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6 (화)

[단독]양승태 대법원, 상고법원 도입 치적 위해 ‘박근혜 심기’ 살폈나

댓글 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긴급조치 피해자 ‘국가배상 판결’ 판사 징계 시도 왜

판사들 통제 ‘보여주기’…법원 관계자 “판결 위축” 효과

법조계 “법관·재판 독립 부정, 위헌적 행위…매우 충격”

경향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양승태 대법원’이 특정 재판의 결론을 이유로 법관 징계를 시도한 의혹에 대해 법조계 관계자들은 “법관과 재판의 독립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위헌적인 행위로 매우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재판 결과를 두고 징계를 하는 것은 사실상 퇴직 종용과 마찬가지로, 뒷조사를 벌이거나 인사에서 불이익을 주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말했다.

■ ‘법관 징계’는 판사 통제 목적

법관은 헌법에 신분 보장이 명시돼 있다. 파면할 수 없고 징계만 가능하다. 어떤 경우에도 양심에 따라 독립해서 재판하라는 의미다. 법관 징계 사유는 두 가지다.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거나 직무를 게을리한 경우, 품위를 손상하거나 법원의 위신을 떨어뜨린 경우다. 대법원 판결대로 재판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판사를 징계한 사례는 없다.

양승태 대법원의 판사 징계 시도는 일차적으로 판사들을 강력하게 통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법원 관계자들은 “2015년 10월 대법원이 판사 징계를 준비한다는 소문이 돌았다”면서 “말이 안되는 것은 알았지만 법관들이 위축되는 효과는 분명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 박정희 정권에 면죄부

판사 징계 시도는 역사의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리는 일이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만 해도 대법원은 긴급조치 등 과거사 정리에 적극적이었다. 2010년 대법원은 박정희 정권의 긴급조치 1호를 위헌으로 판단했다. 헌법재판소의 권한을 가로챘다는 얘기가 돌 정도였다. 이후 대법원은 긴급조치 9호까지 줄줄이 위헌을 선언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자 후속 소송 격인 손해배상을 기각함으로써 박정희 대통령 시절 저질러진 각종 불법행위에 사법부가 앞장서 면죄부를 줬다. 법원 관계자는 “긴급조치 손해배상 소송이 대법원에서 패소하기 시작한 것이 2013년 2월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라고 말했다. 그는 “2015년 3월 대법원 판결은 긴급조치 손해배상을 막는 완결판”이라며 “이 판결을 앞두고 대법원이 전국의 긴급조치 손배 사건을 모두 조사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했다.

경향신문

손해배상 인정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위법 통치를 확인하는 것이어서 청와대가 강하게 문제 삼았을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각종 판결을 점검하고 지적해온 사실은 김영한 전 수석 비망록 등에 드러나 있다.

■ “상고법원 위해 정권과 거래”

양 대법원장이 스스로 삼권분립을 훼손하며 정권에 굴복·유착한 것은 그가 역점 사업으로 추진한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서라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더 이상 올라갈 자리도 없는 대법원장이 정권의 눈치를 볼 일이 뭐가 있냐”면서 “자신의 업적으로 만들고자 하는 욕망이 강했고, 이를 위해 판결을 통제하려 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법권 남용 추가조사위원회가 판사 징계 추진 문건을 비공개한 것은 찬반이 갈린다. 추가조사위의 조사 범위가 판사 뒷조사 파일(블랙리스트) 관련이어서 밝히지 않은 게 맞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공무원은 공무 과정에서 알게 된 불법행위를 신고할 의무가 있다. 추가조사위 관계자는 법관 징계 시도 문건을 공개하지 않은 것에 대해 “종료된 조사 과정도 밝힐 수 없게 돼 있다”고 말했다. 현재 후속 조사 중인 특별조사단(2차 추가조사위) 관계자는 “추가조사위 보고서 내용 외에는 아는 바가 없다”면서 “특별조사단의 조사 범위는 사법권 남용 전반”이라고 말했다.

<이범준 사법전문기자 seirots@kyunghyang.com>

▶ 경향신문 SNS [트위터] [페이스북]
[인기 무료만화 보기]
[카카오 친구맺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