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젊은이들 중남미 가라?"…해외 '열정페이' 양산 우려

댓글 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정부, 꼼꼼한 사전조사 없이 해외취업 추진…칠레·멕시코 등 고용불안 증가

아시아경제

해외취업박람회/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정부가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한국 청년들의 중남미 취업을 추진하고 나섰지만 중남미 지역 노동 환경에 대한 점검이나 사전조사가 부실해 일자리 수를 늘리는 데만 급급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알베르토 모레노 미주개발은행(IDB) 총재와 면담하고 한국 청년들이 중남미 개발도상국 기업에 취업할 수 있는 '한국청년 기술봉사단' 프로그램을 공동 추진키로 했다. 이는 정부가 최근 발표한 '청년 일자리 대책'에 포함된 해외 취업ㆍ창업 방안 중 하나다.

그러나 현재 중남미 개도국의 노동 조건은 한국보다 열악해 '좋은 일자리'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칠레는 노동시장의 유연화로 고용 불안이 높아졌으며 멕시코에서는 외주ㆍ하청 노동이 크게 증가했다. 브라질의 올해 실업률은 두 자릿수를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고 아르헨티나에서는 빈곤층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아르헨티나는 수년간 연 20%가 넘는 심한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2020년까지 인플레이션율을 5%까지 낮추는 것을 목표로 정했지만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매년 임금 협상 기간에 정부는 인플레이션 목표치에 근접한 인상을 제시하지만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높은 노조 측에선 훨씬 큰 인상률을 요구하며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코트라에 따르면 아르헨티나의 높은 인플레이션율이 단기적으로는 안정화되기 어려워 경제의 불확실성,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중남미가 워낙 넓고 국가도 다양하다 보니 고용 환경을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이 관계자는 "중남미 진출에 관심이 있는 청년들이 많다"면서 "IDB가 보유한 중남미 정보를 공유해 적절한 국가와 기업을 찾기 위해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한국 청년 기술 인력에 대한 수요를 파악해 내년부터 중남미 현지 기업에 진출한다는 목표다.

청년들의 중남미 진출을 독려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5년 박근혜 정부 당시 한국과 칠레는 창업 인력 교류 활성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한국 청년들의 중남미 창업 프로그램을 개발하기로 했다. 당시 정부는 10년간 청년 창업팀 90여개가 중남미에 진출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비슷한 시기 박 대통령이 중동 4개국 순방을 다녀온 후 청년들에게 중동 진출을 권유하자 '현실과 동떨어진 공허한 주장'이라는 비난 여론이 쏟아지기도 했다.

지난 정부의 해외 취업 프로그램 '케이무브(K-Move)' 사업에 참여한 일부 청년들은 해외에서 기본생계비보다 낮은 '열정페이'를 받으며 일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세종=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