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 득표로 ‘21세기 차르’ 등극
○ 크림반도 합병 정당화도 성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번 러시아 대선에서 전 세계의 눈은 특히 크림반도로 향했다. 18일 선거가 180만 크림반도 유권자들이 참가하는 첫 러시아 대선이었기 때문이다. 푸틴 대통령은 크림반도 합병 4주년 기념일을 대선일로 정할 만큼 애착을 보여 왔다. 서방 20개국은 크림반도에 40명이 넘는 국제감시단을 파견해 선거 과정을 감시했다.
결과는 푸틴의 압승이었다. 지역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무려 92.15%를 득표했다. “크림반도는 국제법에 따라 우크라이나 영토”라고 주장했던 크세니야 솝차크 후보는 1%대 득표에 그쳤다. 하원 선거에 이어 대선까지 푸틴 압승으로 끝나면서 크림반도에 대한 러시아의 실효적 지배는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 투표율 저조와 부정선거 논란은 부담
러시아 정부는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투표자에게 사탕, 음료 등을 제공하고 투표소 근처에서 공연을 열었다. 어른들이 투표할 동안 아이들을 봐주기도 했다. 이런 노력에도 투표율은 2012년 대선(65%)보다는 높았지만 목표(70%)에 미치지 못한 67.5%에 그쳤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선거가 끝나자마자 부정선거 논란도 가열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불법 투표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AP통신은 모스크바 인근 투표소에서 한 여성이 책상 위의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밀어 넣는 장면이 폐쇄회로(CC)TV에 잡혔다고 보도했다. 극동 지방에선 한 여성이 재킷에서 투표용지 뭉텅이를 꺼내 투표함에 넣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캄차카반도에 있는 6개 마을은 투표율 100%를 기록해 강제동원 의혹도 일었다. 러시아 선거 감시 비정부기구 골로스에 보고된 부정선거는 2400여 건에 이른다. 이번 선거에서 11.8%를 득표해 2위를 차지한 공산당 후보 파벨 그루디닌은 “소비에트 연방 해체 이후 가장 지저분한 선거”라고 개탄했다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그러나 러시아 중앙선거관리위는 “선거법 위반 건수가 6년 전 선거의 절반이며 중대한 위반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 국내 통합, 외교 대립 기조 계속될 듯
푸틴 대통령은 서방 세계와 대립하고 그 위기를 빌미로 국내 여론을 통합하는 기존 전략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전날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국가주석으로 재선출되며 장기집권의 토대를 닦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푸틴 대통령의 압승 발표 직후 “중국과 러시아의 전략적 협력 파트너십은 역사상 최고 수준”이라며 축전을 보냈다. 중국과 러시아가 협력해 미국과 대립하는 신냉전 흐름을 예고하는 듯했다. 볼리비아 쿠바 베네수엘라 등 사회주의 국가들이 푸틴 대통령에게 축전을 보냈지만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세계는 대부분 침묵했다.
당장 전직 러시아 이중간첩 세르게이 스크리팔의 독살 시도 의혹으로 외교관 23명씩을 맞추방하며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영국과의 관계가 발등의 불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러시아가 대선 직전에 이러한 무모한 행위에 나선다는 것이 터무니없고 어리석고 말도 안 되는 얘기라는 것을 알 것”이라며 영국을 비난했다.
반면 국내적으로는 통합과 경제개혁을 단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푸틴 대통령은 “모든 대선 후보자와 함께 자리를 마련하겠다”며 통합 의지를 드러냈다. 5월 취임 이후 개각도 예고했다. 경제 분야 개각이 유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