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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모래 바닥에 앉아 대학입학시험 치르던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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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5살 자한 타브, 아프가니스탄 대입 시험장에서

태어난 지 두 달된 아기 울자 품에 안고 시험 문제 풀어

사연 알려지자 영국 NGO ‘아프간 청년연합’ 모금 캠페인 시작



한겨레

모래 바닥에 앉아 대학 입학 시험을 치르고 있는 자한 타브의 모습. <시엔엔> 방송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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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잡을 쓴 한 여성이 모래 바닥 위에 종이를 펼쳐 놓는다. 손가락으로 글자를 따라가며 읽는 시선이 분주하다. 이따금씩 종이를 채워 나가는 모습은 꽤 불편해 보인다. 품 안엔 갓난아기가 있다.

아프가니스탄 다이쿤디주의 한 사립대학교에서 찍힌 한장의 사진이 소셜 미디어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고 <시엔엔>(CNN) 방송이 20일 보도했다. 주인공은 25살 자한 타브다. 지난 16일 닐리에 있는 나시르후스라우 고등교육대학에서 입학시험(칸코르)을 치르는 모습이 사진에 담겼다. 태어난 지 두 달 된 아기를 데리고 간 입학시험장에서 아기가 울기 시작했다. 타브는 당장 바닥에 내려앉아 아기를 품 안에 넣고 어르고 달래며 시험 문제를 풀었다. 시험장에 나왔던 교수 야햐 에르판이 이 모습을 찍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에르판은 “그 장면은 매우 놀라웠다. 함께 시험을 본 학생들이 모두 그를 우러러봤다”고 <시엔엔>에 전했다.

세 자녀의 엄마인 타브는 이브시토에 산다. 학교가 있는 닐리까지 오려면 6시간에서 8시간이 걸린다. 사회과학 분야를 공부하고 싶다는 큰 꿈에 아기를 안고 먼 길을 달려왔다.

18살 때 그 마을 소작농이던 모세스와 결혼한 그는 3년 전부터 대학 입학을 꿈꿨지만, 학비 문제로 선뜻 시험을 볼 수조차 없었다. 나시르후스라우대학의 학비는 연 1만∼1만2천 아프가니스탄 아프가니(15만3300원∼18만4300원)로, 1인 국내총생산(GDP)인 572달러(61만3000원)의 4분의 1을 넘어선다. 타브는 장학금 수혜 방법을 이리저리 알아봤지만, 아직 학비를 모두 마련하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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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 바닥에 앉아 대학 입학 시험을 치르고 있는 자한 타브의 모습. <시엔엔> 방송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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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 한 장으로 작은 움직임이 일었다. 영국 비정부기구 ‘아프간 청년연합’이 타브의 학업을 돕기 위한 ‘고 펀드 미’ 모금 사업을 시작했다. 이 단체 소속인 쇼크랴 모함마디는 “이 캠페인을 벌이는 이유는 그 어떤 것도, 두 달 된 아이와 함께 시험을 치르는 일까지 해낸 이 여성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타브는 이날 입학시험에서 152점을 맞아 원하는 공부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 남편 모세스는 “아내를 학교에 보내지 않는다면, 그건 아내의 재능만 썩히는 것이 아니었다. 우리 아이들 또한 교육받지 못한 채 남겨질 것 같았다”고 현지 언론 <에틸라투르즈 데일리>에 말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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