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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단독] “김정은·트럼프 원샷 타결 못해 … 좋은 분위기만 만들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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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 핵심은 핵시설 모니터링 합의

검증 가능하게 프레임 잘 잡아야

트럼프가 평양 가는 건 바람직 안 해

판문점·서울·베이징·하와이 가능성

이번 회담은 트럼프·폼페이오 쇼

틸러슨보다는 두 사람이 잘 맞을 것

북핵 전문가 릴레이 인터뷰<1>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북핵특사
중앙일보

로버트 갈루치 미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장(당시 미측 북핵특사)은 ’북핵 모니터링에 대한 합의를 얻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광조 JTBC 촬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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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운명을 결정할 북·미 정상회담까지 약 두 달. ‘역사적 회담’을 앞두고 과거 북핵 협상을 주도했거나 관여한 각국 전문가들의 조언과 전망을 ‘북·미 정상회담 성공으로 가는 길’ 시리즈로 소개한다.

1994년 제네바 합의의 주역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북핵특사(72·전 국무부 차관보)는 살아있는 북핵 역사책이다. 그는 93~94년 북한의 핵 시설 동결과 국제사회의 경수로·중유 제공을 교환하는 ‘제네바 합의’를 이끌었다. 그의 북한 측 파트너는 강석주 외무성 부상(2016년 사망). 25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그의 기억은 또렷했다. 북핵 폐기가 얼마나 힘들고 긴 여정인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그는 인터뷰 내내 “트럼프와 김정은은 ‘좋은 분위기’만 만들면 된다. 달리 말하면 ‘결렬’만 안 되게 하면 된다. 나머지는 어차피 전문 협상팀이 긴 기간에 걸쳐 조율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나긴 대화 시리즈의 시작’이란 표현도 썼다. 인터뷰는 지난 8일 오후 갈루치가 소장을 맡고 있는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 한미연구소에서 1시간 가량 진행됐다. 다음은 주요 문답.



Q : 북미정상회담에서 일괄타결이 가능하겠는가.



A : "난 이 회담이 ‘원샷(one shot·한번에 해결됨) 협상’이 될 것이라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북핵 문제의 복잡성을 아는 사람이라면 북한과 협상 테이블장에 앉아 양국의 모든 견해차를 단 한번에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곤 생각 않을 것이다. (일괄타결은) 상상할 수 없다. 정상회담은 협상의 시작일 뿐이다. (정상회담이 끝나면) ‘톱 다운’에 의해 양측 전문 외교관이나 정부 대표단이 오랜 기간 왔다 갔다 하면서 합의에 관한 세부사항들을 조율할 것이란 얘기다. 난 미국과 북한 양측에 ‘서로가 실행하는 걸 보고 추가적 조치를 취하도록 하라. 이른바 행동 시스템을 마련하라’고 권하고 싶다. 그래야 주고 받기가 가능하다.”




Q : 정상회담에서 가장 치열하게 맞붙을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A : "1994년, 그리고 2000년을 되돌이켜보면 핵 무기와 운반수단을 제약하려는 협상에 있어 가장 힘든 점은 투명성, 검증, 그리고 모니터링이었다. 이번에도 가장 핵심적이고 민감한 부분은 북한으로부터 합의의 투명성, 그리고 모니터링에 대한 합의를 얻어내는 것이다. 북한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받아들일 수도, 안 받아들일 수도 있다. 북한이 합의를 준수하는 지 검증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Q : 북한 어디에 어떤 핵 시설이 숨겨져 있는지 찾아내는 건 불가능하지 않나.



A : "일리있는 지적이다. 그래서 검증이 ‘가능’하게끔 합의의 프레임(frame·골격)을 제대로 잡아야 한다. 만일 제대로 프레임을 잡지 못하면 검증은 불가능해진다. ‘핵 프로그램 일체를 포기한다’는 합의를 이끌어야 한다. 핵 분열성 물질을 만들어 내는 데 필요한 모든 시설과 우라늄 농축, 기체 원심분리 공장 및 원자로, 재처리 공장 등 고농축 우라늄이나 플루토늄을 만들어내는 모든 것들을 멈추게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모든 핵 무기와 핵 물질을 포기한다’는 프레임으로만 가면 검증에 실패할 것이다. 사실 일본 나가사키에 떨어졌던 핵폭탄 분열 물질은 여성의 주먹만큼 작다. 우리로선 북한이 그걸 폐기했는지 알 도리가 없는 게 사실이다. 침대 밑에라도 숨길 수 있는 것들이다. 현실적인 한계상 그런 검증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어쨋든 실제 모니터링할 수 있는 것들을 검증하려는 시도는 해야 한다.”




Q : 북미정상회담 의제 뿐 아니라 개최장소도 주목되는데.



A : "미국 대통령이 평양에 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판문점, 서울, 베이징, 하와이 가능성이 있다. 아마도 워싱턴이나 시애틀 같은 미 본토에서는 개최하지 않을 것 같다.”




Q : 정상회담 결과를 한마디로 전망한다면.



A : "사실 모르겠다. 단 참사(disaster)를 만들지 않기를 원한다. 치사하고 더러운 싸움, 서로를 모욕하는 상황이 안 되길 바란다. 내가 정상회담에 기대하는 최대의 목표치는 ‘좋은 분위기’로 (추후 협상팀이) 협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Q : 그렇다면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로드맵이 마련될 가능성은.



A :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것 같다. 근사한 만찬 한 끼 함께 하고 하루 이틀 회담하는 것으로는 그런 것(로드맵)이 나오기 힘들 것이다. 너무 짧은 시간이다. 매우 일반적 원칙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세계평화를 원한다. 우리는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한 합의를 원한다’와 같은 미사여구는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의미는 없다.”




Q : 정상회담이 잘 안 될 경우 한반도에 군사적 위험이 있을 수 있다고 보나.



A :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그걸 ‘위험한 비즈니스’라고 표현을 했다. 두 정상이 만난 다음에는 더 이상 위로 올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난 (이번 정상회담이) ‘나쁜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좋은 결과’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분위기만 잘 만든다면 그것으로 성공이라 본다.”




Q :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경질되고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새 국무장관으로 지명됐는데, 어떤 변화가 예상되나.



A : "트럼프 대통령은 틸러슨 보다는 폼페이오의 도움을 받는 게 더 (일하기) 쉬울 것이라 생각한다. 대통령이 대화를 함에 있어 틸러슨 장관보다는 자신과 확실하게 의견이 같은 국무장관과 하는 편이 더 쉽고 좋을 것이다. 이번 회담은 ‘트럼프·폼페이오 쇼’다.”




Q : 25년 전의 북한과 지금의 북한은 어떻게 다른가.



A : "25년 전 처음 접한 북한은 핵 무기도 없었고 장거리 탄도미사일도 없었다. 또 이런 협상을 하는 데 경험이 없었다. 큰 소리도 지르고, 투박하고 거칠었다. 하지만 더 이상 그렇지 않다. 이제 북한은 핵무기와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고, 플루토늄과 고농축 우라늄 등 핵 물질을 많이 모았다. 그리고 협상 전문가들이 전면에 배치돼 있다. 최근 베를린과 쿠알라룸푸르에서의 1.5트랙(반관반민 회의)에서 만나보니 그들은 훨씬 세련된 협상가가 돼 있었다.”


워싱턴=김현기·정효식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인터뷰 전문은 중앙일보 웹사이트(joongang.joins.com)에서 볼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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