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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 히트곡 들으며 웃음 짓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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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일본도 복고 음악 열풍

90년대 그룹 솔리드 오늘 컴백… 옛 히트곡 부르는 예능 프로 봇물

日, 버블경제 시대 음악·춤 인기… 호시절 떠올리며 팍팍한 삶 위로

자칭 가수는 넘쳐나는데 들을 음악은 없는 시대, 대중은 과거 히트곡 가수의 복귀를 원한다. 경제 성장률은 점점 떨어지고 일자리 수도 줄어드는 시대, 대중은 초고속으로 성장하며 일자리가 넘쳐나던 시대의 음악을 원한다. 익숙한 얼굴과 목소리로부터 위로받고 경기 좋았던 시절을 떠올리려는 심리다.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이웃 일본에서도 비슷하게 벌어지고 있다.

조선일보

21일 새 앨범을 내고 재결합을 공식 발표하는 3인조 그룹 솔리드의 90년대 활동 모습. 1996년 해체했던 이들은 신곡과 다시 녹음한 옛 히트곡들을 음반에 담았다. 왼쪽부터 이준, 김조한, 정재윤. /조선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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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인기 그룹 솔리드가 해체 선언 22년 만에 새 앨범을 내고 돌아온다. 정재윤·이준·김조한으로 이뤄진 솔리드는 21일 기자회견을 열어 재결합을 공식 발표하고 신곡 뮤직비디오를 공개할 예정이다. 1993년 데뷔해 '천생연분', '이 밤의 끝을 잡고' 같은 곡들로 사랑받은 솔리드는 1996년 콘서트를 마지막으로 해체했다. 재결합한 솔리드는 5월 19~20일 서울 블루스퀘어 아이마켓홀에서 22년 만의 콘서트를 연다.

일본도 1980~90년대 버블경제 호시절을 회상케 하는 음악에 다시 열광 중이다. 도쿄, 나고야, 오사카 등지에는 80년대 대중문화 상징인 디스코 클럽 체인 '마하라자(대왕)'가 부활해 인기를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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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미오카 고교 댄스부 TDC. 짙은 화장과 부풀린 머리, 직각 어깨뽕의 반짝이 옷을 입고 1980년대 디스코를 춘다. /트위터 @tomiokadance


최근 송은이, 김신영 등 개그맨 5명이 따라 해 화제가 된 일본 고교생 댄스팀 TDC(도미오카 고교 댄스부)의 춤도 전형적인 80년대 디스코다. 이들이 깃털 달린 부채를 흔들어 대는 모습은 당시 나이트클럽에서 지폐를 부채처럼 펼쳐 흔들며 추던 춤을 재현한 것이다. 이들이 춤 배경곡으로 쓰는 '댄싱 히어로'는 당시 일본 롤러스케이트장에서 인기 끌던 노래였다. TDC가 인기를 끌면서 '댄싱 히어로'를 불렀던 가수 오기노메 요코도 덩달아 인기를 누리고 있다.

역시 비슷한 시기에 유행했던 '시티팝'도 작년부터 일본 청년들 사이에서 힙스터 문화로 급부상했다. R&B 풍의 세련된 팝을 연주하는 밴드 '서치모스' '네버 영 비치' '요기 뉴웨이브스' 등이 낭만과 여유를 노래하며 '그때 그 시절'의 사운드를 재현하고 있다. 중고 LP를 판매하며 점포 수를 늘려가는 '쓰타야서점'을 중심으로 1980년대 유행했던 제이팝 음반을 찾아 다니는 일본 청년들도 늘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음악계 복고 유행을 "팍팍한 삶을 위로받으려는 심리"로 본다. 책 '향수 속의 한국사회'의 저자 김왕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옛 대중음악에 대한 향수 현상을 "현재의 불만족스러운 상황을 벗어나고 싶은 욕망"으로 분석한다. 과거 호시절의 기억으로 현재의 불안과 불만을 덮어버린다는 것이다.

TV에서 예전 대중음악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들이 줄줄이 생겨난 것 역시 이런 욕구에 맞춘 기획으로 해석된다. CJ E&M과 닐슨코리아가 3월 둘째 주 지상파 3사와 CJ 7개 채널 CPI(콘텐츠 영향력 지수)를 측정한 결과, KBS '불후의 명곡'이 1위를 차지했다. '히든싱어', '슈가맨', '복면가왕'처럼 예전 히트곡을 재활용하는 예능 프로그램 역시 밀리지 않는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윤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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