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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대우건설 본부장 절반 ‘물갈이’… 산은, 사업구조 재편 나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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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 5명 퇴직-사업총괄 보직 폐지

해외 부실로 매각 실패 책임 물어

산은, 국내주택부문 대폭 강화 준비… 단기간 주가 올려 재매각 포석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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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이 본부장급 임원 절반 이상을 퇴직시키는 임원인사를 전격 단행했다. 최근 해외현장에서 3000억 원대 돌발 부실이 드러나 회사 매각이 불발된 데 대한 문책성 인사로 풀이된다. 최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이 해외 부문을 축소하고 흑자를 내는 국내 주택을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는 구조조정에 나섰다는 해석도 나온다.

○ 임원 11명 중 6명 교체

대우건설은 19일 기술연구원장, 인사경영지원본부장, 조달본부장, 토목사업본부장, 품질안전실장 등 본부장급 임원 5명의 자리에 직무대리를 임명했다고 20일 밝혔다. 전무 자리였던 사업총괄 보직도 폐지됐다. 본부장 11명 중 6명의 사표를 한번에 받은 것이다. 이들은 19일 오후 갑자기 해임 통보를 받았다. 대우건설이 연말 인사 시즌이 아닌 때에 임원을 교체·해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인사는 매각 작업이 실패한 데 따른 문책성 경질로 풀이된다. 2011년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부터 대우건설을 인수한 산업은행은 지난해 10월 주식매각 공고를 내고 대우건설 매각에 나섰다. 하지만 당초 인수 후보로 거론됐던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 등 해외 큰손들이 입찰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헐값 매각 우려가 나왔다. 급기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호반건설이 대우건설의 해외 부실 문제로 지난달 인수를 포기하면서 매각 일정이 무기한 미뤄진 상태다.

해외사업 리스크는 산은으로 편입된 이후 대우건설의 발목을 잡아 온 대표적 걸림돌이었다. 2016년에는 국내 주택경기 호황으로 국내 부문이 8135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해외에서 1조3165억 원의 손실이 발생해 5030억 원 규모의 ‘어닝쇼크’가 났다. 지난해에도 7000억 원 이상의 영업이익이 예상됐지만 모로코 복합화력발전소 프로젝트의 발전터빈 결함이 3000억 원대 손실로 이어지면서 4000억 원 흑자에 그쳤다. 20일 현재 대우건설 주가는 산은 인수 당시인 1만5000원의 3분의 1 수준인 5500원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매각 불발의 직접적인 원인이었던 모로코 발전소 설비조달을 책임진 임원뿐 아니라 인사담당 임원 등도 회사 체질 개선 명목으로 해임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주택 부문 중심 사업 재편 신호탄

대우건설 안팎에서는 이번 임원 인사가 사업 무게중심을 주택 부문으로 옮기기 위한 준비작업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산은이 업황이 비교적 나은 국내 주택 부문 실적을 바탕으로 단기간에 주가를 끌어올린 뒤 재매각에 나설 것이라는 뜻이다. 이달 현재 재건축·재개발 등 주택 부문 수주 잔액은 약 30조 원으로 이 회사의 3년 치 매출액 수준이다.

유력한 차기 사장 후보로 꼽혔던 이훈복 사업총괄 전무가 해임된 것도 이러한 전망에 힘을 싣는다. 이 전무는 영업지원실장, 전략기획본부장 등을 거치며 2016년 사장 공모에 참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인사로 사표를 내면서 차기 사장후보군 중 대우건설 출신은 사실상 김창환 주택건축사업본부장만 남았다는 게 안팎의 해석이다.

대우건설 내에서는 산은 측이 회사의 강점인 해외 부문을 과도하게 축소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산은이 기업 관리에 실패한 책임은 지지 않고 대우건설 임직원만 문책한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크다. 한 대우건설 전직 임원은 “산은이 대우건설 임직원의 전문성을 존중하고 경영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이 회사의 실적을 회복할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천호성 기자 thous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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