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19 (화)

민주-한국, 기초의원 선거구 획정엔 '공조'…중소야당 강력 반발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4인 선거구 축소에 민주·한국당은 "지자체 자율" 주장

군소野 "거대양당 탐욕의 카르텔…다당제 민주주의 말살 기도"

(서울=연합뉴스) 김경희 서혜림 이슬기 기자 =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개헌 등 핵심 쟁점을 놓고 연일 충돌하는 가운데 기초의원 선거구 획정에 있어서는 '공조'하는 모양새를 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양당이 장악한 각 지방의회가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신들에게 불리한 '4인 선거구'를 대폭 축소하는 쪽으로 최종 의결하자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중소야당이 "거대양당 탐욕의 카르텔"이라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과 한국당은 일단 지역별로 상황이 다르다는 입장을 취하면서, 특히 자신들이 손을 잡은 대표적 사례로 비판받는 서울의 경우 오히려 표의 등가성 등을 고려할 때 4인 선거구의 지나친 확대는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방어막을 치고 나섰다.

그러나 이념과 노선이 확연히 다른 양당이 주요 정책 현안마다 대척점을 형성해 온 상황에서 유독 기초의원 선거구 확대에서는 나란히 소극적 입장을 견지하면서 사실상 '공조'한 상황이 연출된 데 대해 결국 양당이 나눠먹기식 구조를 유지하기 위한 '적대적 공생'을 선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회의원 선거를 통해 구성된 다당제와 진정한 풀뿌리 민주주의를 막아서는, 즉 민의에 역행하는 행보라는 비판도 나온다.

바른미래당 박주선 공동대표는 2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기초의원 4인 선거구가 거의 좌절·폐지됐다"며 "어제 서울시 의회에서 거대양당이 4인 선거구를 모두 2인으로 쪼개며 하나도 남지 않았고, 인천과 경기 수도권 등 전 지역에서 4인 선거구가 전멸했다"고 비판했다.

박 공동대표는 "거대양당은 탐욕의 카르텔을 정점으로 지방의회 독과점을 통해 지역 토호세력과 결탁하고 온갖 특권을 누리고 있다"며 "양당은 민주주의 공정의 가치, 자유로운 경쟁 논리를 여지없이 저버리고 있다. 뒷걸음치는 구태 세력, 개혁을 저버리는 기득권 세력을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평화당 조배숙 대표 역시 당 회의에서 "거대 기득권 양당이 민주주의의 문을 걸어 잠갔다. 소수당을 말살하고 지방 의원을 독식하겠다는 반민주적 작태에 개탄을 금치 못한다"면서 "민주당과 한국당은 서울시의회 만행에 사과하고 다당제 민주주의를 말살하려는 기도를 즉시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장병완 원내대표는 "민주당과 한국당이 야합해 2인 선거구로 나누는 선거구 쪼개기가 서울, 경기, 인천, 경북, 대구 등에서 날치기 되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서울시장 등 시도지사들이 재심을 요구하도록 민주당과 한국당 지도부는 결자해지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의당 최석 대변인도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적폐청산을 한다면서 지역에서는 적폐야합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새 시대 정신을 이야기하면서 이익 앞에서는 좌우 구분 없이 하나가 되는 모습에 정말 참담하다"고 양당을 싸잡아 비난했다.

민주당은 일단 지역별로 상황이 다르다고 선을 그으면서 4인 선거구제가 확대되면 자칫 '공천=당선' 등식이 형성돼 표의 대표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았다.

백혜련 대변인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전체적으로 지역별로 상황이 다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다만 서울의 경우 4인 선거구제로 바꿀 경우 광역·기초 선거구가 같아지는 문제가 발생하고, 50% 득표자와 5% 득표자가 동일한 위치에 선출되는 대의제의 기본 원칙에 위배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이런 부분에 대한 고려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핵심 당직자도 "이미 시의회에서 의결돼서 되돌릴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며 "4인 선거구를 하게 되면 각 당에서 공천받은 사람이 다 구의원이 될 수 있는데 이렇게 되면 선거의 의미가 없는 부분이 있는 데다 장기적으로는 정치권에 맡기지 말고 선거구 획정 문제는 별도 기구에서 하게끔 법 개정을 하는 게 좋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지자체의 결정에 관여하지 않겠다며 말을 아꼈다.

정태옥 대변인은 통화에서 "지자체의 소관 사항이기 때문에 자율에 맡기는 게 맞다. 당 차원의 특별한 입장은 없다"고 말했다.

kyunghe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