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스파이 독살·시리아 사태, 러시아 월드컵 흥행에 영향 미치나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인권단체, '수치의 월드컵' 경고. 일부 보이콧 움직임도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올해 러시아 월드컵 축구대회 개막이 100일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국제사회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러시아가 근래 국제사회에서 벌이고 있는 각종 부정적인 행각에 대한 국제인권단체와 정부의 비난이 거세지면서 최악의 경우 반쪽 대회로 전락했던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의 악몽이 재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위대한 러시아 부활을 기치로 내건 러시아 월드컵을 통해 올림픽에서 도핑 파문과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합병에 따른 서방의 제재, 그리고 각국의 대선 개입 등으로 실추된 이미지를 만회하려 하고 있으나 상황은 오히려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연합뉴스

100일 앞둔 2018 러시아 월드컵(3월6일, AP=연합뉴스)



국제인권단체들은 이번 월드컵이 위대한 러시아가 아니라 수치의 월드컵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최근 영국에서 발생한 전직 러시아 이중스파이 독실 시도로 영국과의 관계가 급격히 악화한 데다 시리아 반군 지역에 대한 무차별 폭격으로 부녀자 등 민간인들의 희생이 급증하면서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감이 폭발하기 직전이다.

여기에 최근 대선을 전후한 러시아 국내 반대파에 대한 무자비한 탄압도 단일 종목으로 세계최대 규모의 국제대회 개최국으로서 걸맞지 않다는 비난이 고조하고 있다.

아직 선수단 참가 철회 등 직접적인 대회 보이콧 움직임을 나오지 않고 있으나 일부 국가들은 선수단은 참가하지만, 그 밖에 고위정부관리 등의 파견을 취소하는 등 대회 분위기 조성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만약 시리아 동(東)구타 사태가 원만하게 풀리지 않고 민간인의 희생이 늘어날 경우 국제사회의 여론이 대회 보이콧으로 급변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은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항의해 미국의 주도로 서방이 대거 불참함으로써 애써 준비한 올림픽이 반쪽 대회가 되고 말았다.

테리사 메이 총리의 영국 보수당 정부는 스파이 독살 시도에 대한 책임을 물어 영국주재 러시아 외교관 23명을 추방하는 한편 러시아 월드컵 대회에 왕실과 정부 고위관리의 참석을 금지했다.

여기에 폴란드의 안드레이 두다 대통령실은 두다 대통령이 오는 6월 14일 모스크바의 러시아 월드컵 개회식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이슬란드의 외교부도 아이슬란드가 '동맹'들과 러시아 월드컵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영국의 스파이 독살 시도 사건과 관련해 앞서 스웨덴과 덴마크도 외교적 보이콧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21일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기고를 통해 러시아와 시리아가 동구타에 대한 공습을 중지하지 않을 경우 러시아 월드컵 이미지가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유엔 안보리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시리아가 동구타에 대한 구호물자 운반을 저지, 약탈하는 등 만행을 저지르고 있으며 러시아가 이를 방조하고 있다면서 러시아가 시리아의 만행을 자제시키지 않을 경우 러시아 월드컵이 러시아 국위선양은커녕 '수치의 월드컵'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러시아 뉴스통신사인 스푸트니크는 미국에 기반을 둔 사이버활동단체인 아바즈(Avaaz)가 러시아 월드컵 보이콧 운동을 주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아바즈는 지난주 '#컵오브셰임(수치의 컵)'이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러시아가 시리아에서 테러활동을 중단하지 않을 경우 월드컵을 보이콧하자는 국제적인 운동을 시작했다.

이 단체는 아사드(시리아 대통령)의 자국민에 대한 말살작전은 러시아의 지원 때문에 가능하다면서 월드컵 보이콧을 통해 푸틴에게 압력을 가할 것을 제안했다. 아바즈의 청원에는 현재 79만명이 동참을 표명하고 있다.

장기집권에 성공한 푸틴 대통령이 대외 강경책을 계속할 것이라는 국제사회의 우려 속에 만약 시리아에 인도주의 재앙이 계속될 경우 보이콧 움직임이 급속히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 월드컵 개회에 신경을 쓰고 있는 푸틴 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yj3789@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