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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앵커브리핑] '헤르메스…전령의 신, 여행의 신, 상업의 신, 도둑의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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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그의 감각이 남달랐던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날개 달린 모자와 역시 날개가 달린 신발.

손에는 뱀과 독수리 날개가 달린 지팡이를 쥐고 있었지요.

그의 이름은 헤르메스.

제우스의 아들이자 전령의 신, 여행의 신, 상업의 신, 도둑의 신이라 불립니다.

신화에 따르면 헤르메스가 태어나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은 이복형 아폴론의 소 떼를 훔치는 것이었습니다.

갓 태어난 아이는, 그러고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요람에 다시 눕습니다.

도둑질이 들통 난 이후에도 오히려 화해의 선물을 바쳐서 신들의 환심을 샀던 총명함.

그래서, 헤르메스는 재주가 많은 신…

상인들이 좋아하고 도둑들이 섬기는 이른바 처세의 아이콘이 됐습니다.

창업자의 이름에서 가져왔다고는 하지만 공교롭게도 같은 이름을 가진 현대의 헤르메스.

'그까짓 것…' 하며 무시하다가도 '나도 한 번쯤…' 하는 호사의 심리.

소위 명품이라는 물건은 그래서 때로는 요물로 둔갑해서 뇌물의 도구로 악용되고는 하는 것이겠지요.

실제로 지난 2007년…권력자들에게 넥타이 등 선물을 자주 보냈다해서 '에르메스의 여인' 이라는 별칭까지 얻었던 인물이 있었고 대우조선 비리 관련 로비에 사용된 물건도…또 지난 국정농단의 주역들이 주고받은 것 역시 바로 이것이었다고 하니…

매혹적이지만 두려운 이 물건은 역시 처세의 아이콘과 이름이 같을 만했습니다.

그리고, 또 그 이름을 가진 가방을 둘러싼 지금의 논란…

대선을 목전에 둔 시점에 받았다는 그 어마어마한 값의 가방 안에 또한 그 가방값만큼의 돈이 더 들어 있었는가에 대한 증언은 엇갈립니다.

돈이 곧 권력으로 향하는 동아줄이라 여겨서 뇌물을 바친 사람들과 그 마음을 알면서도 물건에 손을 댔던 권력의 민낯…

명품으로 상징되는 인간의 탐욕은 여러 권력자들을 곤경으로 몰아넣었고, 결국 고대 그리스 신의 이름과 똑같은 그 명품만이 도도히 남아서 어지러운 세상을 비웃고 있는 것은 아닐까…

흥미로운 이야기는 또 한 가지가 있습니다.

오비디우스의 < 변신 이야기 > 에 따르면 애초에 헤르메스의 도둑질을 지켜본 목격자가 있었습니다.

걱정이 된 헤르메스는 잘 생긴 소 한 마리를 주면서 입을 다물어달라고 당부를 하지요.

목격자였던 노인은 말합니다.

"돌이 고자질하는 일은 있어도

나는 그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다른 사람으로 변신해 나타난 헤르메스가 내민 또 다른 뇌물에 현혹된 노인은 그만 그 사실을 털어놓았고, 결국 돌이 되고 말았습니다.

신화가 전하는 '세상에 비밀이라는 없다'는 진리.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손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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