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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우보세]헌법 속 과학가치·위상도 바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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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개헌 논의가 한창이다. 과학기술계가 개헌 시 ‘과학기술’ 관련 조항도 같이 개정해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헌법 제127조 제1항이 문제다.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가 최근 헌법의 과학기술 관련 조항에 대한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2280명의 응답자 중 73%가 이 조항을 바꿔야 한다고 답했다.

이 조항은 ‘국가는 과학기술의 혁신과 정보 및 인력의 개발을 통하여 국민경제의 발전에 노력하여야 한다’는 내용으로, 1987년 개정된 현행 대한민국 헌법 제9장 경제(119조~127조) 조문에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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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개발도상국이던 시절 과학기술은 경제성장의 밑거름이 돼 그 역할을 충실히 했다. 하지만 이 조항은 오히려 과학기술 발전의 발목만 잡는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를테면 현장 연구자들은 기초연구 분야라 할지라도 자기 연구가 경제성이 있다는 것을 입증해야 지원받는 데 유리하다.

바른미래당 신용현 의원은 “과학기술은 경제뿐 아니라 환경·의료·국방 등 우리 삶의 모든 분야에서 쓰이고 있어 과학기술을 경제발전 수단으로만 기술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과학기술계는 시대 변화에 따라 ‘경제발전’이란 단어 대신 ‘과학기술 혁신생태계 조성’ 등 독립적 가치를 담은 문구로 수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는 전문과 총강에도 과학기술 관련 내용을 넣자고 주장한다. 과총에 따르면 헌법 전문에 나온 정치·경제·사회·문화에 덧붙여 과학기술을 추가하고 총강의 제9조 1항 ‘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야 한다’에 이어 2항을 신설, ‘국가는 미래사회에 대비하고 산업·경제의 발전과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기 위해 과학기술 진보에 노력해야 한다’를 추가하자는 것.

또 제22조 3항에 ‘모든 국민은 과학기술 성과의 이익을 누릴 권리를 가진다’를 넣고 앞에서 지적된 제127조 1항을 삭제하는 대신 ‘국가는 경제·사회·과학기술 발전의 기반이 되는 국가표준제도를 확립한다’고 수정하자는 게 주요 골자다.

김명자 과총 회장은 “21세기 개헌은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이 기본인 과학기술개념을 반영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강조했다.

AI(인공지능) 비서가 인간을 대신해 일하고 자율주행차로 출퇴근하는 일상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제 과학기술은 경제뿐 아니라 사회 전반으로 깊숙이 들어와 있다. 이번 개헌이 미래 비전도 담을 수 있는 방향으로 이뤄지기를 기대해본다.

류준영 기자 j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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