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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높아지는 양안 파고…시진핑 "역사의 징벌" 경고 불구 미·대만 관리 교차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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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항모 랴오닝함 20일 대만해협 관통하며 무력 시위

미 국무부 매파 관리 대만 전격 방문…차이 총통과 교류

中 교수 “통일 빈말 아니다…대만 버리는 돌 전락” 경고

‘대만여행법’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20일 “어떠한 분열행위도 역사의 징벌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한 직후 대만해협에서 항공모함 랴오닝(遼寧)함을 동원해 무력시위를 벌이며 대만을 압박했다. 같은 날 오후에는 대만 여행법 발효 후 처음으로 미국 국무부 고위 관리가 대만을 전격 방문했다. 미국과 중국이 대만을 놓고 본격적인 힘겨루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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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알렉스 웡 미국 국무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차관보가 대만 타이베이 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웡 부차관보는 대만여행법 발효 이후 대만을 방문한 첫 미국 고위 관리다. [사진=중국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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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웡 미국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중국명 황즈한·黃之瀚)는 20일 오후 10시 경 타이베이 공항에 도착했다. 웡 부차관보는 21일 타이베이 미국상회가 주최하는 만찬에 참석해 대만 기업인·관료 등을 만나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 등을 논의한 뒤 22일 출국한다. 이 행사에는 차이잉원(蔡英文) 총통도 참석해 축하 연설을 한다.

홍콩계 화교로 하버드대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웡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직전인 지난해 12월 국무부 아태 부차관보에 임명됐다. 웡 부차관보는 중국을 포위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을 입안한 매파 인사로 틸러슨 국무장관 라인인 수전 손턴 동아태 차관보의 거취가 불확실해지면서 향후 활동 보폭이 넓어졌다고 대만 중국시보가 21일 보도했다. 대만 총통부의린허밍(林鶴明) 대변인은 “웡 부차관보의 일정은 ‘대만여행법’과 무관하며 법 발효 전에 확정된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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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첫 항공모함인 랴오닝(遼寧)함 항모 전대 [사진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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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측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만여행법에 서명한 다음 날인 지난 17일 차이잉원 총통의 측근인 천쥐(陳菊) 가오슝(高雄) 시장이 미국을 방문했다. 천 시장은 20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연설에서 “우리는 (미국의 역할을) 기대하지만, 의지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대만여행법 발효 이후 미국과 관계를 담담하게 밝혔다고 대만 연합보가 보도했다. 천 시장은 21일 국무부 관리 및 친(親)대만 성향 의원들과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항공모함을 동원한 무력시위를 벌였다. 옌더파(嚴德發) 대만 국방부장은 21일 입법원(국회)에 출석해 “전날 중국 항모 랴오닝함이 동중국해 훈련 중 대만해협에 진입했으며 모든 움직임을 감시했다”고 밝혔다. 국방부 대변인은 21일 “랴오닝함이 전날 오후 8시 대만 동북부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했으며 대만 해협 중간선 서쪽을 따라 항해했으며 오늘 오후 12시 30분 서남부 방공식별구역을 벗어났다”고 밝혔다고 대만 중앙사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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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잉원 대만 총통 측근인 천쥐 대만 가오슝시 시장이 20일(현지시간)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대만연합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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랴오닝함의 항로는 시 주석은 경고 직후 변경됐다. 시 주석은 전날 연설에서 “조국의 완전한 통일을 실현하는 것은 중화 민족의 근본 이익”이라며 “어떠한 분열 행위와 꼼수도 반드시 실패할 것이고 인민의 규탄과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외국 세력이 ‘대만카드’를 사용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대만의 교류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5월 대만 가오슝에서는 미국-대만 국방산업 회의가, 6월에는 대만 주재 미국 대사관 역할을 대행하는 미국 재대만협회(AIT)의 신청사 개관식이 열릴 예정이다.

대만 일각에서는 차이잉원 총통이 미국을 공식 방문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 학자들은 시 주석의 전날 통일 발언이 의미심장하다고 지적했다. 바오청커(包承柯) 상하이 화둥사범대 교수는 “국가 통일은 빈말이 아니다”며 “대만은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바둑돌로 대만이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결국 미국이 버려야 할 돌로 전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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