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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스팸보다 더 하네"… 선거 석달 전부터 문자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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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들 1시간에 문자 100만개 전송 '당선폰' 동원, 지방선거 운동]

지지자들이 번호 수집하거나 앱 설치 미끼로 개인정보 모아… 불법적으로 전화번호 사기도

선거법엔 정보수집 규제 없어

6·13 지방선거를 석 달가량 앞두고 벌써 '문자 공해'가 기승이다. 예비 후보자나 후보자들이 보내는 홍보 문자가 시도 때도 없이 쏟아진다. 직장인 박모(52·서울 양천구)씨는 지난달 말부터 지방 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후보의 홍보 메시지를 일주일 간격으로 받고 있다. 박씨는 "문자를 볼 때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 같아 찜찜하다"고 했다.

조선일보

무차별적 선거 문자 폭탄은 유권자들의 짜증을 유발한다. 그러나 후보자·예비 후보자들은 문자 선거운동을 고수한다. 노년층에 홍보할 수 있는 유력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경기 지역 시장 후보자 선거 캠프 관계자는 "스마트폰이 익숙지 않은 나이 든 유권자에겐 문자 홍보 효과가 가장 크다"고 했다.

유권자들의 번호 수집에는 지지자들이 앞장선다. 우선 십시일반 전략을 쓴다. 경선 전부터 여러 모임을 다니며 명함을 모으는 것이다. 초·중·고교 동창회, 향우회, 종친회, 조기축구회, 각종 관변단체 등이 주요 표적이다. 불법이지만 연락처를 사들이기도 한다. 대전의 한 선거캠프 관계자는 "지역 인맥이 넓은 통장·반장,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등에게서 연락처를 넘겨받는다"고 했다.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자동차에 붙어 있는 운전자의 연락처를 적어 오게 하는 방법도 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앱 설치를 미끼로 개인정보를 수집한다. 사용자가 앱을 설치하면서 무심결에 '동의' 버튼을 누르면 휴대폰에 저장된 모든 연락처가 앱 관리자에게 제공되는 것이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 수백명의 후보자가 이 방법으로 개인정보를 수집했다. 한달수 전북지방경찰청 수사 2계장은 "앱을 설치하면서 개인정보 수집에 동의했기 때문에 정보를 범죄에 이용하지 않는 이상 법적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말했다. 3선에 도전하는 한 대구시의원은 "선거법에만 걸리지 않는다면 개인정보 침해는 눈감고 넘겨야 선거에서 이긴다"고 했다.

문자 발송 자체는 합법적인 선거운동이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선거운동 기간에 20명 이상 대량 문자 발송은 총 8회로 제한된다. 수신 인원에는 제한이 없다.

후보자들은 대량 문자 발송에 '당선폰'을 동원한다. '당선폰'은 문자 20건을 클릭 한 번에 보낸다. 1시간에 100만명에게 전송할 수 있다. 당선폰 업체들은 '전송 성공한 문자만 과금' '300만원 결제 시 할인' 등을 내걸고 성업 중이다. 당선폰으로 유권자 100만명에게 한 번 문자를 보내는 데에 1000만원 정도 든다. 한 당선폰 업체는 "한 캠프에서 많게는 5000만원까지 문자 발송에 쓴다"고 했다.

카카오톡 문자 폭탄도 이번 선거의 변수다. 카톡 메시지는 발송 제한을 받지 않는다. 선거법에서 카톡은 문자메시지가 아니라 전자우편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똑같은 내용을 문자로 전송하면 불법, 카톡으로 보내면 합법인 경우가 생긴다.

지방선거는 출마자가 많아 대선이나 총선보다 심각한 문자 공해를 일으킨다. 2014년 6·4 지방선거 당시 4083건의 선거 문자 신고가 개인정보침해신고센터에 접수됐다. 2016년 20대 총선(후보자 944명) 때는 1270건, 2017년 대선(후보자 15명) 때는 40건이 접수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 문자는 합법적 선거운동이고, 개인정보 수집 절차는 선거법상 별도 규정이 없어 규제에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김상광 행정안전부 개인정보안전과 과장은 "지방선거를 앞둔 5월 후보자들의 개인정보 관리 실태를 현장 점검할 계획"이라고 했다.




[전주=김정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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