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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밀착카메라] 터널 뚫다 집 무너질라…불안한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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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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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터널 공사를 할 때마다 주변의 주민들은 건물 균열과 소음 등의 피해를 호소합니다. 문제가 제기된 곳만 지금 10곳이 넘습니다. 하지만 피해가 인정되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밀착카메라 구혜진 기자가 그 이유를 알아봤습니다.


[기자]

산 중턱이 깎여 나갔습니다.

경기도 동두천시와 연천군을 잇는 도로를 만들기 위해 터널을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이곳 터널 공사현장에는 산을 뚫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산을 폭파한 흔적이 곳곳에 보이는데요.

바로 옆에는 작은 마을이 있습니다.

이곳 마을에 사는 사람들은 갖가지 피해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40가구 남짓한 조용한 마을이 시끄러워진 것은 터널 발파 공사가 시작된 지난해 10월부터입니다.

[윤봉희/마을 주민 : 북한 사람들이 터널 파고들어 온 줄 알았어요. '어머니 시간을 체크해 놓으시라'고 경찰에 신고하게… ]

공사 현장과 마을은 100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조영삼/마을 주민 : 우리 마을이 폭격에 맞아서 흔들리나 보다. 땅에서 올라오는 천둥 느낌이 들었어요. 온 산이 흔들릴 정도였거든요.]

마을 입구 도로가 갈라졌고 집앞 담벼락도 무너질 듯 위태롭습니다.

집을 받치고 있는 돌들도 일부 떨어져 나왔습니다.

터널 공사현장에서 300m 정도 떨어져 있는 집에 와봤습니다.

지은 지 7, 8년밖에 안 된 집이라고 하는데 창틀 위쪽이나 문 위를 보면 곳곳에 금이 가 있습니다.

가장 심한 곳을 같이 와서 한번 보시면요, 제 손가락이 이렇게 들어갈 정도로 금이 나 있습니다.

이게 단순한 금이 아니라요, 콘크리트 벽이 쪼개진 것인데요.

그래서 제가 이 쇠젓가락을 반대편에서 넣어보면 쇠젓가락이 완전히 통과가 돼서 위아래로 오르내릴 정도입니다.

주택 외벽 안팎 모두 금들이 생겼습니다.

벽을 관통할 정도로 깊숙합니다.

[문옥순/마을 주민 : 종이가 자꾸 갈라지더라고요. 왜 갈라지나 하고 뜯어봤더니 다 틈이 벌어지는 거야.]

문이 닫히지 않을 정도로 수평이 맞지 않고 문지방에는 억지로 여닫은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공사현장보다 지대가 낮은 곳에도 10가구 정도가 삽니다.

이곳 사람들은 아랫마을이라고 부르는데요.

날씨가 풀리면 산사태가 나거나 장마가 왔을 때 하천이 막혀서 수해를 입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공사 업체는 공사의 진동과 소음을 측정한 결과 기준치에 미달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여름을 앞둔 주민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습니다.

[정태현/마을 주민 : 토사라든가 나무라든가 내려와서 매몰되면 모든 물이 범람하고 주택 쪽으로 침입하는 거죠.]

인천 부평 지하철 연장 공사 인근 주민들도 피해를 주장합니다.

발파가 일어나는 공사장 주변 담벼락은 무너지지 않도록 임시 방편으로 지지대를 설치했습니다.

일부 주민들은 발파 일시와 피해 상황을 기록해 두고 있습니다.

[김갑수/인천 부평 산곡동 : 아이들이 여기 많이 다녀요. 유치원생들이요. 30, 40명씩 지나가거든요. 그런 걸 보면 굉장히 위협으로 느껴서요.]

부산 천마산 터널과 윤산터널 등 발파 공사로 주민들이 불만을 제기한 곳은 지난해만 전국에 10곳이 넘지만 피해가 인정된 사례는 극히 드뭅니다.

발파 당시 진동과 소음으로만 안전을 평가하는 기준도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조영삼/경기 동두천시 안흥동 : (시공사에서는) 노후화로 일어난 원래 있었던 크랙이다, 균열이다, 안 금이다 하는데…]

실제 발파를 하지 않는 무진동 공법의 경우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현장에서 외면받고 있습니다.

발파공사를 할 때마다 인근 주민들의 피해와 불안은 계속되고 있지만, 제대로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발파공사에 대한 기준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좀 더 귀를 기울여야 할 이유입니다.

(인턴기자 : 송하린)

구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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