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19 (화)

[단독]'드라마 제5공화국'즐겨봤다는 아베,정치수법도 배웠나

댓글 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전직 사무차관 사찰의혹에 언론장악 시나리오

아베총리의 권위주의적 권력관리법 최근 논란

日 인사들"아베, 공저에서 '제5공화국' DVD시청"

제5공화국 통치수법과 아베의 방식 닮았나 화제

“이건 암흑정치야~.”

최근 일본 야당인 입헌민주당의 쓰지모토 기요미(?元?美)국회대책위원장이 아베 내각을 겨냥해 내뱉은 말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사학 스캔들을 폭로했던 전직 문부과학성 사무차관 마에카와 기헤이 (前川喜平)사찰 의혹과 관련해서다.

중앙일보

문서 조작 사건을 사과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마에카와 전 차관은 현재 아베 총리를 궁지로 몰고 있는 모리토모(森友)재단 특혜 의혹 외에 또 다른 사학 스캔들인 가케(加計)학원 의혹을 폭로했던 인물이다. 지난해 일본 정가를 떠들썩하게 만든 의혹으로 '아베 총리의 지인이 이사장인 사학재단 가케학원의 수의학과 신설과정에 일본 정부가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게 논란의 핵심이다. 마에카와 전 차관은 지난해 국회에서 “총리관저의 관여가 있었다”고 증언했던 인물이다.

그런데 지난 2월 그가 나고야(名古屋)시의 중학교에서 했던 강연내용과 관련해 문부과학성이 해당 학교에 수업내용과 관련 녹음 데이터 제출을 요구한 것이 최근 드러났다. 또 이 학교가 마에카와 전 차관을 왜 강연자로 초청했는지에 대해 자민당 의원이 사전에 문부과학성에 문의를 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야당은 “교육현장에 대한 국가기관의 개입이자 검열”,“아베 정권에서 민주주의의 가치가 점점 더 망가지고 있다”며 연일 거세게 밀어부치고 있다.

이 문제뿐만이 아니다.

“총리,비판보도가 불만인가,방송업계는 경계”,“방송 신뢰성 잃을 우려”….

아베 총리가 추진하는 방송법 개정 문제를 다룬 17일자 요미우리 신문의 제목들이다.

아베 정권과의 거리가 비교적 가까운 것으로 평가되는 요미우리 신문이 이처럼 강한 톤으로 아베 총리를 몰아세운 건 이례적이다. 이는 아베 총리가 철폐하려는 방송법 4조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방송은 선량한 풍속을 해치지 않아야 한다,정치적으로 공평해야 한다,보도는 사실을 왜곡해선 안된다'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는 이 조항의 철폐를 검토하고 있다.

아베는 “이런 규제들을 철폐해야 방송사들도 인터넷 등에 자유롭게 자기 주장을 펼 수 있게 되고, 경쟁을 통해 높은 질의 프로그램을 만들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규제완화를 통한 방송사업 육성을 내세우는 아베의 시각에 대해 일본 언론들 사이에선 “공평성 조항이 철폐하면 정권 편에 서는 의견만 방송될 것”이란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언론 육성이 아니라 언론 통제의 수단으로 아베 총리가 방송법을 활용하려 한다는 것이다.

요미우리 신문은 "총리는 자신을 응원하는 프로그램만 기대하는 것이다","정권의 오만"이라는 방송업계의 반응을 전했다.

실제로 아베 총리는 그동안 자기 구미에 맞는 방송국의 프로그램에만 집중적으로 출연해 왔다. 반대로 사학재단 특혜 의혹등과 관련해 자기를 비판하는 일부 민영방송에 대해선 노골적으로 반감을 드러내온 것이 사실이다.

사찰과 언론 통제외에 아베 총리는 '인사권 장악'을 통해 권력 기반을 탄탄하게 다져왔다.

지지율 폭락을 부른 이번 재무성 문서 조작 파문엔 ‘내각 인사국을 통한 총리관저의 관료 인사권 완전 장악’이 배경에 깔려있다는 분석이 있다.

2차 아베 내각이 5년이상 지속되면서 권위주의 국가들에서나 볼 수 있는 권력 관리 방식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아베 총리가 지난 2005년에 한국에서 방영됐던 드라마 '제5공화국'의 열성팬이라는 사실이 일본 언론계와 정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새삼 주목 받고 있다.

중앙일보

드라마 제5공화국 방송 당시 포스터 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8월 산케이 신문 계열의 ‘석간 후지’인터넷 사이트엔 “아베 총리가 시부야의 사저가 아닌 총리관저(집무실)옆 총리 공저에서 숙박할때는 혼자 DVD를 즐겨본다.그중엔 한국 드라마가 포함돼 있다”는 기사가 실렸다.

아베 총리는 미국 의회내의 권력투쟁을 그린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미국 CIA가 이라크에서 수행했던 비밀작전을 소재로 한 ‘홈 랜드’의 열성팬으로 유명하다.

중앙일보

드라마 제5공화국의 일본판 DVD 표지


그런데 그런 아베 총리가 가케학원 관련 의혹이 거세게 제기됐던 지난해 4~6월에 특히 한국의 ‘제5공화국’ 드라마를 집중적으로 즐겨봤다는 게 기사의 내용이다.

이후 최근까지도 아베 총리와 총리 관저 사정에 밝은 일본 인사들 사이에선 "아베 총리가 제5공화국 드라마를 열심히 시청한 건 맞다"라는 이야기가 계속 이어져 왔다.

배우 이덕화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역할을 맡았던 이 41부작 드라마는 일본에 DVD로 출시돼 있다.

41부작엔 12ㆍ12 군사 반란과 광주민주화운동은 물론 삼청교육대ㆍ언론통폐합ㆍ민주당 창당 방해사건 등이 에피소드별로 담겨있다.

과거 9시 정각을 알리는 벨소리와 함께 전 대통령 관련 뉴스가 보도됐다는 의미에서 ‘땡전 뉴스’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던 언론 장악 시나리오, 민간인에 대한 사찰 등이 아베 총리의 권력 관리법과 닮아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일각에선 제기된다.

지난해 ‘석간 후지’의 기사는 '제5공화국'드라마와 관련해 “이 드라마는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쿠데타로 실권을 잡고, 계엄령하의 광주 민주화 운동을 거쳐 대통령에 취임하는 과정 등에서의 권력투쟁을 그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마지막 부분에 “아베 총리는 이 드라마에서 무엇을 배웠을까”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도쿄=서승욱ㆍ윤설영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모바일에서 만나는 중앙일보 [페이스북] [카카오 플러스친구] [모바일웹]

ⓒ중앙일보(http://joongang.co.kr) and JTBC Content Hub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