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하나의 중국’ 깨는 미국 ‘대만여행법’…양안 갈등, 악화일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 직접교류 승인…아·태 부차관보 대만 방문

중 항모 대만해협 진입 ‘무력시위’…대만 ‘보복 제재’ 우려

경향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대만 독립 성향의 차이잉원(蔡英文) 총통 취임으로 달아오르기 시작한 양안 갈등이 ‘미국발’ 악재로 급속히 가열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과 대만 간 상호 교류를 촉진하는 대만여행법에 서명한 것이 촉매제가 됐다.

대만 중앙통신은 21일 중국의 랴오닝(遼寧) 항공모함 전단이 전날 대만해협에 진입한 것으로 확인돼 실시간 감시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옌더파(嚴德發) 대만 국방부장도 랴오닝 항모전단이 지난 18∼19일 동중국해에서 군사활동을 하다 20일 대만해협에 들어왔다고 확인했다. 대만여행법 서명으로 미국과 대만 간 고위급 방문이 본격화되자 무력 시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알렉스 웡 미국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는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미 상공회의소 행사에 참석해 대만 기업인, 관료들과 만났다. 차이 총통도 이 행사에 참석했다. 미국 측은 웡 부차관보의 대만 방문이 대만여행법 통과 전에 이미 결정됐다고 밝혔지만 중국은 반발하고 있다.

웡 부차관보가 대만에 도착한 지난 20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폐막 연설에서 “중국 인민은 어떠한 국가 분열 행위도 굴복시킬 능력이 있다”면서 “위대한 조국의 한 치의 영토도 절대 분리될 수 없고, 분리될 가능성도 없다”고 강조했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깨는 어떤 행위도 좌시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미국은 1979년 중국과 수교하고 대만과 단교한 후 대만과의 직접 교류를 피해왔다. 그러나 대만여행법에 따라 미 고위 관리들이 대만으로 가서 대만 공무원과 만날 수 있고, 대만의 고위 관료도 미국을 방문해 미 공무원들과 교류할 수 있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 당선 직후 차이 총통과 전화 통화하고 대만과의 군사 교류를 강화하는 내용의 국방수권법에 서명하는 등 ‘중국의 역린(逆鱗)’ 대만 문제를 계속 자극해왔다.

중국은 차이 총통이 취임한 후부터 대만에 외교 고립과 교류 제한 등의 압박을 가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촉발시킨 양안 갈등이 중국의 대만 제재로 이어지게 되면 군사 대치 등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

라이칭더(賴淸德) 대만 행정원장(총리)은 20일 “대만은 주권 독립국가이며 이것이 현실”이라며 중국을 겨냥했다. 그러자 안펑산(安峰山) 중국 대만판공실 대변인은 “중국 대륙과 대만은 한 국가다. (대만의) 모든 국가 분리 행위와 수단은 실패로 돌아갈 것”이라고 맞섰다.

중국 샤먼대학 대만연구센터의 리페이(李非) 부소장은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대만여행법 서명과 웡 부차관보의 대만 방문은 중국 지도부에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만 학자들은 대만여행법을 환영하면서도 중국이 제재에 나서지 않을까 조심하는 분위기다. 황쿠이보(黃奎博) 대만정치대 교수는 대만 왕보(旺報)에 “미국과 대만 관계는 단순한데 중국이라는 요인이 끼어들면서 복잡해졌다”고 말했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 경향신문 SNS [트위터] [페이스북]
[인기 무료만화 보기]
[카카오 친구맺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