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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연극계 "공소시효 지나 감옥 안 간다?…이윤택 죗값 받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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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17명 성폭력' 혐의 이윤택 구속영장 21일 신청

뉴스1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지난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 재소환되고 있다. 이 전 감독은 극단원 16명을 상대로 성추행과 성폭행 등 성폭력을 상습적으로 가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2018.3.18/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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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정환 기자,권혜정 기자 = 연극계에서는 경찰이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 감독 이윤택씨(66)에 대해 21일 구속영장을 신청하자 "당연한 결과"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이씨에 대한 처벌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상습강제추행 등 혐의를 받는 이씨에 대해 이날 오후 구속영장을 신청한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영장 신청 이유에 대해 "상습범이 적용됨에 따라 중죄에 해당하고 도주와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극단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을 맡고 있던 1999년부터 2016년 6월까지 극단원 17명을 상대로 성추행 및 성폭행 등을 상습적으로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가운데 공소시효 만료에 해당하지 않고, 상습범 적용이 가능해 실제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는 2010년 4월15일부터 2016년 6월까지 피해 건수는 총 24건이다.

김수희 극단 미인 대표는 "구속은 너무나 당연하고 시급했던 조치"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미투(#Metoo, 나도 말한다) 운동을 통해 이씨의 상습강제추행을 처음으로 밝힌 연극인이다. 그는 "피해자들은 아직도 이윤택이 어떤 해코지를 해오지 않을까 불안해하며 병원치료를 병행하고 있다"며 "피해자들이 다시는 움츠러들지 않도록, 더 많은 피해자가 용기 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도 구속은 당연하고 시급한 조치"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다른 피해자는 "이윤택이 경찰 조사에서 혐의 중 많은 부분을 인정했다지만, 오랜시간 그를 지켜봐온 사람들은 그의 표정에서 자신감을 엿볼 수 있었다"며 "이씨가 측근들에게 '공소시효가 지난 일들이 대부분이라서 감옥에 안 가겠다'고 큰소리 쳤다는 소식도 들려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씨의 구속은 피해자뿐만 아니라 미처 용기내지 못한 피해자들에게 위로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극인 홍예원씨는 "한국의 현대연극사는 이윤택이 인권을 유린해 세워온 연극이 아니라, 용기내어 그를 고발한 연극인들에 의해 쓰이게 될 것"이라며 "모든 폭력의 가해자가 죄의 대가를 치르는 것이야말로 한국 현대연극사에 중대하게 기록될 일"이라고 말했다. 홍씨는 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지난 2월19일 이씨의 기자회견장에서 ‘사죄는 당사자에게, 자수는 경찰에게’라고 적은 종이를 펼치는 1인 시위를 펼친 바 있다.

연극인들은 예술의 차원을 넘어 사회 정의 관점에서 이윤택씨의 처벌이 꼭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조재현 극단 희망새 대표는 "실제 처벌의 문제가 공소시효의 적용 때문이라면 법을 달리 적용해서라도 처벌하는 게 맞다"고 했고, 이은경 연극평론가는 "예술가라고 해서 범죄행위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또 권연순 기획자는 "긴 세월 타인에게 가혹한 상처를 주면서도 반성의 기미조차 없다는 사실이 경악스러울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윤택씨는 2차례에 걸친 경찰 조사에서 대체로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일부 혐의에 대해서는 "발성연습 등 연기 지도차원에서 한 행위" "기억이 나지 않지만 피해자가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부인하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에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들이 더 용기를 내준다면 의혹이 있는 혐의에 대해서도 조사가 가능하다"며 "미투 운동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면 더 많은 분이 용기를 냈으면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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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열린 이윤택 감독 성추행 및 성폭행 피해자 16명 기자회견 '미투 그 이후, 피해자가 말하다!'에서 참석자들이 손피켓을 들고 문화계 성폭력 근절을 촉구하고 있다. 2018.3.5/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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