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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7000원에 산 고등어, 4000원어치는 유통업자가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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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에 오르는 생선 가격의 절반 이상이 유통 비용으로 나타났다. 유통 단계를 줄이면 생선 가격을 떨어트릴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유통 단계 종사자가 너무 많아 단기간에 가격 인하를 유도하기 어려운 문제점이 있다.

해양수산부는 19일 '수산물 생산 및 유통 산업 실태 조사' 자료를 통해 "고등어, 오징어, 갈치, 명태 등 네 생선의 판매 가격 중 유통비 비율이 평균 51.8%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가격이 100원이라면 51.8원이 유통비고, 나머지 48.2원이 산지 가격이란 뜻이다.

명태 가격의 66.3%가 유통 비용

해수부는 고등어 등 우리나라 국민이 가장 선호하는 생선 네 가지에 대해 산지에서 소비자에게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추적해 현장 방문과 관계자 면담 조사를 통해 유통 비용을 파악했다. 가격은 2017년 11월을 기준으로 산정했다.

품목별로 명태의 유통 비용 비율이 66.3%로 가장 높았다. 전량 원양어업으로 잡는 명태는 포획하는 원양 선사가 가격의 33.7%를 가져가고, 유통 단계에서 산지 3.0%, 도매 15.3%, 소매 48.0%를 각각 가져가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단계를 거쳐 산지에서 1kg당 1384원 하는 명태를 소비자는 그 3배 가격인 4108원에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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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대부분 우리나라 인근 바다에서 잡히는 고등어는 유통 비용이 56.7%로 나타났다. 산지 어민들은 나머지 43.3%를 가져간다. 또 오징어와 갈치의 유통 비용은 각각 45.9%와 44.7%로 나타났다.

해수부는 "평균적으로 생선 가격의 절반 정도가 유통 비용이며, 다른 생선도 이와 비슷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유통 단계가 유통 비용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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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 가격의 유통 비용 비율이 높은 것은 길고 복잡한 유통 경로 때문이다. 고등어는 어민이 고등어를 잡아 산지에서 경매에 넘기면 위판장을 거쳐 소비지 도매시장 등으로 공급된다. 이후 2차 도매상과 소매상을 거쳐 소비자를 만난다. 어민→산지 위판장→소비지 도매시장→도매상→소매상을 거쳐 공급되는 것이다. 이 경로가 아닌 물량은 저장·가공업체, 대형 유통업체 등을 거쳐 소비자에게 공급된다. 명태도 이와 비슷하다.

그나마 유통 비용 비율이 낮은 오징어(45.9%)와 갈치(44.7%)는 고등어나 명태보다는 유통 단계가 짧다. 어민→산지 위판장→소비지 도매시장→소매상을 거쳐 공급된다. 고등어·명태와 비교하면 '도매상' 단계가 없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 단계가 얼마나 긴지에 따라 유통 비용이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해수부 "유통 비용 줄일 대책 내놓을 것"

유통 비용을 낮추려면 유통 단계를 줄여 소비자로 전달되는 과정을 줄여야 한다. 산지에서 바로 소비자로 이어지는 직거래 시스템을 만드는 식이다. 그러나 수산물은 보관과 운송에 어려운 점이 많고, 관련자들의 이해관계를 해결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정부는 수협을 통한 수산물 유통 일원화를 독려하지만, 수협을 통한 수산물 유통 물량은 전체 수산물 공급량의 39.4%에 그친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 단계를 하나 줄이면 거기에 종사하는 수많은 업자와 그 가족의 생계에 문제가 생긴다"며 "유통 단계를 줄이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수산물 산지를 돌며 물량을 확보해 시중에 공급하는 '산지 수집상' 등의 생계가 걸려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가격뿐 아니라 위생 상태 개선을 위해서라도 유통 단계 혁신이 필요하다는 게 정부 생각이다. 전국 위판장 189곳 가운데 절반을 훌쩍 넘는 104곳이 지은 지 10년이 넘었다. 30년을 초과한 곳도 24곳에 이른다.

해수부는 "저온 차량을 이용해 산지에서 물류 센터를 거쳐 적정하게 온도를 관리하는 매장으로 보내는 시스템을 갖춰야 하는데, 이게 가능한 곳은 대형 마트 정도"라며 "산지와 재래시장은 품질·위생 관리를 강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해수부는 곧 보완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해수부는 "실태 조사 결과를 토대로 수산물 유통 혁신 계획을 5월까지 만들겠다"며 "수산물 산지에 전(前) 처리, 가공 시설을 갖춘 현대적 산지 거점 유통 센터를 설립하는 등 다양한 보완 방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박유연 기자(py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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