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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뉴스+] 취업절벽에 집값 부담… 결혼은 ‘언감생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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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혼인율 43년 만에 최저치/ 전년보다 6.1% 줄어 26만4500건뿐/이혼율 줄었지만 ‘황혼이혼’은 급증

세계일보

지난해 우리나라 혼인 건수가 4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청년 실업, 주택난 등에 시달리는 청년층이 결혼을 미루거나 피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결혼 건수가 줄면서 이혼도 감소하고 있지만, 결혼 20년 이상 부부의 ‘황혼 이혼’은 큰 폭으로 늘고 있다.

2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건수는 2016년 28만1600건에서 6.1%(1만7200건) 줄어든 26만4500건으로 나타났다. 1996년 43만건으로 정점을 찍은 혼인 건수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30만건대로 떨어진 뒤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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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를 의미하는 조혼인율 역시 10년 전인 2007년엔 7건에 달했으나 지난해 5.2건에 그쳐 1970년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를 경신했다. 평균 초혼 연령은 남성 32.9세, 여성 30.2세로 10년 전에 비해 각각 1.8세, 2.2세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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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혼 흐름은 해가 지날수록 굳어지는 양상이다. 전년과 비교해 혼인 건수가 가장 크게 감소한 연령은 남녀 모두 30대 초반이었다. 남성이 10.3%(-1만1300건), 여성이 9.0%(-7900건) 줄었다.

이지연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30대 초반 인구가 전년 대비 5.6%가량 감소했고, 20대 후반의 청년실업률이 높아지는 추세인 데다 전세가격도 상승하면서 혼인 건수가 계속 줄어들고 있다”며 “보통 결혼을 하고 2년 정도 후에는 첫째 아이를 낳는 경우가 많은데 2016∼2017년 결혼 건수가 5% 이상 감소해 2∼3년 후에는 출산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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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이혼 건수는 10만6000건으로 전년보다 1.2% 줄었다. 인구 1000명당 이혼 건수인 조이혼율도 2.1건을 기록, 1997년(2.0건) 이후 20년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이혼의 절반 이상은 결혼 4년차 이하 또는 20년 이상 부부의 이혼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혼기의 이혼 고비를 잘 넘기면 이혼율이 떨어지지만, 황혼기에 다시 이혼의 위기가 찾아오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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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 부부의 이혼은 눈에 띄게 증가했다. 지난해 20년 이상 부부의 이혼은 3만3100건으로 2007년(2만5000건)보다 1.3배 늘었다. 30년 이상 부부의 이혼도 지속적으로 늘어 지난해에는 1만1600건으로 10년 전(6100건)보다 1.9배 늘었다. 혼인 지속기간별로 보면 20년 이상 부부의 이혼이 31.2%로 가장 많았고, 4년 이하가 22.4%로 뒤를 이었다. 결혼 5∼9년 19.3%, 10∼14년 14.0%, 15∼19년 13.1% 순이었다. 이 과장은 “60대 이상 황혼 이혼 사유를 보면 경제적 문제뿐만 아니라 건강상 문제 등 복합적”이라며 “우리나라 결혼 20년 이상 이혼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와 비교해도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남녀 평균 이혼연령은 각각 47.6세, 44.0세로 전년보다 각각 0.4세 상승했다. 남자의 연령별 이혼 구성비를 보면 40대 후반이 18.7%로 가장 많았고, 40대 초반(15.8%), 50대 초반(15.2%) 등이 뒤를 이었다. 여자 이혼은 40대 후반(17.3%), 40대 초반(17.1%) 등에서 많았고 30대 후반과 50대 후반을 제외한 나머지 연령층은 대체로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성년 자녀가 있는 이혼 부부 비중은 47.2%를 기록하며 50% 밑으로 떨어졌다. 미성년 자녀가 있는 이혼 부부 비중은 감소하는 추세다. 반면 미성년 자녀가 없는 이혼 부부 비중은 51.3%로 10년 전과 비교해 10.3%포인트 상승했다.

협의 이혼은 8만3000건으로 전년보다 1.2% 늘었고 재판 이혼은 1.4% 줄어든 2만3000건이었다. 시기별로 보면 3월과 8월 이혼 건수가 가장 많았고 4월이 가장 적었다.

세종=박영준 기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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