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간호사연대 NBT가 주최한 ‘고 박선욱씨 추모집회’에 놓여진 국화와 촛불램프. [사진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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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고(故) 박선욱씨의 이모인 A(47)씨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런 심정을 토로했다. 19일 경찰이 박씨 사건의 내사를 종결한다는 발표가 난 후였다. 경찰 관계자는 “폭행이나 모욕, 가혹행위 등이 있었다는 진술이나 자료를 발견하지 못했다. 내사를 종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과 유족 설명을 토대로 정리. 조한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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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폭행·폭언 등이 없었다고 태움이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경찰 발표로 마치 선욱이한테 가해졌던 태움이 아예 없었다는 식으로 알려져 답답하다”며 “경찰은 태움을 조사하는 기관이 아니라고 한다. 이제 유족들은 어디다 호소할 수 있냐”고 토로했다.
그는 경찰을 신뢰할 수 없었다. 15일 직접 조사를 받을 때도 그랬다. A씨는 “경찰에게 선욱이 동료가 다른 간호사에게 보낸 ‘배액관(뱃속에 고인 피나 체액을 빼내는 관) 사고’ 관련 문자를 보여주며 어떻게 수사를 종결할 수 있느냐고 했다. 하지만 읽어보고도 별 반응이 없었다”고 말했다. 배액관 사고는 박씨가 숨지기 이틀 전 환자의 배액관을 실수로 망가트린 일을 말한다. 박씨는 이 일로 심한 불안감을 느꼈다고 한다.
숨진 박선욱씨의 동료가 다른 간호사에게 보냈다는 문자 메시지. 지난달 13일 박씨가 환자의 배액관을 망가트린 후 상황이 적혀 있다. [사진 고 박선욱씨 유족] |
A씨는 태움은 분명 있었다고 말한다. 지난해 9월 입사 때만해도 밝았던 조카가 몇 개월만에 퇴사까지 생각해서다. 그는 “너무 힘들다고 해 2월말에 퇴사하기로 했었다”며 “동료들 하고 나눈 카톡을 봐도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해 힘들다는 내용이 있었다”고 말했다.
고 박선욱씨의 휴대전화에 남겨진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 [사진 고 박선욱씨 유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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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박선욱씨의 휴대전화에 남겨진 카카오톡 메시지. [사진 고 박선욱씨 유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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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를 포함한 유족들은 병원 관계자들의 처벌을 바라는 게 아니다. 하지만 병원 측의 행동에 대한 실망은 크다고 했다. 그는 “선욱이의 병원 선배들이 대중에게 마녀사냥을 당하거나, 어떤 처벌을 받길 원하지 않는다"며 "태움은 개인 몇 명의 문제가 아니라 병원의 잘못이 가장 크고 체계적인 시스템과 교육이 있었다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 박선욱씨의 휴대전화에 남겨진 카카오톡 메시지와 박선욱 프로필 화면. [사진 고 박선욱씨 유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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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경찰 측은 “3개월 동안 숨진 박씨와 함께 일한 전 동료를 찾아내 진술을 듣는 등 참고인 17명을 조사했다. 유족들에게 당시 정황을 살펴볼 수 있는 자료가 있다면 제출해주길 바란다”면서도 “이 사건에서 약자는 유족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유족이 원한다면 내사를 종결하지 않고 수사를 계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조한대 기자 cho.hand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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