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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한파·폭설… 3월 지구촌 휘젓는 '시베리아 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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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세상]

봄은 어디로 가고… 전세계 기상이변 속출, 왜?

북극 기온 갑자기 오르면서 제트기류 뚫고 찬 공기 남하… 시베리아 지나 EU·북미 덮쳐

이탈리아 베네치아는 물난리, 뉴욕·워싱턴은 눈폭풍에 휴교

경북·동해안도 이례적 대설

춘분(春分)인 21일 전국 대부분 지역에 3월 하순치고는 많은 눈이 내렸다. 대구에선 1907년 기상 관측 이래 3월 하순에 내린 눈으로는 가장 많은 3.3㎝ 눈이 쌓였고, 대전에서도 24년 만에 최대 적설량(5.6㎝)을 기록했다.

이 예기치 않은 눈으로 국내에서도 혼란이 빚어졌다. 대구와 경북·부산 등지에선 20여 개교가 휴교하고 200여 곳의 초·중·고가 등교 시간을 늦췄다. 눈길 미끄럼 사고도 발생했다. 농작물 피해도 커졌다. 경북 영양군에서 폭설로 지붕이 무너지는 등 1㏊의 인삼 재배 시설이 피해를 보고, 청도군 농가에서는 비닐하우스 붕괴 사고 등이 잇따랐다.

조선일보

봄과 겨울의 반짝 데이트 - 절기상 춘분(春分)인 21일, 눈 덮인 경남 함양군 천년의 숲 상림공원을 찾은 시민이 우산을 펼쳐 들고 3월 하순의 눈 풍경을 만끽하고 있다. 이날 3월 하순 기록으로는 108년 만에 가장 많은 눈이 내린 대구를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예기치 않은 눈이 내렸다. 눈은 22일 오전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그칠 것으로 예보됐다. /함양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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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과 경북 지방 등에 많은 눈이 내리고, 봄철치고는 추운 날씨가 빚어진 것은 우리나라 북동쪽에 자리 잡은 차가운 고기압이 남쪽에서 불어오는 따듯한 공기와 맞부딪쳤기 때문이라고 기상청은 밝혔다. 기상청은 "오는 23일(금) 오전까지 평년보다 추운 날씨가 이어지다 주말부터는 평년 수준 기온을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폭설·한파에 갇힌 유럽

우리나라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초봄에 한파와 폭설이 몰아치는 기상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유럽 전역에서 예년 3월보다 섭씨 6~8도 낮은 때아닌 한파와 폭설로 한겨울을 방불케 했다.

파리의 명소인 에펠탑이 지난 18일 오전(현지 시각) 예고 없이 문을 닫고 관광객 입장을 막았다. 밤새 내린 눈으로 통로와 계단이 얼어붙는 바람에 관광객이 다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예년에는 한겨울에도 에펠탑이 결빙(結氷)을 이유로 문을 닫는 일이 거의 없었는데, 3월 중순 초봄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

19일 영국 중남부 지방에는 최대 20㎝ 폭설이 내렸고, 스코틀랜드에선 영하 5도로 기온이 뚝 떨어졌다. 영국 전역에서 이날 700곳 이상 학교가 휴교령을 내렸다. BBC 등 유럽 주요 TV에선 요즘 "3월 기온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낮다"는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조선일보

눈벼락 맞은 유럽·미국 - 올 3월 유럽과 미국 등 북반구가 때 아닌 한파를 겪고 있다. 20일(현지 시각) 독일 베를린에서 두 사람이 눈을 맞으며 베를린 장벽 옆을 걷고 있다.(사진 왼쪽) 지난 13일 미 북동부 매사추세츠주 시추에이트에 몰아친 눈폭풍에 한 보행자가 휘청대는 모습.(오른쪽) 유럽 전역에서는 기온이 예년보다 6~8도 떨어지는 현상이 한 달 가까이 이어졌고, 미국에서는 일부 주에서 체감 기온이 영하 69도까지 떨어졌다. 한국에도 21일 전국 대부분 지역에 눈이 내리는 등 봄을 앞두고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렸다. /AFP·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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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선 강풍과 악천후로 인해 바닷물 수위가 높아지는 '아쿠아 알타(Acqua alta)' 현상이 벌어져 산마르코 광장이 물에 잠겼다.

유럽뿐 아니라 북미 대륙에서도 강력한 한파가 불어닥쳤다. 20일(현지 시각) 미 동북부에 강풍을 동반한 폭설이 예보돼, 워싱턴DC와 뉴욕, 필라델피아에서는 관내 공립학교가 휴교했고, 항공기 3200여편이 결항됐다. 1월에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29년 만에 눈이 내렸고, 나이아가라폭포 주변이 꽁꽁 얼어붙어 폭포 주변에 얼음이 떠다녔다. 1월 초 뉴햄프셔주에서는 기온이 영하 38도, 체감 기온이 영하 69도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반면 남반구는 폭염이 몰아쳤다. 1월 호주 시드니에선 1939년 이후 가장 높은 47.3도까지 기온이 올라갔다. 호주 오픈 테니스대회가 기온이 40도를 웃도는 바람에 경기가 중단되는 일이 반복됐다. 시드니 일대는 3월 들어서도 기온이 40도 안팎을 유지하고 있어 1983년 이후 가장 더운 3월을 보내고 있다고 호주 기상청은 밝혔다.

◇"북극지방 온도 급상승이 직접 원인"

최근 이상 한파는 북극지방의 찬 공기가 유럽과 북미 대륙 등지로 밀려 내려오면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원인 모를 '돌연승온(突然昇溫·급작스러운 기온 상승)'으로 북극지방의 기온이 평소보다 5~10도 오르면서 극지방의 소용돌이 기류(폴라 보텍스)가 제트기류를 뚫고 유럽 등지로 내려왔다"고 말했다. '극지방 기온 상승→중위도 지방과의 기압 차이 감소→평소 극지방을 감싸고 도는 제트기류 약화→폴라 보텍스 남하(南下)'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영국 기상청은 극지방 한기가 시베리아를 거쳐 불어왔다는 뜻에서 '동쪽에서 온 야수(Beast from the East)'라고 불렀다.




[대구=박원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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