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트럼프는 왜 두테르테처럼 마약상에 '사형' 극약처방 내렸나

댓글 5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마약상에 무관용, 사형하니 마약 문제 없다더라"

아편성 진통제 등 약물 과용 사망 년간 6만 4000명

일반 통증 외상환자에도 처방 남용, 160만명 중독

중앙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 뉴햄프셔 맨체스터에서 "아편성분 마약을 밀매하는 마약상에 최고 사형으로 처벌해 마약을 근절하겠다"고 선언했다.[A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처럼 불법 마약상에게 사형을 선고하겠다고 선언했다. 미국 50개 주에서 약물 과다 복용으로 인한 사망자가 10만명당 39명으로 웨스트버지니아(52명), 오하이오(39.1명)에 이어 3위인 뉴햄프셔주 맨체스터를 방문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맨체스터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한 연설에서 “우리가 마약상들에 강경하지 않으면 시간 낭비”라며 “이들에 대한 궁극적 형벌은 사형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약 밀매범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강조했다.

그는 “이름은 말하진 않겠지만, 여러분도 다 아는 다른 나라 지도자에게 ‘마약 문제가 없다는 말이 무슨 뜻이냐’고 물었더니 ‘마약상에겐 무관용 원칙을 갖고 있다’고 답하더라”라고 두테르테 대통령의 말을 소개했다. 이어 “그는 무관용 원칙이 뭐냐는 질문엔 마약상에 사형을 내리는 거라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일부 마약상은 평생 수천 명의 사람들을 (약물 과용으로) 죽게 할 것이며 더 많은 사람의 삶을 파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들은 붙잡혀도 30일 혹은 많아야 1년의 징역형을 살 거나 벌금으로 풀려날 것”이라며 “하지만 여러분이 살인하면 사형이나 종신형을 선고받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수천 명을 죽게 하는 마약상을 강하게 처벌하지 않는 것은 잘못된 일이며 우린 엄해져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미국의 현행 법률로는 마약거래 현장에서 총격 등으로 살인한 경우에만 사형을 적용할 수 있어 이를 바꾸겠다는 뜻이다.

중앙일보

2000~2016년 미국에서 아편(Opioid) 성분 마약 및 진통제 과다 복용으로 인한 사망자 증가 추이[미 질병통제센터]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편(Opioid) 성분 마약을 불법 거래하는 마약상에 사형이란 극약 처방을 내린 건 지난해 10월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할 정도로 일반인 중독이 확산한 때문이다.

그런데 일반인들에게 마약 중독이 전염병처럼 확산된 더 큰 원인은 불법 마약상이 아니라 일반 의사들의 합법적인 마약성 진통제 처방에 있다.

미국에선 합성 아편인 펜타닐과 코데인, 메타돈, 하이드로코돈 등 마약 진통제를 말기 암환자 같은 통증 치료가 힘든 중증 환자뿐 아니라 교통사고나 일반 외상 환자들까지 광범위하게 처방하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10대에서 노인까지 전염병처럼 아편성 진통제 중독자가 급증한 것이다.

‘아편 위기 및 약물 중독 퇴치 대통령자문위’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미국 전체 인구의 3분의 1이 넘는 9180만명(34.1%)이 아편 성분 진통제 처방 약을 복용했다. 국민 사용량에서 압도적인 세계 1위다. 1150만명(4.3%)이 남용하고 있으며 160만명(0.7%)은 아편 중독으로 인한 이상 장애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 질병통제국(CDC)에 따르면 약물 과용으로 인한 사망자도 2016년 6만 3938명으로 2010년 1만 6651명에서 6년만에 거의 4배로 급증했다. 미국에서 같은해 총기 사고로 인한 사망자(3만 8000명)나 교통사고 사망자(3만 4439명)의 약 2배다.

약물 과다 복용 사망자 중에서도 펜타닐 및 기타 합성 아편 1만 9413명, 아편 성분 진통제 1만 4487명, 의료용으로도 금지된 마약인 헤로인 1만 5469명 등 아편 계열 약물로 인한 사망자가 약 80%에 달했다.

백악관은 이에 따라 여러 건의 아편 진통제를 요구하는 환자들에 대한 국가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아편 마약 진통제 처방을 현재보다 3분의 1로 줄이겠다는 방안도 이날 발표했다. 또 마약상에게 의무적으로 최소 형량을 구형할 수 있도록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 통과도 의회에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모바일에서 만나는 중앙일보 [페이스북] [카카오 플러스친구] [모바일웹]

ⓒ중앙일보(http://joongang.co.kr) and JTBC Content Hub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