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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가정 내 야당'에서 '선의의 괴물'로… 아키에의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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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지지·원전 제로 주장 등 아베와 다른 행보로 눈길 끌어

'사학스캔들'로 국회 소환 위기

시어머니 분노로 집에서도 고립

조선일보

아베 신조(安倍晋三·63) 일본 총리의 부인 아키에(昭惠·55·사진) 여사가 사면초가다. 이달 초 재무성 관리들이 총리 부부가 관련된 권력형 특혜 시비를 덮기 위해 공문을 대거 위조한 사실이 들통난 뒤, 야당이 연일 '아키에 여사 국회 소환'을 요구하고 있다. 일본 시사 주간지 '주간문춘' 최신호는 "(아키에 여사라는)'선의(善意)의 괴물'이 자기와 가장 가까운 사람(아베 총리)의 발밑을 파괴하고 있다"고까지 썼다.

아키에 여사는 일본 모리나가제과 창업자의 외증손녀다. 광고회사 덴쓰에 근무하다 아베 총리와 만나 1987년 결혼했다. 2007년 아베 총리가 1차 집권에서 실각한 뒤, 자유분방한 성격을 본격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했다. 아키에 여사는 자서전에 "아베 신조의 아내로서보다, 한 사람의 여성으로서 어떻게 살아갈지 생각하게 됐다"고 썼다. 아키에 여사는 그때부터 릿쿄대 사회인과정에 들어가고, 남편 지역구인 야마구치현에서 유기농 농사를 손수 짓고, 도쿄 도심 간다에 고급 선술집도 차렸다.

2012년 아베 총리가 재집권에 성공한 뒤에도 파격 행보를 이어갔다. 잡지 인터뷰에서 "불임 치료도 받고 입양도 생각했다"고 털어놓는가 하면, 한·일 관계가 최악이던 2015년 한국대사관 김장 행사에 참가했다. 동성애자 인권 행진에 동참하고, '가정 내 야당'을 자처하며 '원전 제로'를 주장했다.

조선일보

19일‘모리토모(森友) 의혹 철저 규명’이라 쓴 피켓을 든 일본 시민들이 도쿄 국회 앞에서‘사학 스캔들’진상 규명과 아베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모리토모 사학 재단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부인 아키에 여사와 맺은 친분을 내세워 국유지를 헐값에 사들이고, 특혜 시비를 덮기 위해 일본 재무성 관리들이 관련 공문을 위조한 사실이 들통나면서 아베 총리 퇴진 여론이 커지고 있다. /신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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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지지율이 높을 땐 이런 행보가 문제 되지 않았다. 우익은 눈살을 찌푸렸지만, 총리 자신은 "아내에게 항복해야 가정이 행복하다"며 아키에 여사의 활동을 지원했다. 두 사람이 서로 다른 계층의 표를 얻는 '파트너' 관계라는 분석도 나왔다.

작년 3월 극우 사학재단 이사장이 아키에 여사와 친분을 내세워 국유지를 헐값에 사들인 사실이 들통난 뒤 상황이 달라졌다. 타블로이드지들은 '고부 갈등설'까지 쏟아냈다. 아베 총리는 소문난 효자로, 도쿄 시부야구 3층 주택에 어머니 요코(洋子·89) 여사를 모시고 살고 있다. 어머니는 3층, 총리 부부는 2층이다.

요코 여사는 총리의 딸, 각료의 아내, 총리의 어머니로 3대에 걸쳐 지역구를 관리하며 살아온 '정치 9단 시어머니'다. 가까운 사람들 사이에선 '갓마더(godmother·대모)'라는 별명으로 통한다. 사학 스캔들이 재점화되면서 타블로이드지들은 아베 일가와 가까운 사람들의 입을 빌려 "요코 여사가 아키에 여사를 3층에 불러 야단쳤다" "가족들 사이에서 아키에 여사가 완전히 고립 상태"라고 보도했다.



[도쿄=김수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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