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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나도 82년생 김지영"…페미니즘으로 진화하는 '미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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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운동 이후 페미니즘 도서 전년대비 두배가량 증가

페미니즘 관련 전시회·연극도 잇따라, 관련 굿즈도 '불티'

일부 네티즌 등 여성우월주의자 등 무분별한 비난도

전문가 "페미니즘 성대결로 생각하지 말아야" 지적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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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슬기 기자] 최근 ‘미투(me too·나도 말한다)’ 운동이 사회 전방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양성평등을 요구하는 페미니즘(feminism)에 대한 관심도 함께 커지고 있다.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미투운동이 양성평등운동으로 진화하는 양상이다. 반면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무조건적인 비난을 퍼붓는 몰지각한 반응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페미니즘에 대한 비난은 페미니즘의 의도를 제대로 해석하지 못한 채 양성평등운동을 남녀 간의 성대결로만 보는 편협된 시각에 기반을 두고 있는 만큼 상대방에 대한 무분별한 비난을 자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저도 ‘82년생 김지영’ 읽었어요” 페미니즘 도서 판매율↑

미투 운동이 활발해지면서 ‘82년생 김지영’을 시작으로 출판계에서는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리베카 솔닛 저·창비)’, ‘나쁜 페미니스트(록산 게이 저·사이행성)’ 등 페미니즘 도서의 판매량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조남주 작가의 소설 ‘82년생 김지영’은 어렸을 적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한 여성이 받았던 차별적인 삶의 모습을 통계를 이용해 구체적으로 묘사한 책이다. 이 책은 지난 2016년 10월에 발간돼 현재까지 50만 부가 팔린 대표적인 페미니즘 도서다.

20일 교보문고에 따르면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피해 폭로 이후인 지난 2월 1일~3월 12일 페미니즘 도서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8.9% 증가했다. 특히 성폭행 의혹을 받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검찰에 자진 출석하는 등의 이슈가 불거졌던 3월 8일~3월 14일 한 주간 페미니즘 도서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97.4%나 증가했다. 페미니즘 도서는 20대 여성이 43.15%로 가장 많이 구매했고 30대 여성(14.81%)과 40대 여성(11.29%)이 그 뒤를 이었다.

최지환 인터넷교보문고 MD는 “지난해까지는 많은 사람이 입문용·자기고백적 수필을 중심의 페미니즘 도서를 찾았다”며 “최근엔 ‘페미니즘의 도전(정희진 저·교양인)’과 같은 난이도 있는 도서를 구매하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초 미투 운동이 활발히 일어나면서 여기에 어떻게 동참하면 좋을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도서를 많이 구매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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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 페미니스트 조명한 전시회 인기…페미니즘 굿즈도 ‘불티’

페미니즘 관련 전시·연극을 찾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진행 중인 ‘신여성 도착하다’ 전시회는 개화기에서 일제강점기까지의 대중매체·예술작품을 통해 신여성의 이미지를 총체적으로 보여준다. 여성 화가 최초로 개인전을 열었던 화가 나혜석(1896~1948년) 등 시대를 앞선 여성해방론자들의 삶의 흔적도 볼 수 있다. 지난해 12월에 시작한 이 전시회는 하루 평균 1000명의 관람객이 다녀가며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페미사이드(여성이라는 이유로 죽임을 당하는 것)’에 관한 연극 ‘밤이 되었습니다’도 이날 남산예술센터 무대에 올랐다.

최근 ‘신여성 도착하다’ 전시회를 관람했다는 대학생 이모(25)씨는 “여성이지만 몇 달 전 만해도 페미니즘에 관심이 없었는데 요즘 미투 운동이 확산하면서 관심을 갖게 돼 이 전시회를 찾았다”며 “100년 전 페미니스트들의 얘기지만 현대에 살고있는 내가 공감하기 싫어도 공감 가는 구석이 있어 변한 게 없나 싶어 씁쓸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양말과 모자, 휴대전화 덮개 등 페미니즘 굿즈를 착용해 자신이 페미니스트임을 드러내고자 하는 이들도 늘었다.

직장인 박모(34)씨는 ”‘GIRLS CAN DO ANYTHING(소녀들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이라는 문구가 적힌 휴대폰 케이스를 얼마 전 해외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직접 구매했다”면서 “문구가 마음에 든데다 페미니스트임을 드러낼 수 있는 페미니즘 굿즈를 하나쯤 갖고 싶었던 마음에 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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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에 ‘묻지마 비난’도…“페미니즘을 성대결로 보면 안돼” 지적

하지만 이런 움직임에 ‘묻지마 비난’을 퍼붓는 이들도 적지 않다. 지난 18일 아이돌그룹 ‘레드벨벳’의 아이린은 팬미팅 자리에서 “최근 휴가에서 많은 책을 읽었는데 ‘82년생 김지영’ 등을 읽었다”고 말해 논란에 휩싸였다. 일부 남성팬들은 아이린에게 “페미니스트 선언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비난을 쏟아냈다.

앞서 아이돌그룹 ‘에이핑크’의 손나은도 ‘GIRLS CAN DO ANYTHING’이라는 문구가 적힌 휴대전화 덮개 사진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가 구설수에 올랐다. ‘여성우월주위자’ 등 악성 댓글이 이어지자 손나은은 해당 사진을 삭제했다.

전문가들은 페미니즘을 여성 대 남성의 성 대결로 해석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고 지적한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여성들 스스로 사회에서 억압받는 부분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남성들 역시 미투운동을 지지하는 의미에서 페미니즘 관련 콘텐츠가 인기를 얻고 있다”며 “다만 페미니즘의 의도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할 경우 페미니즘을 단순히 성대결로만 생각해 페미니즘 콘텐츠를 찾는 이들을 무분별하게 비난하는 경우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도 “페미니즘 콘텐츠를 비난하는 이들은 자신들이 당연하게 누려왔던 남성특권구조를 붕괴시킬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라며 “이에 반해 페미니즘 도서 등을 찾는 이들은 성차별이라는 불평등 구조에 대항하는 생존기술로써 페미니즘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이들로서 20~30대 여성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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