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19 (화)

"손님 없는데 뭐하러 일해요"… 기계만 덩그러니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최저임금 인상+'주 52시간 근무' 도입 여파로 '24시 매장' 사라지거나 무인매장화]

머니투데이

24시 영업하는 롯데리아 종각역점 전경. /사진=이재은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해외에서 취직해 1년 만에 한국에 들어온 직장인 강모씨(27)는 달라진 한국 모습에 깜짝 놀랐다. 1년 전까지만 해도 24시간 운영했던 집 주변 카페, PC방, 패스트푸드점이 자정쯤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새벽 시간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려던 강씨는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올초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오는 7월부터 '주52시간 근무'가 도입되면서 '24시 매장 천국'이었던 한국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이제 '불야성(不夜城) 한국'이란 말도 옛 말이 됐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주52시간 근무 도입 등으로 일찍 퇴근해 집에 들어가는 직장인이 늘면서 영업시간은 물론 근로자 고용에도 변화가 생겼다. 저녁부터 새벽까지 손님이 줄어들자 업체들도 비싼 인건비를 감당하면서까지 야간 영업을 이어갈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게 된 것.



머니투데이

투썸플레이스 대전삼부스포렉스점은 지난 1월부터 영업시간을 1시간 줄이기로 했다(왼쪽). 24시 영업을 고수하던 버거킹 종로구청점은 최근 오전 9시부터 자정까지로 영업시간을 단축했다./사진=블로그, 이재은 기자


◇"손님도 없는데 뭐하러 영업해요"… 영업시간 단축

24시간 영업을 고수하던 카페, 패스트푸드, PC방 등 업체들이 속속들이 영업시간을 단축하고 있다.

카페프랜차이즈 투썸플레이스는 개점 이후 줄곧 24시 영업하던 서울대입구역점의 영업시간을 지난 2월부터 오전 7시부터 오전 2시까지로 단축했다. 자정까지 영업한 대전삼부스포렉스점의 영업시간도 지난 1월부터는 밤 11시까지로 1시간 줄이기로 했다.

2009년 24시 영업을 처음 도입한 카페베네도 24시 매장을 지속적으로 줄이고 있다. 전국 40여개였던 카페베네의 24시 매장은 이제 열 손가락 안에 꼽힌다.

24시 매장을 발빠르게 늘려가던 패스트푸드 체인들도 영업시간을 단축하는 양상이다. 맥도날드는 최근 3개월간 10개 매장의 24시간 영업을 중단했고, 버거킹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종로구청점 등 4개 매장의 24시간 영업을 중단했다.

심지어 24시 영업의 대명사인 PC방에서도 야간 영업을 고심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전남의 한 PC방 업주는 "새벽 3시 이후에는 손님이 거의 없다"면서 "이 시간대 영업을 해야할지 말지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신세계 계열 편의점 이마트24는 홈페이지를 통해 "24시간 영업을 해야하는 타사 편의점들과 달리 영업시간을 자율선택할 수 있다"는 점을 신규 가맹점 모집 홍보 문구로 걸었다(왼쪽),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이마트24 성수백영점. 해당 지점은 밤 11부터 오전 6시까지 직원을 두지 않고 '무인점포'로 운영한다. /사진=이마트24 홈페이지,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편의점 업계도 영업시간 단축에 발벗고 나섰다. 신세계 계열 편의점 이마트24는 홈페이지를 통해 '24시간 영업을 해야하는 타사 편의점들과 달리 영업시간을 자율선택할 수 있다'는 점을 신규 가맹점 모집 홍보 문구로 걸었다.

지난 19일 NH투자증권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편의점업계 빅3(CU, GS25, 세븐일레븐)의 지난해 12월~올 2월 순증 점포수는 전년 대비 42% 감소한 반면 이마트 24는 35% 증가했다. NH투자증권은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인건비 부담이 커진 지금 이마트24가 24시간 영업강제가 없다는 점은 강점"이라고 분석했다.

계상혁 편의점가맹점주협의회장은 "계절마다 다르지만 새벽 3시 이후 주택단지 내 편의점에는 손님이 거의 없다"면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서 최근 본사에 야간 미영업을 신청하는 점포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20일 롯데리아 종각역점에서 한 고객이 디지털 키오스크로 햄버거를 주문하고 있다. '지금은 셀프오더 타임'이라는 팻말이 눈에 띈다. /사진=이재은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꾸준히 '24시 영업' 유지… 비밀은 '무인 기계'

꾸준히 24시 영업을 이어나가는 매장들도 적지 않다. 셀프서비스를 강화하고 기계를 통해 무인(無人) 매장화해 인건비에 대응하는 것.

롯데리아는 2014년 '디지털 키오스크'(터치스크린을 통해 메뉴 선택·결제가 가능하도록 한 장치)를 도입, 전국 1300여개 매장 중 절반 정도 설치를 완료했다. 이를 통해 24시 매장에서도 인건비 부담을 줄였다. 늦은 밤 24시 매장 종각역에서는 '지금은 셀프 오더 타임'이라는 팻말이 고객을 맞는다.

밤새 고객을 맞는 헬스장들도 무인운영을 통해 인건비 부담에 대응하고 있다. 경기도의 한 헬스장은 지난 1월부터 자정부터 새벽까지 무인으로 운영한다. 헬스장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가 오른 데다 5명 이상 사업장은 야간 영업시 최저임금의 1.5배(1만1295원)를 줘야 해 부담이 컸다"고 이유를 밝혔다.

송동현 밍글스푼 경영마케팅 대표는 "기술이 발달하며 디지털 키오스크 도입은 시대적 필연이 돼 최저임금 인상과 결부짓기엔 무리가 있다"면서도 "야간뿐만 아니라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키오스크를 활용하는 업체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은 기자 jennylee11@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