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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송승환 "도쿄서 대규모 드론쇼 한다길래 무조건 평창서 먼저 하겠다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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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감독이 밝힌 '평창 뒷얘기'

"싸이 출연 논의에만 1년 걸려

끝까지 버텨준 스태프들 감사"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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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들은 정보로는 2년 뒤에 도쿄올림픽은 드론으로 어마어마한 쇼를 준비한다는 거예요. 무슨 일이 있어도 먼저 해야겠다고 생각한 거죠.”

국가대표 선수를 빼고 2018평창동계올림픽을 통해 가장 주목받은 사람을 꼽자면 송승환(61) 개·폐막식 총감독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국내는 물론 해외 매체들로부터 “모든 순간이 유려하고 눈길을 사로잡는다”는 칭찬을 들은 개막식은 평창올림픽 성공의 선두주자 역할을 했다.

TV 탤런트 출신이자 ‘난타’를 만든 PMC프로덕션 회장으로도 잘 알려진 송 감독은 올림픽 후 제주에서 시간을 보내다 지난 20일 서울에 올라왔다. 이날 밤 송 감독은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CICI)이 조직한 ‘5·4클럽’ 모임에 참석해 개막식 뒷얘기를 들려줬다.

개막식 프로그램 중 가장 널리 회자한 것 중 하나는 드론쇼. 1,218대의 드론은 개막식에는 오륜마크로, 폐막식 때는 평창올림픽 마스코트 수호랑으로 밤하늘을 수놓아 세계인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송 감독은 “마지막까지 드론에 집착했던 것은 오는 2020년 도쿄올림픽에 관한 정보 때문이었다”며 “일본은 1964년 도쿄올림픽 때 처음으로 컬러 TV로 올림픽 중계를 했고 이를 계기로 소니가 세계적 기업으로 도약했다. 다음 대회 때도 올림픽을 활용해서 국가적 사업을 준비할 것이고 그 작업 중 하나가 드론을 이용한 것이라는 얘기를 듣고 무슨 일이 있어도 먼저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드론 제작·운용사인 인텔과 회의 때 1,000대가 넘는 드론을 요구한 것은 중국 때문이었다. “사실 얼마 전에 중국에서 1,000대를 띄운 적이 있더라고요. 그것보다 많이 띄워야겠다고 하고 정선에서 촬영한 거죠. 총감독을 맡은 뒤 엄청난 부담감을 가지고 소치·런던·베이징 같은 많은 나라의 올림픽 개막식들을 봤는데 단 한 가지 안 한 것은 드론이었습니다. 드론의 기술이 비교적 신기술이기 때문에 그때는 못 했겠죠.”

문제는 돈이었다. 1,000대 넘는 드론을 제작하고 띄우는 것은 저예산 행사를 지향한 평창에는 역부족이었다. 송 감독은 “하늘이 도우셨는지 드론에 최고 수준의 기술을 가진 인텔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마지막 메인스폰서로 합류했다. 일종의 협찬사여서 따로 돈을 주지 않아도 됐다”고 했다. 인텔은 평창올림픽이 임박한 지난해 6월에 IOC의 최고 등급 스폰서가 됐다.

드론쇼 외에 또 하나의 관심은 가수 싸이가 오느냐 마느냐였다. 송 감독은 “개막식이나 폐막식 때 싸이의 출연 여부를 놓고 스태프 회의가 1년이나 이어졌다”고 털어놓았다. “결국은 폐막식에 출연하게 하자고 어렵게 결정을 내린 뒤 싸이를 직접 만났습니다. 근데 싸이는 부담감 때문에 사양했어요. 강남스타일 때문에 얻은 게 정말 많지만 고통도 그만큼 컸기에 벗어나고 싶다는 얘기가 충분히 이해가 가더라고요. 설득을 하러 갔다가 되레 설득을 당한 셈인데 돌아보면 마음이 아예 없던 사람의 출연 여부를 놓고 저희끼리 1년을 고민한 셈”이라며 웃었다.

송 감독은 “의상의 치마 색깔 하나 정하는데도 몇 달이 걸렸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미술·영상·음악감독이 자기 분야에서 선호하는 색이 다 다르다. 수많은 다양한 의견을 하나로 최종 결정하면서 2년 반을 끌고 가는 것이 사실 정말 힘들었다”며 “그렇게 수백 번 싸우고 수백 번 화해하면서 버텨준 우리 스태프들이 지금도 정말 고맙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한두 달 더 충전의 시간을 가진 뒤 현업에 복귀할 계획이다.

한편 최정화 CICI 이사장이 주축이 돼 조직된 5·4클럽은 오감과 네 가지 ‘거리’(볼거리·먹거리·즐길거리·얘깃거리)로 한국의 매력을 소개하는 비영리 공익단체다. 송 감독도 이 모임의 회원이며 재즈 보컬리스트 나윤선, 피아니스트 조성진 등도 명예회원으로 등록돼 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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