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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현금 10억'…황당한 강남 취약층 특별분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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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금수저 증여’ 논란에 제도 취지 무색…전문가들 제도 보완 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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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계층의 신규주택 취득을 돕기 위해 도입한 특별공급 청약이 강남권 고가 분양시장에선 편법증여수단으로 전락했다.

지난 19일 특별공급 청약을 받은 서울 강남구 일원동 ‘디에이치자이 개포’도 이같은 논란에 휩싸였다. 3.3㎡당 분양가가 4160만원으로 인기가 높은 전용면적 84㎡형의 가격이 14억원대에 달하지만 일반분양 1690가구 중 4분의1 넘는 458가구가 특별분양에 배정됐다.

△기관추천 119가구 △다자녀 168가구 △신혼부부 119가구 △노부모 52가구 등 모집에 총 990명의 신청자가 몰려 2.16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분양가가 9억원을 초과해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낮은 경쟁률이 아니다.

박윤서 현장소장은 “특별분양 신청서를 받아간 예비청약자는 1300명 정도였지만 부적격자나 자금 마련 문제 등으로 300여명이 포기했다”며 “예비당첨자를 평소보다 많이 뽑아 특별공급 잔여분이 나와도 추첨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관추천 특별공급 대상은 장애인, 국가유공자(국가보훈대상자, 5·18 유공자 등), 중소기업 근로자, 철거민, 북한이탈주민, 10년 이상 장기복무 군인, 납북 피해자 등이다. 대부분 10억원대 주택을 현금으로 구매하기 어려운 계층이다.

다자녀 특별공급도 6세 미만 영유아 자녀가 3명 이상이고 무주택기간이 최소 10년은 넘어야 당첨 가능한데 근로자 평균소득과 양육비 부담을 고려하면 자금 마련이 쉽지 않다.

신혼부부 특별공급은 소득조건이 까다롭다. 맞벌이 기준으로 연소득이 7000만원 넘으면 청약통장 가입기간과 관계없이 특별공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노부모 특별공급도 부양기간이 최소 3년 이상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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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디에이치 자이 개포 견본주택이 오픈한 서울 서초구 양재동 화물터미널에서 방문객들이 몰렸다. /사진=김창현 기자<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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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금수저 증여’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9월 분양한 ‘신반포 센트럴자이’ 전용 59㎡도 분양가가 11억원에 달해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했지만 신혼부부 특별공급 10가구 모집에 132명이 몰렸다. 당첨자 중에는 사실상 소득이 거의 없는 20대도 3명이었다. 당시 연봉 이외에 자동차와 다른 자산 보유 여부 등 종합적인 자산요건을 따져 자격을 심사해야 한다는 여론이 많았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분양가가 10억원을 훌쩍 넘는 아파트를 현금 유동성이 떨어지는 특별공급 지원대상이 매수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일부 고소득층의 증여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은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서울은 맞벌이부부 소득기준 한도를 풀어줘야 실수요자 특별공급 신청이 늘어날 것”이라며 “지역 상황이나 분양가 등을 고려해 (특별공급) 제도를 유연하게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편 정부는 ‘디에이치자이 개포’ 청약 당첨자들로부터 자금마련계획서를 받아 분양대금 조달방안 등을 점검하고 불법징후가 포착되면 세무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유엄식 기자 usy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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