년생, 1991년생 등 1990년대생 2명이 더 포함됐다. 1989년생, 1988년생 등 30세가 안된 이들을 비롯해 1980년대생도 6명이 포함돼 있었다. 기관추천 특별공급 배정물량 119가구 중 부적격으로 탈락한 이들을 제외하고 당첨된 105명 중 14명이 만 40세가 안된 사람들이었다.

한 시장 전문가는 "기관추천형 등 다양한 특별공급은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제도로 10억원이 넘는 고가 아파트에 사회적 약자를 위한 배려 물량이 따로 있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며 "시장 상황에 맞는 분양 공급을 통해 금수저 청약 등의 논란을 방지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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