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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영장심사 가면 가족까지 다칠라...MB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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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22일 법원 영장심사 불출석”
수사결과 부정하면, 화살은 부인과 아들에게로
검찰 “추가 수사 필요하지만, 사전언급 부적절”

110억원대 뇌물수수 등 혐의를 받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법정에서 검찰 구속영장의 부당함을 다퉈 볼 기회를 스스로 내려놨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피의자 신분으로 수차례 공개석상에 서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연 그 이유 뿐일까. 검찰 수사결과를 정면 반박할 경우 부인 김윤옥 여사, 아들 이시형 다스 전무로 책임이 확대될 위험도 고려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은 오는 22일 오전 10시30분 박범석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열 예정이다. 그러나 20일 이 전 대통령 측은 “검찰에서 본인의 입장을 충분히 밝힌 만큼 법원의 심사에 출석하지 않겠다”고 했다. 다만 20일 정오 기준 법원에 공식으로 이 전 대통령의 불출석사유서가 접수되지는 않았다.

조선일보

/김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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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은 전날(19일) 이 전 대통령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조세포탈·국고손실·횡령,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등 6개의 죄명을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207쪽 분량의 영장 청구서에 이 전 대통령이 다스를 실소유하며 비자금 조성 등 350억원대 횡령·배임에 관여한 혐의, 삼성, 국가정보원,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등 각계 인사들로부터 110억원대 뇌물을 받은 혐의 등 10여개 범죄사실을 적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통령 및 측근들의 혐의 일부는 부인 김 여사, 아들 시형씨도 무관하지 않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 내외가 법인카드를 받아 1995년~2007년 국·내외에서 총 1796차례 4억여원을 쓴 것이 다스 법인자금을 횡령한 것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2007년 대선 전후 이 전 대통령 측에 건넨 22억5000만원 가운데 5억원 가량이 김 여사를 통해 흘러든 의혹, 김희중 전 청와대 부속실장이 2011년 10월 방미를 앞두고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10만 달러를 김 여사 측에 전달한 의혹도 있다. 10만 달러 수수는 이 전 대통령도 검찰 조사에서 시인한 부분이다.

아들 시형씨는 큰아버지 이상은 다스 회장 명의 계좌를 통해 도곡동 땅 매각대금 10억여원을 꺼내 쓰거나, 수억원대 다스 배당금을 챙긴 의혹을 받는다. 법조계는 불법성이 확인될 경우 이씨가 업무상횡령, 탈세 등 책임을 지게 될 것으로 본다.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 이영배 금강 대표 등 이 전 대통령의 재산 관리인이 다스 관계사 자금으로 각각 40억원, 16억원 상당을 특혜 대출해 준 혐의(배임)를 받는 다온은 시형씨가 지배하는 회사다.

그 동안 검찰이 김 여사를 포토라인에 세울 가능성은 낮게 점쳐져 왔다. 전직 대통령 내외를 나란히 공개소환 조사하는 것은 정치적 부담이 뒤따를 수 있는 점, 뇌물 수수의 종착지가 결국 이 전 대통령으로 평가되는 점 등을 감안해서다. 아들 시형씨의 경우 지난달 비공개 소환 조사를 받았다. ‘박연차 게이트’ 수사 당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권양숙 여사를 서울이 아닌 부산에서 비공개 조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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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이 21시간에 걸친 검찰 소환조사를 받은 뒤 15일 귀가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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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전 대통령이 구속수사를 면하기 위해 법정에서 주요 혐의를 부인하는 등 검찰과 대립각을 세울 경우, 이 전 대통령의 가족에 대한 대면조사, 신병확보 등이 검토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다스 관계사 배임 등은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면서도, 이 전 대통령의 직계가족에 대한 사법처리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영장 청구·발부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른 사안에 대해 사전에 언급하기 부적절하다”며 거리를 뒀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이번 수사를 ‘정치적 수사’라고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이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는 강도가 세질수록, 부인이나 아들을 겨냥한 검찰의 압박은 거세질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이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정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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