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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단독]국가기록원에서 '제2의 노태강 사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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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때 '블랙리스트 실행' 거부한 고위 간부 좌천..혁신 TF 보고서 미공개 등 문재인 정부 출범 후도 '적폐 청산' 미뤄져 논란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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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기록원에서도 '블랙리스트'를 실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위 간부가 좌천된 '제2의 노태강 사건'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국가기록원이 문재인 정부 출범 후에도 블랙리스트 의혹을 축소ㆍ은폐하려 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박근혜 정부에서 노태강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국장은 상부의 부당한 지시를 거부했다가 좌천 당한 바 있다.

21일 아시아경제가 단독 입수한 '국가기록물관리 혁신 TF'의 최종 보고서 전문에 따르면 기록원은 2016년 서울에서 개최된 세계기록관리협의회(ICA) 총회 실무 책임자 A과장을 돌연 타 부서로 전보 조치한 후 보직해임했다. A과장은 2013년 7월 준비 부서장으로 취임한 후 2014년 9월17일 예정된 연찬회를 통해 조직위원회를 출범시키는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그러던 중 당시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실 측이 'ICA 관련 협의'를 지시한 B교수(국가기록관리위원회 위원)가 사사건건 개입하면서 A과장과 충돌을 빚었다.

특히 B교수는 참여정부 활동 이력 등을 이유로 조모 서울시 정보공개정책과장 등 4명을 조직위원 명단에서 빼라고 지시했다. A 과장은 "주최 도시인 서울시의 기록물관리기관 책임자를 배제하는 것은 말이 안 되고, 관례로 봐서도 ICA 총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려면 주최 도시와의 밀접한 협력이 필수"라고 반대했다. 결국 A과장이 추진하던 연찬회는 보류됐고, 다음달 2일자로 다른 보직으로 전보 조치를 당했다. 이후 2015년 12월30일 보직해임됐다가 2016년 4월11일 지방의 한직으로 좌천되고 말았다. A과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지난해 전문가 출신 이소연 현 원장 체제가 들어서면서 현재 주요 보직으로 복귀한 상태다.

기록원 측이 아직까지도 내부 연루 공무원들의 주도 하에 블랙리스트 의혹 등 국가기록물 관리 행정 부실의 책임을 은폐ㆍ축소하려 한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지난 16일 이 원장이 '국가기록관리혁신 TF' 후속 조치 계획을 발표하면서 블랙리스트 의혹의 보다 구체적인 정황이 담긴 TF의 최종 보고서 원문을 공개하지 않은 것이 대표적 사례다.

TF 최종보고서에는 A과장의 좌천 등 '제2의 노태강 사건'으로 불릴 수 있는 블랙리스트 의혹의 추가적인 구체적인 정황이 담겨져 있지만 지난 1월15일 TF의 결과 발표 때는 빠지고 요약본만 공개됐었다. 당시 TF는 2015년 3월26일자 장관 보고 문서에서 기록원장이 "문제 위원 8개 위원회 20명'을 단계적으로 교체 추진하고, 이미 ICA 총회 관련 문제 위원 3명을 교체했다"고 보고한 내용, '문제 위원'의 국제기구(EASTICAㆍ동아시아국제기록기구) 사무총장 선출을 저지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블랙리스트 존재 의혹을 제기하며 수사 의뢰를 권고했었다.

그러나 아시아경제가 입수한 최종보고서 전문에는 이 외에도 기록원장의 해당 보고 후 기록원 측이 '유관단체 현황 분석', '2014년 10월 이후 교체 위원 명단과 숫자' 등의 자료를 지속적으로 취합ㆍ생산했다는 사실 등이 추가로 포함돼 있다.

이밖에 TF는 보고서에 기록원 측 공무원들이 기록제출 거부 등 조사에 강력 저항해 진상 규명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당시 행정자치부 장관ㆍ청와대 등이 각종 기록물 파행 관리를 '지시'하고 '보고' 받은 것도 적시돼 있다. TF는 행안부로부터 국가기록원을 분리ㆍ독립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보고서에 포함시켰지만, 기록원 측은 이를 혁신 방안 이행 계획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시 대통령지정기록물 지정권과 관련해 기록원과 대통령기록관은 '대통령기록물법 제2조 제1호를 근거로 황교안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지정권이 있다고 결정했는데 이 과정에서 법제처의 유권 해석조차 거치지 않았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법제처 민원 창구 문의, 고문변호사 3명의 법률 자문을 거쳤을 뿐이다. TF는 보고서에서 "대통령비서실 등에서 대통령 기록물의 불법 유출ㆍ폐기 의혹 등이 잇따라 보도되는 상황에서도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아 기록물 보호ㆍ보존 책임을 방기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기록원 관계자는 "보고서 전문 미공개는 일부 내용 중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포함돼 있고 공개하기에 부적합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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