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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한방될까, 헛방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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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重課) 시점인 4월 1일을 앞두고 서울 전역을 포함한 '조정 대상 지역' 주택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올 1~3월 주택 매매 거래량이 급증했고, 증여 건수도 증가세가 뚜렷하다. 정부가 장려한 임대사업자 등록도 눈에 띄게 늘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다음 달 1일이 부동산 시장에 분명한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대다수 전문가가 최근 급증한 주택 거래량은 다음 달부터 급감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집값 전망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당분간 안정·정체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지만 "서울 집값이 더 가파르게 오를 수 있다"는 예상도 나왔다.

양도세 중과 피하기 나선 다주택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을 통해 양도세 중과 계획을 밝히면서 "내년 4월까지 시간을 드렸으니 자기가 사는 집이 아닌 집들은 좀 파시라"고 했다. 통계를 보면 다주택자들은 김 장관의 기대대로 움직이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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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주택 시장에선 '연초(年初) 비수기'라는 공식이 깨지면서 주택 매매 거래가 늘었다. 3월 서울 주택 매매 거래량은 18일까지 1만2113건을 기록, 지난해 3월 전체 거래량(1만2888건)에 육박했다. 1월과 2월 거래량도 각각 역대 최고치였다. 1월 1일부터의 누적 거래량은 총 4만3513건으로 지난해 1~3월 거래량(3만1159건)보다 약 40%가 늘었다.

주택 증여도 많이 이뤄졌다. 작년 9월 1000건에 못 미쳤던 서울 지역 월간 주택 증여 건수는 10월부터 늘어나기 시작해 12월에는 2101건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도 매달 2000가구에 가까운 주택이 증여되고 있다. 전국 주택 임대사업자 월간 신규 등록 건수도 작년 초 3000여건 수준이던 것이 올 초에는 9000여건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다주택자들이 양도세 중과 대응 전략을 실행에 옮긴 것"이라며 "뒤집어 말하면 4월 이후에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국면이 전개될 것이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대규모 입주로 가격 출렁일 때 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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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부터 양도세가 중과되면 서울·세종 등 조정 대상 지역에선 주택 매매 거래가 눈에 띄게 줄어들 전망이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그간 '어차피 팔 거면 4월 전에'라는 분위기가 있었던 만큼 향후 수개월 치 거래분이 앞당겨 거래됐을 것"이라며 "특히 양도 차익이 큰 매물, 다시 말해 단기 급등 지역에선 당분간 매도 물건을 쉽게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집값은 어떻게 움직일까. 쉽게 오르지도 내리지도 않는 보합 국면이 당분간 지속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가격이 오른 상태로 정체되는 '고원(高原)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글로벌 시장에서 상승 국면이 지속 중이어서 서울에서 상대적으로 덜 오른 지역은 상승세가 좀 더 지속할 수 있다"고 했다.

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센터장은 "대체로 급등·급락세는 나타나지 않겠지만 연말 대규모 입주가 시작되는 송파구 등에서는 단기적으로 아파트값이 내릴 수 있다"며 "서울에 내 집 장만을 생각한다면 연말 주택 시장 동향을 유심히 살펴볼 만하다"고 말했다. 고종완 원장은 "앞으로 2~3년 약세장이 이어질 텐데, 금리나 입주량 등을 봤을 때 내년 하반기쯤 집 장만 타이밍이 올 것"이라고 했다.

여전히 '서울은 오늘이 최저가(價)'란 의견도 있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서울 청약시장에 수요가 여전히 몰리지만 임대사업 등록 주택 등 다주택자가 시장에 내놓기 어려운 '잠긴 매물'이 생각보다 많아 공급 증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올 상반기 강남·마포 등 서울 인기 지역에서 분양이 줄줄이 대기 중인데, 이게 수요자의 구매 심리를 자극해 집값이 들썩일 수 있다"고 말했다.

◇2004년 양도세 중과 땐 '약효 1년'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는 2000년대에도 도입된 적이 있었다. 당시 집값은 어떻게 움직였을까.

2003년 서울 아파트값이 연(年) 10.2%가 오르자 노무현 정부는 2004년 1월 1일부터 3주택 보유자에 대한 양도세율을 일괄 60%로 인상했다. 10억원을 남기면 6억원을 세금으로 걷어간 것으로 8·2 대책보다 훨씬 고(高)강도 대책이었다. 그해 서울 아파트값은 1.02% 하락했다. 하지만 '약발'은 고작 1년이었다. 2005년 서울 아파트값은 9.1% 올랐고, 2006년에는 무려 24.1% 상승했다. 이에 정부는 2주택자 양도세율도 '일괄 50%'로 올렸다. 그 결과 상승 폭은 연 3%대로 낮아졌지만 글로벌 경제 위기 여파가 밀어닥친 2010년까지 서울 아파트값이 내리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당시에는 양도세 외에도 다른 여러 규제가 연일 터져 나오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단순 비교는 어렵다"고 말했다.

장상진 기자(jhi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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