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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빚지고 시작하는 사회생활, 결혼은 꿈도 못 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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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인 이유로 결혼 포기하는 '비자발적 비혼족'

아시아경제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올해 취업에 성공한 직장인 여성 이모씨(29)는 흔히 말하는 ‘결혼 적령기’지만 당분간 결혼은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학자금 대출에 생활비 대출까지 1000만원이 넘는 빚을 지고 사회에 첫 발을 내디뎠기 때문이다.

이씨는 “대학 졸업할 때까지 학비만 2000만원 가량이 들었는데 학비를 벌기 위해 휴학과 복학을 반복하고 절반은 학자금 대출을 받았다”고 했다. 또 “동기들보다 2년 반을 더 늦게 졸업해 취업도 늦어져 이제야 제대로 대출 상환을 할 수 있게 됐는데 결혼은 너무 먼 얘기”라고 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7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건수는 26만4500건으로 1년 사이 6.1%가 줄었다. 1974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혼인 건수가 가장 크게 줄어든 연령대는 남녀 모두 30대 초반. 남성은 10.3%, 여성은 9% 감소했다. 평균 초혼 연령도 남성이 32.9세, 여성이 30.2세로 지난해보다 상승했다.

우리나라 출산율이 1.2명,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출산율과 직결되는 혼인율 감소는 사회적으로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하지만 청년들은 실업률 9.9%에 달하는 역대 최악의 취업난과 대학생 10명 중 3명이 학자금 대출을 보유한 상황에서 결혼을 꿈꾸는 것은 쉽지 않다는 반응이다. 1인당 평균 대출액은 853만원 수준이고, 취업 이후에도 저축액 대비 금융부채 비율이 112.7%에 달해 마이너스로 시작하는 사회초년생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씨는 “대학 때는 학비 때문에 아르바이트, 대학 졸업 후에는 취업, 취업하고 나니 빚을 갚아야 한다는 생각이 커 결혼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은행 금융경제금융원이 미혼남녀를 대상으로 ‘결혼연기 이유’를 조사한 결과 결혼 비용부담과 고용불안정이 각각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최근의 이런 세태를 반영하듯 결혼을 ‘선택’이라고 보는 ‘비혼족’에 ‘비자발적’이란 단어가 붙은 ‘비자발적 비혼족’, 즉 반강제로 비혼족이 된 사람들도 늘고 있다. 비자발적 비혼이란 결혼을 단순히 결혼할 마음이 있지만 못한 ‘미혼’과 달리 경제적인 이유나 결혼 후 예상되는 압박감 등으로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선택한 사람들을 말한다.

비혼족인 직장인 강모씨(32)는 “결혼을 한다고 해서 더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확신이 없어 결혼을 포기했다”면서 “차라리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아가는 삶을 택하니 아등바등 결혼자금은 모을 필요도 없어 오히려 삶의 질이 개선됐다”고 했다.

강유진 총신대 교수는 “비혼족 중에 이유 없이 결혼을 안 하겠다는 사람은 20%에 불과하고 경제적 여건이 미비하다는 이유 등으로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결정한 사람은 80%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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