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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삼시세끼 사먹으면 … 밥먹기 버거운 취준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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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물가 올들어 12% 급등..3500원짜리 아침세트 4600원으로 31% 올라
컵밥도 600원 올려..2030세대 혼밥족은 물론 직장인들도 부담스러워


파이낸셜뉴스



#. 취업준비생으로 학원을 다니는 정재환씨(30)는 하루가 멀다 하고 뛰는 물가에 취업준비를 위한 비용은커녕 생활비를 대기도 버겁다. 특히 햄버거나 라면 등 외식 가격마저 오르면서 그동안 큰 부담 없이 즐기던 한끼 식사마저 거를 형편이다. 어쩌다 한번씩 큰맘 먹고 찾던 외식전문점은 언감생심이다. 직장을 구하지 못해 수입은 없는데 생활비는 속절없이 오르니 한숨 소리만 커진다. 정씨를 통해 식사비용 부담 변화를 알아봤다.

■3개월 만에 외식비용 12% 상승

21일 아침 정씨는 서울 마포 집 앞의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베이컨 에그 맥머핀 세트를 주문했다. 아침을 꼬박 챙기진 않지만 오전부터 학원에 가는 날은 속을 채워야 공부가 잘된다고 생각해 가능한 한 아침을 거르지 않으려 노력한다. 이 제품 가격은 4600원. 지난해까지만 해도 3500원에 머핀과 커피, 해쉬브라운까지 먹을 수 있어 애용했는데 지금은 한 달에 많아야 두 번 정도 즐긴다.

학원 수강을 마치고 점심은 버거를 이용했다. 컵밥과 밥버거는 대학생과 취준생들의 인기 메뉴다. 저렴하게 밥과 반찬을 한 번에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정씨가 지불한 비용은 4500원으로 아침과 크게 다르지 않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3900원에 구입할 수 있었다. 최근 주먹밥 프랜차이즈 봉구스밥버거는 주먹밥과 컵밥 등 26개 제품 가격을 최대 600원까지 올렸다. 오후엔 스터디에 참석하기 위해 인근 북카페에 들렀다. 조용한 분위기에 공부할 수 있는 책상을 둔 이곳은 일반 카페보다 커피 가격이 비싼 편이다.

정씨는 저녁 때 여자친구를 만나 부대찌개를 먹을 예정이다. 1인분에 7900원이다. 정씨는 "밥 먹고 커피라도 마시려면 5000원 이상 든다"며 "오늘 하루 식비는 최소한의 비용이고, 좀 더 나은 음식을 먹거나 쇼핑을 하면 오늘보다 씀씀이가 크게 늘어난다"며 한숨 지었다. 정씨의 하루 총 식사비용은 지난해 말보다 12% 증가했다.

■20~30대 혼밥족 물가상승 '직격탄'

외식업체들의 잇따른 가격 상승이 청년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6개월간 가격이 오른 외식 브랜드와 편의점 주요 품목 중 80% 이상이 1만원 이하 먹거리였다. 식품업계와 유통업계까지 도미노 가격인상이 이뤄지면서 주머니가 얇은 20~30대 청년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취업준비생과 대학생만의 문제는 아니다. 직장인 이한주씨(32)는 최근 외식 가격이 올라 집에서 음식을 해 먹으려고 마트에 갔다가 깜짝 놀랐다. 이씨는 "집에서 자주 해 먹는 냉동만두나 즉석밥 등 간편식 가격이 최대 9%나 올라 크게 아끼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업체들이 최저임금 상승을 이유로 가격을 올리기 시작하자 일부에서는 정책 부작용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실업자 100만명 중 40만명이 20대였다.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는 이들을 위해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카드를 내놨지만 오히려 청년들이 자주 찾는 가게의 물가상승을 촉발했다는 지적이다.

한편 생활물가 역시 3년 전보다 40%가량 올랐다. 잡코리아가 운영하는 아르바이트 대표 포털 알바몬이 대학생 한달 생활비를 조사한 결과 평균 51만4000원으로, 지난 2015년에 비해 15만원이 올랐다. 대학생들은 물가상승 때 가장 먼저 줄이는 항목으로 식비(조사대상의 66.7%)를 꼽았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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