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신혼부부들 등칠 기회만 보는 웨딩업체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안내책 속 ‘신상’ 대신 구식 드레스만

여행 몇 달 전 취소도 “특별약관” 계약금 꿀꺽

공정위 “표준약관 강제성 없어” 손 놓아

경향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달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 김혜원씨(30·가명)는 최근 웨딩드레스를 맞추는 자리에서 난처한 경험을 했다. 업체를 고를 때 받은 카달로그에는 세련된 디자인의 신상품 드레스가 가득했는데, 정작 현장에서 몇몇 드레스를 지목하니 업체는 순순히 보여주지 않았다. 업체 측은 “다른 것을 추천해주겠다”며 몇 가지를 보여줬는데, 이들 옷들은 카달로그에는 없던 수준 이하의 옷들이었다.

드레스업체들은 옷을 고를 수 있는 기회도 4번가량으로 제한했다. 맘에 들지 않는 옷들만 받아 본 김씨는 속이 상했다. 화를 내며 따지자 업체는 그제서야 조금 나은 수준의 옷을 한 벌 보여줬다. 김씨는 “업체가 꺼내주는 옷들만 볼 수밖에 없으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며 “애초에 봤던 옷들이 실제 있는지도 의문이었다”고 말했다.

김씨와 같은 사례는 웨딩업계에서 공공연하게 벌어진다. 드레스업계에서는 ‘신상품을 보장해드린다’는 홍보 문구로 소비자를 유혹한 뒤, 현장에서 김씨 같은 사례로 소비자와 업체가 얼굴을 붉히는 일이 잦다. 문제가 반복되는 것은 웨딩업체들이 소비자들에게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수의 드레스업체들은 소비자가 옷을 입어봐도 촬영하지 못하게 한다. 명목상으로는 디자인 유출 우려를 내세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은 카달로그에서 봤던 드레스와 업체를 방문했을 때 입어본 드레스가 같은 것인지 알 길이 없다.

신혼여행도 신혼부부들을 힘들게 한다. 일부 여행사들은 여행계약 시 비교적 높은 계약금을 걸게 하고, ‘특별약관’을 근거로 여행 개시 몇 달 전에 취소해도 계약금을 한 푼도 돌려주지 않는다. 다수의 여행사들이 취소 시점에 따라 계약금 상당 부분을 환불해주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신혼부부들이 이런 여행사를 잘못 선택할 경우 수십만원의 계약금을 고스란히 날릴 수 있다.

통상 여행사가 위약금을 거는 이유는 여행상품 계약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자사에 비용(항공·숙박 취소 수수료, 인건비 등)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계약금은 항공·숙박 취소 수수료와는 무관하다. 또 여행상품 구성에 착수한 것만으로 여행사가 큰 비용을 치른다고도 보기 힘들다. 관련 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같은 실태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지 못했으며, 사실을 확인한다 해도 현재 제도상 특별히 문제 삼기가 힘들다고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당사자가 불가피하게 여행계약을 취소할 수밖에 없는 사유가 있으면 환불 요건은 완화될 수 있다”며 “다만 공정위의 표준약관은 강제성이 없고, 근본적으로는 법을 고쳐야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당국이 두 손 놓으면서 결혼 시장의 불합리한 관행은 계속되고 있다. 기존의 업체들에 대한 불신이 쌓이면서 소비자들은 최근 ‘대안’을 자처하는 저렴한 프리랜서 웨딩플래너들을 찾는 경우도 많아졌다. 하지만 현금 결제를 유도한 다음 계약을 불이행하는 등의 사고가 적지 않아 해결책은 아니다. 소비자원 등에 따르면 결혼준비대행서비스(웨딩플래너) 피해 구제 건수는 지난 2013년 34건에서 지난해 73건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경향비즈 바로가기], 경향비즈 SNS [페이스북]
[인기 무료만화 보기][카카오 친구맺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